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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디 Jan 17. 2024

하늘을 선물하는 법

하늘전도사의 영업노하우

#1.

선물 같은

하늘


수채화 연재브런치북이 3화째다. 연재가 처음이라 몹시 망설였던 상황이, 쓰고 그리면서 치유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수물수매] 1화에서 심경고백을 한 '하늘바라기'였고, 2화에서는 '하늘앓이'로 시간여행을 그렸다. 눈치채셨나. 이번에는 '하늘전도사'가 되어 본격적으로 영업 전선에 뛰어들어 보련다.


오늘의 질문. 미세먼지 없이 뻥 뚫린 지난 토요일, 노을 지는 하늘을 보신 분 계신가? 찌찌뽕+하이파이브=반가웁다. 홍디는 그 시각 시속 100킬로미터로 남쪽을 향해 고속도로를 내달리며 CG 버금가는 블루와 레드의 그라데이션을 눈에 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너른 하늘에 깎은 손톱같이 가느다란 초승달이 고독을 즐기며 웃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어 사진으로는 담지 못했기에, 잊히기 전에 글로 담아본다. 아, 만만다행이다. 아깝게 흘러가 잊히지는 않겠구나.


여러분은 일주일 동안 하늘에너지 충전해 보셨나요? 애초부터 저처럼 ’하늘바라기파‘도 많으시고, 홍디의 하늘 타령에 물들어 고개 들어주신 독자분들도 계시지요. 모두들 주목해 주시와요. 우리가 눈으로 받은 ‘선물 같은 하늘’을 글로 그림으로 담아 도로 선물해 볼 참입니다.


예술에 답이 있나요. 취향만 있습니다.



@HONG.D 쓰고 그림 @사리 찰칵



#2.

오늘은

선물


하늘, 하늘 그놈의 하늘. 감성적으로 스며드니 눈과 가슴은 말랑한 마시멜로우가 되었는데, 손꼬락이 어째 근질거린다.

미리 밝히지만, 미술 전공하신 분들께는 저 지구의 핵까지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럽다. 홍디가 소개하는 노하우는 나의 글과 그림에 관심을 주시는 감사한 분들과 ‘ㄷㄷ손’이지만 붓 한 번 들어보고 싶은 왕초보 분들을 향한다. 문과 출신 디자이너이자 입문자의 눈썰미로 소개하는 홍디의 길을 따라오소서.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우리 함께 사각사각 밟아 보는 거다.


'하늘을 선물하는 법' 전격공개. 별 것도 없으면서 전격이라지. <전격 Z작전>이 떠오르는 사람=옛날 사람을 반가워하면서 수채화 ‘키트’를 열어본다.

[ 하늘 그리기 수채화 키트 ]
종이 / 붓 /  물감 / 마스킹테이프


수채화 준비물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궁금해도 살살 기다려주시라. 오늘은 손꼬락을 움직여 선물을 생산하는 외길로 가볼 참이다.


<하늘을 선물하는 법> 이론 편 - 흘려 읽기 추천

하나. 수채화 종이 테두리에 마스킹테이프를 붙여준다. 이는 물감이 스며들지 못하게 하면서 고정도 해주는 역할이다.
두울. 종이 전체에 깨끗한 물을 충분히 바른다. 요즘처럼 건조한 겨울철에는 금세 말라버리기 때문에 듬뿍 발라준다.
세엣. 4호 붓에 하늘색 물감을 충분히 머금고 하늘을 칠해준다.
네엣. 구름의 위치를 헤아리며 종이의 하얀 부분을 남기는 게 포인트. 구름이 선명하거나 희미해지는 경계에 얼룩을 주의한다.
다섯. 물이 마르기 전에 더 진하게 표현하고 싶은 부분에 진하게 음영을 준다.
여섯. 물기 없는 맨 붓으로 흰 구름을 안에서 밖으로 닦아내며 모양을 잡아준다.
일곱. 마른 후 마스킹테이프를 떼어내는 쾌감을 느낀다. 흥분해서 세게 뜯다가 종이 찢김 주의.
여덟. 선물하고 싶은 손글씨를 적어본다. 잘 쓰지 않아도 용기와 정성을 담으면 굿 & 끝.


