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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 데이지 Sep 08. 2024

태국Ⅰ살갗을 스치는 물결을 느껴

데이지 버킷리스트⑨,⑩ 까오산거리 여행자 기분 느끼기/송크란 축제 줄기기

*일러두기 : 글에 나온 호스트는 '카우치서핑'을 통해 만난 호스트입니다. 


까오산로드(Khao San Road).


배낭여행자라면 한 번쯤 들어본 거리, 까오산 로드. 


방콕 관광지의 중심에 있는 까오산 로드는 

저렴한 숙박과 다양한 길거리 음식으로 배낭여행자에게 유명하다. 


태국식 오믈렛, 

파파야 샐러드,

팟타이,

똠양꿍 등 

태국 특색을 느끼는 길거리 음식은 물론

까오산 로드를 채운 로컬 기념품과 수공예품은 

지나가는 나그네를 사로잡는다. 



어릴 적 내게 '태국'은,  

한 번도 가지 못한 먼 곳에 불과했다. 

태국의 까오산 로드 존재 자체도 몰랐다. 


그러던 중, 즐겨보던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까오산 로드를 보았고,

그 순간부터 나는 까오산 로드를 걸으며 한껏 여행에 취한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송크란 축제를 즐기는 여행자들


"전 세계인이 물총싸움을 한다고?"


까오산 거리와 더불어 태국에서 하고 싶던 것은 송크란 축제. 

송크란 축제는 태국의 전통적인 명절이다.


*송크란 축제: 타이 전통의 새해 첫날을 축하하며 매년 4월에 타이 전역에서 열리는 축제 (지식백과)


사람들은 송크란을 맞아 너나없이 

물총과 호스를 장전해 서로에게 물을 뿌린다. 

무더운 날씨를 날리며 새해의 새로운 시작으로 정화를 하기 위해서다.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⑨ : 태국 까오산 로드에서 여행자 기분 느끼기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⑩ : 송크란 축제 즐기기


구수하고 달달한 냄새를 맡으며 까오산 거리 음식을 먹고

거리에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기며 

처음 보는 이와 미소를 나누며 물총놀이를 하고 싶다는 열망은 

배낭을 이끌고 방콕으로 가는 밤버스에 몸을 싣는다. 




아무 곳에서든 누우면 

바로 자버리는 대견한 몸 덕분에

밤 버스는 내게 편안한 집이 된다.


편안한 집에서 나오면

아침과 함께 떠진 눈앞에

색다른 도시 풍경이 펼쳐진다.


15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방콕 호스트를 만나러 걸어간다.


엘프처럼 생긴 아름다운 태국 사람들을 힐끔 쳐다보며

낯선 이에게 길을 물어본다.


그렇게 새로운 여행이 또다시 시작된다.


나의 버킷리스트인 까오산 로드에 가기 전, 

호스트인 지트라의 아들 용은 방콕 일대 이곳저곳을 소개해준다. 



방콕 호스트 지트라의 이야기 ▶ [너의 데이지] 21화 : 부모가 된다는 건



황금색으로 뾰족하게 뻗어나간 태국 사원부터

태국 전통 목조 건물과 현대 콘크리트까지 

방콕 거리를 감싸는 건물을 지나치며 태국 공기를 음미한다. 


사원 불상 위에 물을 뿌리는 의식을 하기도,

물이 흘러내리며 과거 불행을 씻고 앞으로의 행복을 바라기도 한다. 


태국의 최대 명절, 송크란을 맞이한 거리 곳곳은 

물총을 든 사람들로 즐비하다. 


물을 가득 장전하는 꼬마아이,

호스로 물통에 물을 담는 아줌마,

물을 피하려는 아저씨,

물에 몸을 맡기려는 여행자까지.

저마다 각양각색으로 송크란 행사를 즐긴다. 


서로에게 물을 뿌리니

방콕을 강타한 뜨거운 공기는 시원하게 변한다.


강렬한 태양은 사원 뒤로 지면서도 빛을 내뿜는다.

어스름이 질 때즈음,

까오산 로드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발을 옮기며 말한다. 


"용! 까오산 로드는 내가 어릴 적부터 오고 싶었던 곳이었어.

