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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디 Oct 28. 2024

월요일, 새 주의 시작

나의 역주행 초딩일기 #5. 미세먼지 나쁨


1989년 7월 3일 월요일. 맑음.

<새 주가 시작>

7월의 첫 번째 월요일! 또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생활을 시작하는 월요일이 왔다.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 햇빛, 넓고 푸른 하늘, 짹짹거리는 참새들과 맑은 공기 때문에 나는 기쁨을 참을 수 없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6월의 할머니봄(늦은 봄)을 벗고서 조금 있으면 정말 정말 여름으로 접어들기 때문일까? 이 문제는 집어치워두자. 하여튼 나는 내일도 모레, 글피까지도, 아니 언제까지나 웃으면서 기쁜 마음으로 지낼 생각이다.

역주행 초딩일기 @HONG.D





1989년 11월 6일 월요일. 비.

< 새 주 >

월화수목금토일! 또 7일은 지나가고 새 주가 시작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비는 내린다. 비로 시작되는 이번주!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대를 걸어 보겠다. 하루하루, 한 주일 한주일, 한 달 한 달을 보내면서 보람을 느낀다. 왠지 피곤함은 지워지지가 않는다. 피곤한 마음을 가지고 시작되는 한 주! 걱정되기도 한다.


역주행 초딩일기 @HONG.D



2024년 10월 28일 월요일. 흐림.


< 미세먼지 나쁨 >


안녕, 11살 4학년 초딩 홍디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며 걱정과 다짐을 하고, 한결 같이 날씨를 헤아리고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이 소중하고 의젓하구나. 덕분에 월요일을 맞이하는 어른의 자세를 가다듬게 된다. 주어진 하루를 규칙적으로 지내고 꾸준히 기록했던 너의 일기장에 35년이 지난 지금 큰 위로를 받고 있어.


역주행 초딩일기 연재를 시작하고 일기 검사=연재일은 주 1회 월요일로 정했거든. 좋아서 하고 싶은 일에 매달리는 건 여전한지, 월요일이 아닌데도 자꾸만 들춰보고 끼적이게 되더라고.

잘하는 것보다 자주 하는 것에 힘이 있는 걸까. 브런치스토리에서 오늘의 작가에도 잠시 올라보고, 연재 브런치북 라이킷순 1위도 스쳐가 봤단다.


역주행 초딩일기의 기록 @HONG.D


미세먼지가 하늘도 햇빛도 자욱하게 가린 월요일이야. 거실 창밖으로 멀리 롯데타워가 보이는데, 오늘 아침은 포토샵으로 지워버린 듯 감쪽같이 타워가 사라졌더라.

미세먼지가 나쁨이라 그런가 목도 칼칼하고 가슴도 답답하구나. 어쩌면 날씨는 핑계일지 몰라. 주말 동안 너와 11살 동갑내기 초4춘기 건만이에게 분연히 불을 뿜어서 그럴 수도. 머릿속 가뜩이 미세먼지가 잔뜩 끼었다.


유산을 세 번 겪고 의학과 의지가 합심했던 임신과 첫 출산. 강남의 유명한 삼신할배 의사 선생님께서 점지해 주신 아이. 뱃속에 들어설 때부터 나올 때까지도 엄마 마음같이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첫 아이. 건만이가 십 년을 살아가며 몸도 마음도 커가고 있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부모이기에 바라고 기대했던 길에 어제는 스모그가 뿌옇게 가리어졌어.


친절하던 엄마가 버럭 성을 낸다고 단번에 뭣이 달라질까. 등굣길에 축 처진 어깨로 돌아섰던 건만이를 마음 다듬고 와락 반겨볼게. 하교 시간이 다가오니 햇빛이 부옇게 내리비치려 한다. 부족해도 애미라서, 애쓰고 다져본다.


글쓰기는 역시 일기 쓰기부터인가. 호흡하는 것도 쓰는 것도 꽉 막혔었는데, 숨통이 트였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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