하늘을 선물하는 법-수채화 준비물. 그리고 찰칵 @HONG.D


#3.

소중한

오늘


굿 & 끝? 아니, 아니, 낫굿이고 끝이 아니다. 도대체 뭔 이론인가. 난독증이 생겼나 싶은 게 당연하다. 하늘을 그리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순서대로 적어보다가, 나조차 꽉꽉 막혔다. 마른 목에 건빵을 한 움큼 털어 넣은 것 마냥. 곁들일 별사탕 이미지가 있나 찾아보다가 영상이 있어 캡쳐를 해본다.

여기까지 견디고 읽어주신 독자님의 인내와 관심을 감사히 여기며, 달달하게 사진과 아울러서 설명해 볼게요. 예술이 어찌 말로 설명이 된답니까.


<하늘을 선물하는 법> 실전 편 - 집중 읽기 추천

1, 2단계 @HONG.D


1단계. 수채화 종이 테두리에 마스킹테이프를 붙여준다. 마스킹테이프는 다이소에서 1,000원에 샀다. 6mm 폭 10개들이라 건순이가 탐하는 만큼 인심 쓰며 건네주어도 여유롭다. 판판한 보드 위에 그림 그릴 수채화 종이를 올리고 테이프를 두른다. 엽서의 가장자리를 원하는 너비만큼 일정하게 붙이면 된다. 홍디는 건순이가 쓰다 만 종합장에 용지를 올리고, 눈짐작으로 1mm 정도 밖으로 붙였다. 테이프가 접착된 부분은 물감이 닿아도 스며들지 않게 되고, 종이를 고정시키는 역할도 해준다.


2단계. 종이 전체에 맹물을 충분히 발라준다. 테이프를 둘렀으니 마구마구 골고루 붓을 휘둘러도 된다. 깨끗한 물을 바르는 순간은 설레임이다. 무얼 어떻게 그릴지, 하얗고 메마른 네모난 세상에 단비를 뿌려주는 기분이다. 건조한 겨울철에는 물을 발라도 금세 말라버리기 때문에 듬뿍 발라야 한다. 조여드는 얼굴에 스킨을 처벌처벌 헤프게 도포하는 느낌으로.


(왼쪽) 3, 4단계 (오른쪽) 5단계 @HONG.D

3단계. 이제 하늘색을 입힐 차례다. 맑은 날 푸른 하늘빛은 Cerulean Blue(셀룰리안블루) 칼라를 추천한다. 4호 붓에 물감을 충분히 머금게 하고 하늘배경을 칠해준다. 고운 하늘을 원한다면 끊김 없이 이어지는 붓질이 좋다. 그렇다고 숨을 참을 정도는 아니고, 과감하게 샤라락 정도로. 물과 붓의 기에 눌리지 않게. 요놈들은 도구일 뿐이다.


4단계. 구름의 위치를 헤아리며 종이의 하얀 부분을 남겨준다. 수채화에서는 흰색 물감을 잘 쓰지 않기에, 흰 구름 부분은 색을 칠하지 않은 맨 종이다. 구름과 하늘이 만나는 경계선에 물이 고이면 얼룩이 생길 수 있으니 물 양을 적절히 조절해 주는 게 중요하다.


5단계. 더 진하게 표현하고 싶은 부분에 덧칠을 하여 음영을 준다. 물감의 농도를 올려서 포인트를 줄 곳에 덧바르는데, 2단계에 물을 바른 후부터 이 모든 과정이 물이 마르기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수채화에는 물이 있어야 번지는 아름다움이 함께 하니까. 물기가 말랐다면 당장 멈춤! 어떻게든 해보려고 덧칠하다가 그림도 마음도 얼룩진다. 얼룩이 생겼다 해도 실패는 없다. 과정만 있을 뿐. 회복할 방법이 다 있으니 기다려보자.


