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푸껫에서 만난 맥스
*익명을 요구한 본 글의 주인공은 모자이크 처리와 맥스(가명) 이름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여행하면서 무엇을 깨달았어?
음 ···
나에 대해서 깨달아.
온전히 낯선 공간에 나를 던져놓잖아.
낯선 공간에서 내가 이제껏 하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하면서 몰랐던 내 모습을 종종 보곤 해.
그리고
나에 대해서 깨달아.
온전히 내 선택으로 이루어지잖아.
그 선택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디를 가고 싶은지 알아야 하지.
일련의 선택하며 난 어떤 사람인지 종종 보곤 해.
여행이란 몰랐던 나의 모습을 찾아가게 해주는 거야.
태국 푸껫 바다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 다시 읽기 ▶ 태국 I 바다는 푸르기만 하지 않아
태국 푸껫 바다를 온몸을 다해 느낀 뒤
카우치서핑을 통해 연락이 닿은 맥스(가명)와 올드타운에서 만난다.
푸껫에 오기 전,
원래 예정되었던 카우치서핑 푸껫 호스트가 연락두절이 되었다.
급하게 이곳저곳 요청을 넣고,
맥스는 내게 호스트가 되지는 못하지만,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한다.
일요 야시장을 가득 채운 인파를 뚫고 우린 한 펍에 들어간다.
바다와 실컷 놀고 난 뒤 노곤해진 몸은
맥주 한잔과 함께 의자에 걸터앉아 온몸으로 해 질 녘 노을 공기를 마신다.
지금까지 96개국 여행을 다녀오고
앞으로 모든 국가를 다녀오는 게 목표인 맥스는
내게 큰 영감을 준다.
맥주 한잔을 마시는 잠깐의 시간 동안
나는 맥스에게서 다양한 삶의 비밀을 엿본다.
미국인인 맥스는 22살에 대학교를 졸업해 홍콩에서 경영 인턴을 시작한다.
3년간의 인턴을 마친 뒤
1년 동안 중국어를 배우는 선택지와
2년 동안 여행하며 프로젝트하는 선택지 기로 앞에 놓인다.
그는 후자를 택해 오랫동안 다양한 경험을 한다.
"나는 고정관념을 좋아해. 사람들이 가진 온갖 편견을 듣곤 하지."
"그게 무슨 말이야? 편견 없이 바라봐야 하는 거 아니야?"
"맞아. 그렇기 때문에 고정관념을 좋아하지.
고정관념을 듣고, 편견을 실제로 경험하여 내가 스스로 편견이 맞는지를 판단하니까.
나는 내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결코 편견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아."
짧게나마 들은 그의 삶 속에서
참으로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
그를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
그에게서 삶의 조언을 얻고 싶다는 바람이 생긴다.
늦어버린 저녁 시간을 끝으로
우린 다시 만남을 기약한다.
만남은 올드타운의 한 로컬 식당에서 이어진다.
탈탈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은 식당 전체를 채우지 못하는 듯
식당 안은 로띠를 만드는 열기가 가득하다.
손님들은 저마다 뜨거운 열기에 땀을 흘리지만
미슐랭 가이드 추천 식당을 놓칠 수 없다는 듯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로띠를 집는다.
맥스에게서 느낀 심상치 않은 느낌은
그가 지내온 삶을 바탕으로 얻을 수 있는 조언을 받겠다는 욕심이 된다.
삶에 대한 욕심 자체가 욕구인 나는 질문지를 준비한다.
* 준비했던 질문
1. 인생에서 하길 잘했다고 생각되는 게 무엇인가요?
2. 사회를 마주할 때, 방황도 했을 텐데, 극복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3.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요?
4. 20대의 자신을 만난다면 뭐라고 조언해 줄 것인가요?
5.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는가요?
6. 평생 기억에 남는 자신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7. 어떤 직업이 당신에게 완전한 행복을 줄 것인가요?
8. 무엇이 두려운가요?
9. 하루에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요?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는 당신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10. 어떻게 하면 나의 일을 잘할 수 있는가요?
11.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정의하는가요?
12.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13. 삶의 신조가 있나요? 혹은 믿는 격언 따위
14. 어릴 적 꿈꾼 야망은 무엇이며, 지금 꿈꾸는 야망은 무엇인가요?
15. 추가적 질문..
준비한 메모를 힐끗 쳐다보고
로띠를 집는 맥스에게 조금씩 질문을 던진다.
이미 살아오며 생각을 곱씹고, 거름으로 만들어놓은 맥스는
나의 질문에 능숙하게 답변한다.
