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짧은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은 Oct 03. 2023

[짧은 일상] 아쉬움에 관하여

 나는 사람에 대해 호불호가 강한 편이고, 그것을 감추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좋은 사람 앞에서는 웃는 낯을, 싫은 사람 앞에서는 불편한 낯을 구태여 감추려 애쓰지 않았다.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였다. 싫은 이가 있으면 강한 어조로 그를 비난했다. 글을 쓴다는 사람이 이렇게 말하긴 부끄럽지만, 때로는 말의 힘을 망각하고 내가 가진 마음보다 더 과격하게 그를 모욕하기도 했다.

 그렇게 말하는 내면에는 두 가지 심리가 있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는 마음과, 상처 입은 나를 타인을 비난해서라도 달래주고자 하는 마음이다.

최근에 나와 다른 태도를 가진 두 사람을 만났다. 분명 그들은 부당한 일을 겪었다. 나라면 아마 부아가 나서 언성을 높였을 법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나와는 다르게 대응했다. 내 일도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성을 내는 나를 되려 진정시켰다. 다른 두 사람은 똑같이 대답했다.


“저도 좀, 아쉽기는 했어요.”


 ‘아쉽다.’ 사전적으로는 ‘안타깝고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뜻이다. 화를 표현하기에는 말의 온도가 미지근하다. 당사자가 그리 표현하니 나는 금세 김이 새서 내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 같은 표현을 써서 그런지, 또 그 두 사람이 모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그 말이 자꾸 입에 맴돌았다.

 어떤 게 맞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지금도 그들을 아쉽게 한 사람을 언성 높여 비난하고 싶고, 싫은 사람이 있으면 온갖 성을 다 부리고 싶다. 그래도 가끔은 그들을 따라 해볼까 싶다. 나도 비난과 혐오의 언어 대신에 그들처럼 너그럽게, 아쉬움을 표현해볼까 싶다. 날이 선 말을 뱉는 일은 언제든, 너무나 쉽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담으로 다정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은 되도록 귀한 대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너그러운 삶의 태도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귀한 사람들인가, 그들이 ‘아쉬울’ 일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짧은 일상] 모르는 사람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