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최고의 동치미 등재
뉴질랜드에 오니 가장 중요한 게
말 그대로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컸다.
한국에서는 편리한 배달문화가 당연하게 느껴졌고
배달료를 받는 게 이해가 안 됐는데,
여기와 보니 배달료 내도 좋으니 배달이라도,,
아니 한국음식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곳은 주요 도시 오클랜드에서도
3시간이나 떨어져 있고,
다운타운과도 30분 정도 떨어진 바닷가 동네이다.
다운타운에도 한국슈퍼 외에는 한국음식점은 없다. 다행인 건 한국슈퍼에 웬만한 건 다 있는데
그마저도 잘 안 가게 된다.
김치와 쌀 떨어질 때만 가는듯하다.
여하튼
내가 처해 있는 환경은 이렇고,
나는 한국에서도 반찬가게에서 사서 먹으면
먹었지 음식 한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아내도 하면 또 곧잘 하는 거 같은데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을 감추게(?) 되었다.
자 이제 현실이다.
못하는 게 어딨냐.
안 해봐서 두려운 것이다.
(라고 외치지만 큰일이다)
요리에 대한 웹서핑을 하기 시작한다.
볶음밥 종류
국 종류
찌개 종류
조림 종류
유튜브에 그렇게 많은 요리레시피가 있는지 몰랐다.
바로.. 프리미엄.. 등록..
그리고 아이가 학교에 가면 하나씩 해본다.
내가 손맛이 있나?
레시피에 없는 재료도 있어
대충 흉내만 내보았는데 딸아이가 잘 먹어준다.
“아빠 음식점 할래?
그럼 내가 계산할게
헤헤”
이런 기분이구나.
그동안 엄마가 해준 음식을 먹고
그런 표현 한번 안 해본 거 같은데..
좀 할걸 그랬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손님은 딸이다.
손님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제일 중요한 일이다.
우리 손님은 김치를 아주 좋아한다.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다.
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정도..
그래도 다행이다 김치는 마트에서 사면된다. 야호.
“아빠 나 시원한 동치미 먹고 싶어!”
“….”
그렇게 나는 동치미를 만들 준비를 했다.
동치미를 만들려고 보니 필요한 게 많았다.
(큰 그릇, 면포, 뉴슈가 기타 등등)
다 없다!
없으면 없는 대로 해보자.
중국마트에서 무와 배추를 구매하고
있는 건 있는 대로
없는 건 없는 대로
정성은 영혼까지 끌어와서 듬뿍
넣어서 만들기 시작.
텃밭에 있는 파와 고추도 아낌없이,,
제법 그럴듯하게 완성되었다.
오호 이게 되네..
“오~
이거 아빠가 한 거야?
먹어볼래 “
“지금 먹으면 맛없고
좀 익혀서 먹어보자 좀만 참아~”
“네~“
들뜬 딸은 목소리에 나까지 기분이 설렌다.
숙성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식탁에 동치미가 올라왔다.
두근두근
원하는 반응이 안 나온다.
“매워!!!!!!!!”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켠다.
유튜브에서 고추를 넣고 사이사이 포크로
구멍을 내라고 해서 했는데
고추가 매운 고추였나 보다.
재료도 부족했고
실력도 부족했다
그래도
정성은 넘치게 했는데 손님 입맛을 생각 못했다.
직장에서 일을 할 때도 사용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디자인싱킹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했는데..
만들기에 급급하다 보니 충분한 사용자 분석이
되지 못했다.
두 번째는 철저한 고객관점으로 만들었다.
누가 보면
물과
배추와
무만
들어 있는 볼품없는 동치미였다.
다시 인내의 숙성 시간을 거쳐 식탁에 올라왔다.
“캬~ 이맛이지!!”
최근에 이렇게 떨린 적이 없었는데
대학입시/회사취직 합격발표보다
더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딸의 엄지 척과 함께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그제야 안도와 함께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누가 볼 땐 볼품없는 동치미였지만
내 고객에겐 최고의 동치미였던 것이다.
이런 히스토리를 들은
교민 지인분이 너무 궁금해하신다.
자신은 온갖 요리를 다해보셨어도 동치미 해볼
생각은 못해보셨다고 나의 동치미를 궁금해하셨다.
딸 이외에 누군가에게 요리를 해준 적도 없고
해즐 실력도 아니고 너무나 창피했는데
그동안 우리 가족에게 해주신 선의를 잊을 수 없어
내 성의만 기억해 달라며 한팩 담아드렸다.
“레시피 공유 가능할까요? “
“뉴질랜드 최고의 맛인데요?”
그리고 나를 부르는 호칭이 바뀌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동치미 명장님”
우리집 동치미
아빠표 동치미
는 그렇게 뉴질랜드 최고의 동치미로 등재되었다.
아빠는
네가 원하는 거 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
사랑한다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