#1. 삶의 태도와 관련해
- 행복한, 야망 있는 사람을 주위에 둬.
- 네가 친구들을 골라
- 소년 시절로 간다면, 나는 그렇게나 많이, 올바르게 살지 않을 거야.
- 네가 무엇을 하려고 해도, 너 스스로에게 지혜로워지려고 노력해. Put Yourself Number One.
- 경력을 자주 바꿔.
- open your mind.
- 위기는 기회야. 금융위기가 있었을 때 나는 기회를 엿보았고, 많은 투자를 했지. 많은 회사가 회복했고 나는 그 뒤로, 투자자로 완전히 전향할 수 있었어. 위기가 오면 기회를 찾아. 그 기회를 이용해. 그저 열린 마음으로 느낌을 따라가.
- 그 공간에서 누가 중요한지를 찾아. 그 중요 인물을 파악하고 그들과 어울려.
- 성공한 사람과 어울려. 루저(loser: 패배자)와 어울리면 네가 야망이 있더라도 줄어들기 마련이야.
- 여행할 때, 어디를 가더라도 네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곳에 가려고 노력해. 가서 무엇을 하더라도 중요하지 않거든.
- 사람들이 포스트 하는 걸 즐겨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야. 특히나 요즘 세대에게는 더욱 당연한 것. 그렇지만, 미디어 속 본 것을 진짜 경험하는 순간을 가져.
- Serendipity. 그런 우연 속에서 기회를 찾아가서 그런 것이지.
- 머물러서 비전을 보고 단계 단계로 올라가는 거야.
- 사람 모두가 아름답지만은 않아. 좋은 면이 있고 나쁜 면도 있는 거야.
#2. 여행과 관련해.
- 내가 여행하며 느꼈던 것은, 인간의 본성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거야. 우리는 문화가 다르기에 다른 습관, 양식을 가지지만, 사람들은 다 같은 본성을 갖고 있어.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아. 경쟁하려 하고, 친절하기도 하며 감정을 나누려고 하지.
- 여행하면서 일부 서양 문화를 수용하면서도 너의 목표를 잃지 마. 나도 여행을 한 이후에 나의 경력 여행을 위한 노력을 했지. 다른 나라에서 인턴하고 나의 경력에 집중했지.
- 땅으로 여행해. 땅으로 여행하는 게 더 많은걸 볼 수 있어.
"동남아시아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마주했어.
물론, 한국도, 미국도 갖고 있지.
그렇지만, 동남아시아는 내게 더 심각하게 다가왔고,
그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회의감과 무력감이 들곤 했어.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언가를 한다고 달라질까?' 같이 말이야."
"너는 작은 걸 할 수 있지.
그 작은 게 한 사람의 인생에 직접적으로 도움도 될 수도 있잖아.
그 한 사람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기에 무력감을 느낄 수 있지만, 너는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거야. Just Go and Flow.
만약 네가 바꿀 수 없는 거라면, 잊어. 네가 만약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게 아주 작은 변화이고, 그게 바로 네가 에너지와 시간을 써야 거라는 거야."
작은 것의 가치는 원래 알고 있고, 나 자신도 스스로를 위로하는 용도로 쓰지만,
그의 말로 다시 듣는 순간은 완전히 다르게 내 뇌리에 들어온다.
- 너의 첫 직장에서 작게나마 하려면 그건 새로운 아이디어도 아니고 매우 간단한 걸 거야. 그런데 네가 한 주에 한 번씩 봉사를 갈 수도 있겠지. 네가 그들을 돕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건 좋겠지.
- 세상을 바꾼다고? 아니. 과거, 나를 통해 세상을 좋게 변화시키고 싶었고, 점차 나 혼자서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힘을 합치라는 걸 깨달았어.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지. 역사는 한 명이 바꿀 수 있다는 걸 말해주지만, 매우 드물지. 아예 경제체제를 바꾸어야 할 것이야. 혁명은 단순히 한 명으로 인해 된 것이 아니야. 전체가 어우러져 세상을 바꾼 거지.
- 오늘날의 미국과 한국 친구들도 세상을 바꿀 수 있어. 너만의 방식으로. 그러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 나는 빌게이츠를 존경하지 않지만, 하나의 면에서 그가 대단하다고 여기는 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거야. 예를 들어 말라리아 예방이 있지. 그걸로 수만 명의 사람들을 살린 거야.
맥스와 대화하며 나는 깊은 마음에서의 고민을 토로한다.
질문을 하면서도 나 자신부터가 정리되지 않은 고민이니
무어라 질문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나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여전히 찾아가고 있기에.
