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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디 Oct 16. 2024

이빨

나의 역주행 초딩일기 #2



1989년 12월 28일 목요일. 해.

< 이빨 >

며칠 전부터 어금니 하나가 흔들렸다. 하도 아파서 혀로 흔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톡'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빨이 뽑혔다. 빨간 피가 났다. 목욕탕으로 들어가 입 안을 가셨다. 무척 쓰라렸다.
'이야. 예쁘게 치장하고 나와야 한다'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역주행 초딩일기 @HONG.D




2024년 10월 15일. +덧대는 이야기


11살 씩씩한 홍디 어린이! 어금니가 톡 빠진 걸 축하해요홍. 피맛이 나고 쓰라린 기분이 전해져 와서, 주름진 미간이 유난히 깊어지는구나.

유치가 빠진 자리마다 영구치가 튼튼하게는 나왔단다. 딱히 예쁘게는 아니어도 말이야. 35년 지난 지금까지는 무탈히 오징어를 씹어 먹고 있으니.

이 날 빠진 이가 어느 어금니인지 모르겠네. 살아오면서 충치 치료를 몇 차례 했고, 아가씨 시절 멋 부리느라 미백도 했었어. 쓸데없는 치장이었지.


그러고 보니 너처럼 우리 아이들도 건만이 첫 유치 빼고는 흔들리는 이를 모두 스스로 뽑았거든. 엄마가 손대는 것도 손사래를 치는 거 있지. 이제는 발치할 시기도 조절하고 뽑는 솜씨가 제법이야. 맨손으로 잡으면 미끌하니까 거즈로 야무지게 잡고 스냅을 주더라고. 유쾌하지 않을 듯한 경험인데도 이를 빼는 것이 뭣이 그리 좋은지 도통 모르겠어.


어제만 해도 건순이 친구가 치과에 가서 이를 뺐다고 ‘히이’하고 보여주는데 까르르 깔깔 난리더라고.

“너 지금까지 이빨 몇 개 빠졌어? ”

“나는 4개. 건순이 너는? ”

“나는 6개 빠졌어! “

“나는 몇 개더라? 아~ 한 번 봐줄래? ”

아~ 본다고 알까 싶다. 귀요미들.




건남매의 유치 보관함 @HONG.D



안방 서랍 귀퉁이에 자리 잡은 건남매의 유치보관함을 보여줄까.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이를 뽑고 애지중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달그락거리는 이 상자를 채우기 위해서 인지도 몰라. 건만이는 학교 급식으로 떡볶이를 먹다가 이가 빠져서 냅킨에 감싸 온 적도 있어. 건순이는 영화 보면서 과자 먹다가, 양치하다가 빠지기도 했지. 입 안 가득 피를 머금고도 웃음이 한가득이었던 건순이를 어쩐다니.

이마다 나름의 서사가 있어서 아이들이 툭하면 꺼내보며 추억하곤 해. 어때? 유치들의 돌아가는 상자. 오늘 이야기는 참말로 유치뽕짝.


건만이는 왼쪽 어금니 하나가 결손치라고 해. 진즉부터 유치가 빠진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보조장치를 하고 있어. 요즘 아이들은 우리 어릴 때와 달리 치아에 비해 얼굴이 작아서 교정은 필수 코스가 되어가고 있어. 치과와 안과에 돈깨나 들어간다.


네가 살던 세상과는 달라진 오늘이지만, 묵직한 일기장뭉치는 시간이 빼곡하게 스며들고 이어진 상자 같아. 자꾸만 펼쳐보고 싶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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