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역주행 초딩일기 #4. 과자 파티 & 맛있는 꼬깔콘 ll
1989년 12월 27일 수요일. 해.
< 과자 파티 >
심심한 마음으로 심심한 표정으로 방에 쳐져 있자니, 어머니께서 내 모습을 보시고서
"엄마가 돈 줄 테니 슈퍼에 가서 과자와 빵을 사다가 과자 파티나 해라."
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어머니께서 주신 돈을 쥐고 번개같이 뛰어서 눈 깜짝할 사이에 과자를 사다가 방에 널어놓았다. 쟁반에 담긴 과자를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으니 너무나 좋았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하고 마음속으로 어머니께 감사를 전했다.
1989년 7월 10일 월요일. 맑음.
< 맛있는 꼬깔콘 ll >
내 주머니에 우연히 500원짜리 동전 한 개가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께 여쭈어 보았다.
“어제 네가 엄마 심부름을 하고 받은 심부름값 아니니!"라는 말에 나는 엄마 허락도 없이 허둥지둥 동전을 들고 가게로 가서 ‘꼬깔콘’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군옥수수맛 꼬깔콘! 바삭바삭한 꼬깔콘! 은은한 맛 꼬깔콘! 맛있는 꼬깔~~~콘! 말할 수 없이 맛있었다. 내일도 모레도 또 먹고 싶다.
2024년 10월 24일. +덧대는 이야기
< 오예스가 마흔이래 >
안녕, 초딩 홍디야.
과자와 빵을 늘어놓고 온 가족 달콤 짭짤 파티하는 분위기가 생생하구나. 어머니께 받은 돈을 들고 집 근처 슈퍼로 달려가던 기분에 덩달아 들뜬다.
그 시절 과자를 신중하게 고르던 나만의 비법이 지금도 생각이 나거든. 안타깝게도 어른이 되어서인지 그 방법은 통하지가 않아. 동네슈퍼의 진열대와 발아래 박스에 쌓인 과자 포장지를 뚫어져라 바라보면 입 안에 공짜로 그 맛이 느껴졌었지. 그날 기분에 따라 입맛을 다시고는 끌리는 대로 냉큼 집어 들었었어. 어릴 적 과자를 픽하던 엄마의 꿀팁이 있다고 아이들에게 말해주면 고개를 절레절레 손사래를 치며 비웃는단다.
3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것은 단짠의 조합을 좋아라 하는 것. 꼬깔콘은 오예스와 함께 즐기고, 바나나킥은 야채타임에 케첩을 듬뿍 찍어 번갈아 먹어야 맛깔나지. 암만.
육각 종이곽의 <꼬깔콘 ll>. 빨간색 고소한 맛에 이은 꼬깔콘 2탄! 고동색 군옥수수맛은 당시 우리 동네에서 돌풍을 일으켰어. 11살 홍디의 일기 제목으로 등장할 만큼. 동그랗고 예쁘게 벌어진 고깔을 찾아 동생들과 손가락에 끼워주며 먹었던 그 맛을, 아니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단다.
지난주 이마트몰 새벽배송으로 꼬깔콘과 오예스를 주문했어. 건순이는 꼬깔콘을 보자마자 열손가락을 쫙 펼치고 달려왔지.
배송받은 상품을 꺼내다 보니 촉촉한 오예스에게 축하할 일이 있더라.
글쎄, 오예스가 마흔이래.
초코파이는 50주년, 오예스는 40주년을 맞이해서 오리온과 해태 가문마다 활기차게 마케팅을 펼치고 있더라고. 2024년 현재 초코파이류 시장의 선두는 여전히 초코파이 선배님이지만, 홍디패밀리는 오예스파란다. 어때? 40의 옷을 입은 오예스의 모습이 대견하지 않니.
브랜드든 사람이든 세월이 지나도 대중의 사랑을 받고 기억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은 촉촉하게 끓어오르는 일이야. 브랜딩(Branding)이나 마케팅(Marketing)에 붙은 ‘+ing’의 의미를 눈여겨보자.
11살의 네가 학기 중에 쓰지 않아도 되는 일기를 매일 쓰고 보관해 둔 데에도 의미가 있겠지. 어른이 된 현재의 홍디가 너와 관계를 이어가며 방향을 찾기 위해 ‘+ing’ 진행을 하고 있구나.
오늘을 쓰고 그리면서 달콤하고 짭짤하게 나이 들어간다. 훗날 할미가 되면 초코케이크를 멀리 하려나? 아직은 빨간 봉지 뜯어 한 입에 쏘옥 넣으면 당을 올려주는 보드라운 맛이 참 좋아. 몸뚱이가 자란 건지, 오예스가 작아진 건지 아리송하긴 해.
한 봉 더? Oh, yes!
오늘도 고맙다.
+덧마디
할미홍디를 위해 기록해요홍
2024 오예스 실사이즈
가로 5.3 x 세로5.3 x 높이2.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