#3. 나의 진로와 관련해
-모든 저널리스트, 심지어 가장 유명한 한 사람이더라도, 너는 내게 세계를 바꾼 저널리스트 한 명의 예시를 줄 수 있니? - 저널리즘은 사람들에게 보고하는 거야.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 저널리즘은 죽어가고 있어. 그건 어떠한 돈도 벌 수 없을 거야. 내가 알고 있던 사람도 저널리즘을 꿈꿨었는데, 그는 홍콩에서 로이터에서 인턴하고 나서 저널리즘이 죽어가는 전문성이라고 파악하고 인턴십 이후에 안 하기로 결정했지.
- 그렇지만, 네가 하고 싶은 거라면 해야지. 죽고 있다는 게 그걸 막을 방법은 아니야. 그러니, 인턴십을 통해서 경험해 봐. 인턴십을 고르는 게 중요해. 그 현장에서 너에게 직접 맞는지 아닌지를 골라야 하지.
- 미국에서의 저널리즘은 보통 정치적 운동권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공부하려는 거야.
- 나는 인턴십을 고를 때, 내가 가고 싶은 장소를 먼저 골랐어. 아시아였지. 그래 중국은 어떨까? 중국에서 비즈니스 하기 좋은 곳은 어디지 상하이. 그래 상하이의 직업을 알아봤어. 이후에 나는 홍콩에서 일하게 된 거지.
- 네가 영향을 끼치고 싶은 거라면, 미국을 예시로 생각해 봐. 어떤 저널리스트가 야당의 정치체제를 바꾸려고 할까? 네가 만약 a 편을 들기로 했다면, 너는 계속 a를 옹호하는 기사를 쓰게 될 거야.
- 자선단체나 다른 이의 삶을 도와주는 걸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사업을 통해서든, 미디어를 통해서든, 정치를 통해서든, 이 모든 걸 집중하는 기술은 바로 세일즈야. Salesman Ship. 변호사든, 저널리즘이든, 무슨 어떤 일을 하든, 어떻게 세일즈 하는지를 배워. 너는 세일즈 관련한 수업을 들을 수도 있고, 세일즈 관련 직업을 얻을 수도 있지.
- 세일즈에 경력이 없다면, 일부분 세일즈에 시간을 써봐. 다국적기업에서의 좋은 훈련. 작은 회사가 아니라.
- 네가 어떤 활동을 하든 간에 너는 대인관계 능력과 조직을 이루는 데 있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파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야.
그는 내 질문이 끝나자마자 속사포로 답을 한다.
그의 답변에 고개를 열정적이게 끄덕이다 보니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시계 초침이 가는 걸 막지 못하기에
나는 그에게 마지막 두 가지 질문을 한다.
"맥스, 지금 제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나요?"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거, 계속해.
호기심 갖고 여행하고 다양한 질문을 네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해.
너의 이번 년 목표는 이 엄청난 세계여행을 즐기는 거야,
그리고 스펀지가 되는 거야. 다양한 의견을 흡입해 봐.
일필휘지 유창하게 대답하는 맥스에게
그의 삶을, 삶에서 나온 지혜를 전해주어 고맙다고 전한다.
어느덧 버스 시간이 다가와 대화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분침이 내게 알린다.
아쉬움을 털며 맥스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삶의 이유가 뭐예요?"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깊게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연다.
난 여전히 이루고 싶은 게 있어.
모든 국가를 다 가보고 싶고,
경영하는 회사도 더 크게 확장하고 싶어.
앞의 목표를 바라보며 전략적으로 사고하며 살고 있지.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어.
그게 어쩌면 삶의 이유겠지.
#. 맥스와 만난 첫날밤, 그와 헤어진 후.
10시가 되어 야시장이 정리할 때 즈음,
구글에서 우연히 발견한 근처 전망대에 갔다.
가는 길에 배터리도 얼마 안 남고 생각보다 어두워서 고민했다.
근데 마음이 가자고 내게 말했다.
마음이 가는 대로 가보니,
참으로 아름다운 야경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달과 도시의 불빛이 어우러진 푸껫의 밤을 바라보며
오늘 새롭게 알게 된 바다의 매력을 돌이킨다.
아름답다.
지금 내가 바라보는 이 불빛도,
나의 소중한 이들에게도 비추는 저 달도,
푸껫의 평화로운 이 밤도,
아름답다.
푸껫에서의 둘째 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맥스가 들려준 삶의 조언을 가슴에 품은 뒤
나는 태국 방콕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데이지 (신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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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