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밀어내는 중입니다.
뉴질랜드는 지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겨울로 넘어간다고
영하권 강추위가 있는 건 아니고,
낮에는 반팔/반바지를 입고 활동하고
아침/저녁에는 좀 추워서 재킷 입는 정도..
뉴질랜드는 하루에 4계절이 있다고 할 정도로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겨울을 맞이하는 현재,
아이들은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우리 아이도 코와 목이 안 좋아 보여 약을 주고
옷도 따듯하게 입혔다.
아침에 보리차를 끓여서 조금 먹게 하고
보온통에 담아서 학교를 보냈다.
보리차를 먹기 좋은 온도로 식혀서
보온통에 담아줬지만 혹시 몰라
“선생님께 목이 아파서 뜨거운 물을
가져왔는데 종이컵하나만 달라고 해봐”
“그럼 학교 왜 왔냐고 집으로 가라고 해”
“…… 와..
아빠 같으면
어이구 아픈대도 학교에 왔어~
기특해라~ 할 텐데..”
“아빠
여기 뉴질랜드야.”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가장 힘들 때
맞벌이 부부 혹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들에게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 때가 언제냐고 물어본다면
백에 백은
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릴 때 선천적으로 면역력이 좋은 아이들도
있겠지만 보통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
면역력이 좋았던 아이들도 가벼운 질병은
달고 다닌다. 수족구, 감기 기타 등등
가벼운 감기는
말 그대로 가볍게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있었던 일이다.
하원을 하고 함께 집에 올 때부터
아이 컨디션이 심상치 않았다.
자기 전부터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더니
아이는 기운이 없어졌고
나는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아이를 데리고 회사에 다니고,
본의 아니게 칼퇴근을 하면서
주위의 눈치가 보인다.
휴가도 미리 안 내고
당일 아이 때문에 휴가 낸다고 하면
더 눈치가 보이겠지..
이른 아침이 되길 기다렸고
장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아이가 아파서
오늘 어린이집에 못 갈 거 같으니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에고. 많이 아프나? 가야지~
감사합니다.
몇 시쯤 오실 수 있으세요?
저는 OO시에는 나가야 해서요.
장인어른 먼저 보낼게.
(장인어른이 아픈 애를 잘 볼 수 있을까? 아침밥은 어떻게 하려고 하지..)
아. 네.
장모님은 언제쯤 오세요?
많이 바쁘세요?
아니. 그건 아닌데 OO이
(당시 아내 막냇동생 20대 중반 백수,
현재 30대 백수)
밥 좀 차려줘야 해서
그럼 OO(우리 딸)이 밥은요?
OO(우리 딸)이는 장인어른이
계란프라이 하나 해서 먹이면 돼~
걱정하지 마~
…..
….
…
..
.
(애는 알아서 키우는 거라고 하질 않나, 아플 때도 이런다고?)
(윗글 참조)
그럼 처남 계란프라이 하나 해서 먹이고
장모님이 좀 와주시면 안 될까요?
참지 못하고 입밖으로 뱉어냈고,
대화엔 긴장감이 느껴졌다.
처음이 어렵다고 했나?
이후에 애가 아프면 그냥 휴가를 내버렸다.
그날 휴가를 내기로 하고 아픈 아이를 돌보다
그래도 너무 한 거 같아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제가 딸아이 생각하는 거처럼
장모님이 처남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건데
제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죄는 드렸지만 진심은 아니었다.
난 이때 이후로
처가 쪽 손길을 뻗지 않았고
오는 손길도 밀어내고 있다.
사람을 이해하라고 하면 이해가 안 되고
사람은 그 사람자체를 외워야
관계가 형성되고 지속될 수 있다고 내가 말했다.
(윗글 참조)
때 되면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기념일 되면 다 챙기고 하지만
진심은 아니다.
그렇게 다른 자아의 페르소나를 지니고 지내다
처제가 결혼하면서 다른 해프닝이 생기면서
지금은 그 가면은 나 스스로 찢어 버렸다.
나는 계속 밀어내는 중이다.
이런 관계의 피해자는 아내가 된다.
우리 부부의 싸움의 원인은 항상 거기서 찾을 수 있었다.
아내의 엄마이고
우리 딸의 외할머니이기 때문에
문제의 이유를 항상 나 자신에게 찾으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첫 손주인데 아이를 안 좋아하시나?
딸 직업이 출장이 한 달에 반인데..
만약에 처남이 같은 직업을 가진 여성과 결혼해서 나 같은 삶을 산다면 어떻게 했을까?
파킨슨을 앓고 계신 우리 엄마에게 부탁하라는 건가?
그냥 사람을 쓰라는 건가?
아무리 답을 찾으려고 해도
내가 남이니까 이렇게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애가 아플 때
특히 감기에 걸리면 이 기억이 날 지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