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심각한 오류가 있습니다

단어 하나로 시작된 폭풍 같은 논쟁

by 초덕 오리겐

1. 온라인 광장의 '신학적 레드카드'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익명의 바다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침묵'이 아니라 '정면충돌'이다. 특히 신학적 정체성이 뚜렷한 기문나모에서 누군가의 주장에 대해 "심각한 오류가 있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은, 축구 경기에서 심판이 단호하게 레드카드를 꺼내 드는 것과 같은 무게를 지닌다.


이 문장은 단순히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라는 뜻이 아이다. "당신의 생각은 성경의 진리와 개혁주의 신앙의 표준에서 벗어나 있으며, 이는 공동체 전체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위험한 상태"라는 엄중한 경고이기 때문이다.




2. 사건의 발단: "프프님"을 향한 포효


사건은 평범한 오후, 단톡방의 한 지체(프프)가 올린 짧은 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글의 내용이 신비주의적 색채를 띠며 복음의 본질을 흐릴 기미를 보이자, 엔진룸의 파수꾼 '바산의 황소'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에두르지 않고 그 주장의 허점을 타격했다.


[7/12/23 14:43] 온건파 허니베져: 심각한 오류가 있다라는 단어 선정은 좀 강하긴 한 것 같아요 ㅎㅎ
[7/12/23 14:50] 바산의 황소: 프프님은 제가 좀 강도 높게 비판했죠.


허니베져가 'ㅎㅎ'라는 웃음 뒤에 우려를 담아 중재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황소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에게 있어 '강도 높은 비판'은 개인적인 감정의 배설이 아니라, 진리를 수호하기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할 '목자의 직무'였기 때문이다.




3. 진리라는 명분 vs 태도라는 품격


이 지점에서 엔진룸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개혁주의 신학은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강조하며 진리 앞에 타협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하지만 동시에 성경은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에베소서 4:15, 개역개정)라고 가르친다.

황소의 입장: 병든 양을 고치기 위해서는 썩은 부위를 단칼에 베어내야 합니다. 부드러운 말로 에두르다가는 독이 온몸에 퍼질 것입니다.
허니베져의 입장: 옳은 말이라도 상대방의 마음 문을 닫게 만든다면, 그 진리는 전달될 기회조차 잃게 됩니다. 우리는 비판자가 아니라 인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단어 선정 하나를 두고 벌어진 이 논쟁은, 온라인 사역자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와도 같았다. '차가운 머리(진리)'와 '뜨거운 가슴(사랑)'이 한 인격 안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문답이 오갔다.




4. 어거스틴이 남긴 교훈


이 폭풍 같은 논쟁 속에서 임원들은 어거스틴의 가르침을 다시금 상기했다. 그는 진리를 수호하기 위해 이단들과 치열하게 싸웠지만, 동시에 성도를 향한 긍휼을 잊지 않았다.


결국 "심각한 오류가 있습니다"라는 말은, 상대방을 정죄하기 위한 칼이 아니라 그를 바른길로 돌이키기 위한 '정밀한 수술 칼'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수술 칼은 예리해야 하지만, 그 칼을 쥔 의사의 손에는 환자를 살리겠다는 간절함과 세심함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5. 폭풍이 지나간 자리


비록 단어 하나로 시작된 폭풍이었지만, 이 논쟁을 통해 기문나모 임원진은 한 단계 더 성숙해졌다. 황소는 자신의 화법을 점검하며 '덕을 세우는 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허니베져는 온건함 속에 '진리의 선명함'을 어떻게 담을지 깊이 성찰했다.


폭풍은 바다를 뒤엎지만, 동시에 바다 속 산소를 공급해 생태계를 살린다. 엔진룸의 이 치열한 논쟁 역시, 기문나모가 단순히 친절하기만 한 모임이 아니라 '사랑 안에서 진리를 말하는' 건강한 유기체로 자라나게 하는 생명의 산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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