뜨거운 태양마저도 내 꿈을 녹이지 못했나 봐

오랫동안 꿈꿔온 그곳으로 간다는 사실이 너무 설레!"





잔뜩 신난 나를 반기는 까오산 로드는 

송끄란 축제를 즐기는 이들로 가득하다.


각양각색의 간판을 가진 상점과 바, 

마지막 밤을 불태우겠다는 소리를 내뿜는 클럽,

화려해진 조명으로 거리를 비추는 상점들은 여행자에게 흥을 더한다. 


시각을 사로잡은 빛에 질세라

후각 동원대는 길거리 음식 냄새를 쫓아간다. 

매콤하고 달콤한 냄새를 쫓는 후각은

이내 덮쳐오는 물세례를 가진 촉각에 주도권을 뺏긴다.


수많은 이들이 까오산 로드 위에서 

물총을 장전하며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을 만끽한다.



나 역시,

한 손 가득 물을 채워 

온몸으로 축제 현장에 빨려간다.



가득 찬 인파 속

살갗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서 있는 사람의 볼에

밀가루 반죽을 묻힌다.



내 손결을 느낀 상대방은

웃음을 지으며 내게 물을 뿌린다.



이미 다 젖은 머리카락과 옷깃은

상대의 물총을 시원하게 반길 뿐이다.



카우치서핑을 통해 만난 친구들과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축제라는 행사는 참으로 놀라운 힘을 가졌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과

미소 짓고, 어깨를 나누며, 춤을 추게 하기 때문이다.


신나는 노래와 사람들의 환호 소리로 뒤덮인 거리는

우리가 이전에 알고 있는지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서로 웃음을 나누며 즐길 준비가 되었는지만이 중요하다.


거리를 걷는 행인 모두는 

어디서 왔는지,

정체가 무엇인지,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상관하지 않은 채 

그저 서로에게 웃음 지으며 물을 뿌린다. 


우린 길거리에서 처음 만나도 함께 사진을 찍고 축제를 즐긴다.

거리 전체를 감싸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클럽의 음악소리는 

한 편의 교향악단을 만들고

촉각을 담당하는 물총은

발사되는 물로 교향악단을 지휘한다. 


태국 방콕 거리를 가득 채운 물총 소리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섞여 여름밤을 시원하게 바꾼다.

시원함은 내 뺨을 타고 흐르며 잊지 못할 순간이 된다.


나는 첫날 밤 이후 둘째 밤에도 까오산 로드를 찾았다.


서로의 무기를 확인한 전사는 조금씩 전투 거리로 행진한다.

한 걸음 내딛는 전사의 살갗을 수많은 물이 스쳐 간다.


전사들은

차가운 물에 소리를 지르고

함께 노래 부르며

흥에 겨워 춤을 춘다.


서로의 젖은 모습을 보고 웃기도 하고

시원한 맥주병을 사이로 짧게 삶을 공유한다.


스피커 넘어 고동치는 음악은

우리의 목소리를 잠식하더라도

우린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데이지야. 지금 휴학하고 세계를 여행하고 있고, 

오늘은 송크란을 즐기러 방콕에 왔어!"


커다란 클럽 음악 소리를 뚫기 위해

큰 목소리로 다른 여행객에게 나를 소개한다. 


간절히 바라던 그 순간,

어릴 적 보았던 텔레비전 속의 까오산 로드 한 건물에

물총을 들고 사람들에게 웃고 있는 내 모습이 비친다.


 "내가 지금 까오산 로드에 있어!

그토록 바라던 까오산 로드에서 송크란을 즐기고 있어!"






풀린 나사에 봉쇄되어 있던 흥이 와르르 쏟아지듯

잔뜩 올라버린 흥에 취해 힘껏 소리친다.

물을 장전하며 송크란 속으로 뛰어들면서 말한다. 


"정말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어!"


오랫동안 꿈꿔온 이 순간에,

그 무엇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축제 분위기에 흠뻑 젖는다.



어릴 적, 텔레비전 속 까오산 로드

그 이상, 최고의 까오산 로드의 순간이었다.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the_daisy_path : 인스타그램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나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블로그와 유튜브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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