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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 데이지 Sep 01. 2024

태국 I 바다는 푸르기만 하지 않아

데이지 버킷리스트 ⑧ 태국 푸껫에서 스노클링 하기

▶ [너의 데이지] 19화 : 만약 신이 원한다면


핫야이에서 윈과 헤어지고 푸껫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태국 소년과 조그만 이야기를 나눈다.

나와 동갑인 그는 한국인을 처음 본다며 수줍은 웃음을 짓는다.

번역기 위에 태국어를 꾹꾹 눌러 담는 모습이 참으로 풋풋해 보인다.


태국 푸켓으로 향하는 버스는 7시간 넘게 달리던 중, 달콤한 대추와 함께 일출을 맞이한다.


'동갑내기 친구 중에 이리 순수한 미소를 가진 이가 있었나?'


때 묻지 않은 수줍은 미소를 가진 그가 나와 동갑이라는 사실에 낯설어하는데 

엄마가 싸주었다며 살포시 꺼낸 도시락에서 대추 간식을 건넨다.


수줍은 태국 소년의 미소 때문일까,

그가 건넨 대추 간식이 달달하기 때문일까,

창 밖 사이로 조금씩 드러나는 태국 푸껫 바다는 푸르른 달콤함을 품고 있다.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찾는 태국.

미디어를 통해 들어온 태국의 섬, 푸껫은 어느 순간 내 머리에 인식되어

언젠가는 가야 하는 장소가 되었다.


푸껫에 도착하고 스노클링을 비롯해 푸껫 섬 곳곳을 구경하는 투어를 발견한다.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 스노클링 해보기


바다와 가까이 지낸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물장구를 치며 수영 흉내만 내던 게 전부였던 나는

바닷속 세상에 대한 갈망을 남모르게 갖고 있었다.


스노클링, 스킨스쿠버, 프리다이빙 등

바다와 함께 무궁무진하게 놀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우연히 발견한 '스노클링 투어'란 글자는 나를 사로잡았고,

푸껫의 바다냄새는 어린 시절 품은 바닷속에 대한 동경을 상기시킨다. 


다음날 아침, 준비된 유람선에 오른다. 

바다 위를 달리는 유람선 창문 너머 바람은 내게 인사한다.

상쾌한 기분은 포화상태가 되어 행복을 만든다. 


에메랄드 빛을 품은 푸켓의 모든 바다

푸른 에메랄드빛으로 가득한 푸껫 바다는

반짝반짝 우아하게 자태를 드러낸다.

햇살에 반사된 빛은 절대적인 속도로 내게 다가와 속삭인다.


바다는 파란색만 존재하지 않아.


속삭임은 두 눈으로 확인되어

파란빛과 초록빛의 조화를 이루어낸다.

조화는 에메랄드빛을 더욱 찬란하게 한다.



보트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흥을 맞추고

에메랄드빛 바다의 아름다움과 인사하며

진한 남색의 물결을 들이마시고

바람이 내뿜는 시원함을 음미한다.


유람선 위에서 바다를 힘껏 음미하기도,

섬에 정박해 모래사장을 걸으며 바다를 은은히 음미하기도,

달리는 바람과 함께 바다를 부드럽게 음미하기도 한다.


'노래는 멈춤의 미학이다.

그 당시 머물러있는 순간을 기록하는 미학.

순간이 흘러도 그 당시 순간을 머무르게 하는 미학.

포착된 그 감정을 가사와 멜로디로 표출해 웅얼거리게 하는 미학.'


행복이라는 말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 순간.

보트 위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온갖 상상을 펼친다. 


지금 이 순간,

시원함,

물,

바다,

노래

···


음 음 음

행복하다.



안내원이 나눠준 스노클링 장비를 만지작 거리며 바다에 들어간다. 

스노클링 장비로 숨 쉬는 법을 모른 채 바닷속을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하지만,

꽉 닫은 폐를 잊게 만드는 바닷속은 신비로운 새로운 세계로 나를 이끈다.

생전 처음 보는 바닷속 생물들을 보니 신나는 감정 너머로 울컥함이 밀려온다. 

미디어 너머 바라본 세상으로 알고 있던 바닷 속이더라도

살갗 너머로 느껴지는 바닷물 온도와

간간이 들려오는 기포 소리와 숨소리는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든다. 


깨끗하고 신비로운 바닷속 세상에서 나는

지구가 품은 환상적인 모습을 몰래 엿볼 뿐이다. 


첫 스노클링! 바닷속 세상은 이제껏 보지 못한 또 다른 세계이다.


푸껫의 바다 위 펼쳐진 오감각의 행진은


시원하고,

웃음이 나고,

아름다우며,

두근거린다.


바다 사람들의 미소는

내 마음을 간지럽힌다.


온갖 여유와 햇살,

바람과 파도 내음새를 품은 그 미소는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저 황홀하다는 말 밖에,

그저 아름답다는 말 밖에.


그저 가만히 바다를 바라만 봐도 좋은 마야비치


인도네시아 발리의 바다는 붉은 색채로 따뜻함이 느껴진다면

태국 피피섬을 비롯한 푸껫 바다는 푸른 색채로 시원함이 느껴진다. 

발리에서도, 푸껫에서도 느끼는 공통점은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분위기이다.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순수함과 친절함, 

세찬 바람에 깊게 그을린 피부,

바다를 듬뿍 들이마신 여유로움과 미소는 

강렬하지만 은은하게 내게 돌진한다.



스노클링을 마치고 다시 푸껫 시내로 이동하는 배 안.

다른 이들은 노곤한 마음으로 달콤한 선잠에 빠진다.


방금 일어난 환상적인 순간을 떠올린다.

아직 마르지 않은 물의 촉감을 느끼며 그림 같은 파도를 바라본다.


생애 처음으로 한 스노클링은 바다 수면 아래의 세계를 보여주었고,

오로지 깊지 않은 물에서만 물장난 치며 논 것이 그저 다였던 나에게

바다가 무궁무진하게 놀거리가 많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바다라는 친구에게서 새로운 면을 느낀다.

난 그 새로운 면과 사랑에 빠진다.



방금 경험한 환상적인 순간에 떨림을 온전히 기억하려는 마음은

선잠으로 가는 입구를 막는다.

드넓게 펼쳐진 바다 위를 유유히 다니며

아직 마르지 않은 물의 촉감을 느낀다.

창가 넘어 펼쳐진 그림 같은 바다를 보며 나직이 읊조린다.



물을 사랑해.

바다를 사랑해.





#. 스노클링 이후 푸껫 야시장을 구경하며


야시장 거리 위에는 다양한 버스킹이 펼쳐진다.

꼬마 아이의 귀여운 팝송,

대학생 친구들의 잔잔한 태국 노래 등

다양한 공연 중에서

한 노인의 일렉기타 연주 공연 앞자리를 잡는다. 


연주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 노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행위 위에서 춤추는 그 모습을, 

무언가에 심취하고 열광하며 즐기는 

그 모습을 보며 괜히 감동을 느낀다.

무언가 심취하며 그 심취로부터 나오는 미소는 

무엇보다 강렬하고 멋지다.


나도 저 노인처럼 늙어야지.

나도 늙을 때까지 악기를 연주하고 

음미하면서 사는 노인이 되어야지.

늙어서도 무언가에 심취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the_daisy_path : 인스타그램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나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블로그와 유튜브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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