[제14화] 온건한 방패, 허니베져

"발려도 버티는 것이 성도의 견인이다"

by 초덕 오리겐

1. 엔진룸의 '충격 흡수 장치'


바산의 황소가 휘두르는 진리의 검이 엔진룸의 공기를 서늘하게 만들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그 서늘함을 온기로 바꾸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허니베져'였다.


세상에서 가장 겁 없는 동물로 알려진 오소리, 하지만 기문나모의 허니베져는 사나움 대신 '무던함'을 택했다. 그는 날카로운 비판이 오가는 현장에서도 결코 평정심을 잃지 않았고, 상대가 누구든 예의를 갖추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온건파'라 불렀지만, 사실 그는 엔진룸에서 가장 단단한 '영적 맷집'을 가진 파수꾼이었다.




2. "발려도 버티는 것"의 신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신학적 논쟁이 벌어지면, 자신의 주장이 꺾이거나 강한 비판을 받을 때 자존심을 상해하며 방을 나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허니베져는 달랐다. 그는 바산의 황소 같은 강성 임원들에게 '탈탈 털리는' 상황에서도 허허 웃으며 자리를 지켰다.


[7/12/23 14:50] 온건파 허니베져: 원래 그 정도면 보통 나갑니다. 근데 저는 그냥 있죠. 발려도 버티는 게 성도의 견인 아닙니까?


이 농담 섞인 한마디는 엔진룸 임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성도의 견인(Perseverance of the Saints)'. 하나님이 택하신 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듯, 우리 또한 공동체 안에서 부딪히고 깨질지언정 그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참된 신앙의 실력이라는 고백이었다. 그는 논리로 이기는 것보다, 관계 안에서 '남아 있는 것'의 가치를 몸소 증명해 보였다.




3. 상처 입은 양들을 위한 '연고'


그의 진가는 바산의 황소에게 신학적 '귀때기'를 맞고 얼얼해진 신입 지체들이 나타날 때 발휘되었다. 황소가 진리의 엄밀함으로 잘못된 길을 막아섰다면, 허니베져는 그 뒤에서 상처 입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황소의 역할: 그 주장은 신학적으로 심각한 오류가 있습니다! (차단 및 훈계)
허니베져의 역할: 아이고, 황소님이 좀 강하시죠? 근데 그 말씀이 틀린 건 아니거든요. 조금만 천천히 같이 알아가 볼까요? (공감과 중재)


그는 진리가 폭력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사랑이 기만이 되지 않도록 그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았다. 그는 황소의 포효를 번역하여 지체들에게 부드럽게 전달하는 '은혜의 통역사'였으며, 날 선 엔진룸이 폭발하지 않도록 열기를 식혀주는 수냉식 쿨러였다.




4. 꺾이지 않는 부드러움


허니베져를 보며 임원들은 깨달았다. 강한 것은 부러지기 쉽지만, 부드러운 것은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것을. 그는 스스로를 "발리는 존재"라고 낮추었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강한 확신 위에 서 있었다.


어떤 비난과 조롱에도 흔들리지 않고 "허허, 그럴 수도 있죠"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 그것은 자신의 의로움이 아닌,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를 신뢰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복음적 무심함'이었다.


기문나모라는 성벽이 바산의 황소라는 단단한 돌들로 쌓였다면, 그 돌 사이사이를 메워 성벽이 무너지지 않게 지탱한 시멘트는 바로 허니베져의 온건함이었다. 오늘도 그는 엔진룸 한구석에서 쏟아지는 비판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특유의 무던한 미소로 공동체의 평화를 지켜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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