6단계. 내 눈엔 옥의 티만 보여 @HONG.D


6단계. 맨 붓으로 흰 구름 모양을 잡아준다. 우연인 듯 필연으로 하늘빛이 번져나가는 걸 바라보다가, 구름 모양이나 라인을 어느 정도 매만져줄 수 있다. 물기를 닦은 깨끗한 붓으로, 구름의 안쪽에서 바깥쪽 방향으로 닦아내듯 밀어준다. 붓에 물감이 묻어있으면 구름에 퍼렇게 몽고점이 찍힌다. 뽀샤시한 아가 엉덩이는 하얗게 삶은 가제수건으로 고이 닦아줘야지.


7단계 & 기다림 @HONG.D


7단계. 그림이 어느 정도 마른 후 마스킹테이프를 떼어내는 쾌감을 느낀다. 덜 마른 상태에서 성급하게 테이프를 뜯다가 물감이 번져서 화딱지가 날 수 있고, 선명한 테두리에 흥이 나서 와르륵 뜯다가 종이가 일거나 찢어지기도 한다.

하늘 배경을 완성하고도 고이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하다.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놓아두고 완벽히 마르기를 기다리고, 꿀렁이는 엽서를 벽돌책에 끼워두고 판판하게 펴지길 기다린다. 잠시 쉬었다 가는 힘조절이 필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요령처럼.


8단계 @HONG.D


8단계. 드디어 선물하고 싶은 손글씨를 적어본다. 여태껏 공들인 바닥을 망칠까 두렵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한 글자 쓰는데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캘리그래피 고수도 아니고 손글씨는 누구에게나 쑥스럽다.

여기서 셀프 질문. 꼭 잘 쓰려는 건가? 잘 쓰면 좋지만 못 써도 마음을 다하면 된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 잘 살려고 사는가? ’잘‘이라는 글자에 행복이 들어갈지, 부유함이 들어갈지 몰라도, 반드시 잘 하기 위해 사나. ‘잘’에 미치지 못해도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거다.

그리하여, 8단계의 글씨 쓰는 노하우를 말한다. 잘 쓰지 못해도 천천히 쓰면 되는 것이고, 작은 네모 안에는 결국 1단계부터 쏟아온 정성과 용기가 고스란히 담길 것이다.




그리고 쓰고 찰칵 @HONG.D


기.다.림.
수채화도 삶도 급하면 탈 난다.
힘을 빼고 기다리면 때가 오더라.



어느 책에도 없는 홍디 멋대로 하늘 그리기 8단계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 기다림은 아직 남아있다. 이렇게 기다리다가 천불 나고 사리 나오겠네. 흐흣. 느긋한 성격으로 오해하실까 봐 밝히지만, 멍 때리고 가만히 기다리지를 못 한다. 하늘엽서들이 소중한 분들과의 만남을 가지런히 기다리는 동안, 바지런하게 다른 일을 쳐내느라 수선을 피운다. 너네들은 납작하게 기다려라. 나는 또 무얼 해낸다. 사부작.

오늘의 하늘길 영업은 이만하면 되었다.

비로소 굿 & 끝.




+덧마디.

이 이야기는 하늘 이야기입니다. 독자 여러분, 하늘에 이끌리는 순간 조심하세요. 특히 자전거나 자동차 핸들을 잡았을 때 주의를 요합니다.


이 글에 사용된 사진은 영상의 캡쳐본입니다. 하늘 그리는 영상이 궁금하시면 홍디 인스타 방문해주세요호홍홍.

https://www.instagram.com/hong.diyo​​


[수물수매] 수요일마다 물드는 수채화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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