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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뭘 해도 잘할 거야

스페인 순례길에서 만난 천재희

by 여행가 데이지


각자 저마다의 이유를 갖고

각자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방향이 맞으면 함께 걷고,

맞지 않으면 따로 걷기도,

방향을 변경해 같이 걷기도 한다.

저마다 길 위에서

우린 지나가는 나그네에서 미소 짓고

서로의 모습을 목격한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길을 나아간다.


20231010_112513.jpg?type=w773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하며






유럽 여행의 끝자락에서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 오른다.

순례길을 걸으며 이전까지 하지 못한

나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한다.

순례길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안온하고, 평화롭다.

길 위의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웃음을 짓고,

순례자와 만나 ‘부인 카미노’를 외친다.

매우 힘겹게 올라가며 사투하는 한국 남자분도,

스틱을 갖고 능숙히 올라가는 중년의 외국 분도,

강아지와 함께 순례길을 하는 길쭉한 남성분도.

이 길 위에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까미노(Camino) 평화가 짙게 베여있음을 느낀다.

걷고 또 걸으며 순례길을 음미한다.

동시에, 잊지 못할 소중한 인연들을 만난다.


20231010_112800.jpg?type=w773 순례길을 시작하면서


순례길 3일 차 (2023.10.12)

집중을 위해 이른 저녁에 잠든 어젯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우다 보니

5시 즈음이 되어 한 한국 분이 지나간다.

"안녕하세요"

보자마자 한국인이라 생각해

나도 모르게 한국어로 덜컥 인사한다.

"한국 분이세요?"

빨래를 가져온 그는 내게 묻는다.

세계여행 중이라는 내 말에 그는

자기 무리에도 세계여행하는 사람이 있다며 반갑게 묻는다.

"오늘 팜플로나까지 갈 거예요.

어디까지 가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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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팜플로냐에서 만나 다 같이 걷기 시작한다.


여행 일정 상 순례길을 한 달 안에 끝내야 하기에

팜플로나보다 더 갈 예정이던 나는

동행 생각 없이 그저 웃으며 대응한다.

'팜플로나에서 같이 점심만 먹고 헤어져야겠다.'

이미 그들은 나를 한 가족으로 맞이해 주는지

반갑게 인사하며 푸짐한 아침상을 함께 한다.

예산을 아낀다며 빵과 초콜릿으로 버틴 3일 차에서

처음 본 그들은 어제 준비한 각종 시리얼과 빵을 내게 나눈다.

사 먹을 엄두조차 내지 않던

자판기 커피도 얹어준다.

어느새 형성된 든든한 밥상 앞에서 함께 인사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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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함께 가게된 언니 오빠들


"21살이에요?

헉 이제 막내자리 뺏겼다 ~"

세계여행 7개월 차이며 나이를 밝히니

본인을 천재희라고 소개하는 그는

친근하게 웃으며 농담을 친다.



"막내가 좋은데 ~~

아쉬워~"

재희 언니와 함께

재희 언니는 부산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내오다

아버지의 임종 후, 뉴질랜드로 이민 왔다.

"내가 9살 즈음이야.

어쩌면 아빠가 돌아간 영향으로 엄마는 뉴질랜드 이민을 생각한 거 같아."

뉴질랜드에서 학석사 연계과정으로 생명과학을 전공한 언니는

연구실에서 일하는 중이다.

"아빠는 암으로 돌아가셨어.

아빠가 떠난 뒤, 도대체 암이 뭐길래 사람들이 암의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지 궁금했어.


우리 아빠를 죽음으로 만든 그게 뭔지 알고 싶어서 생물을 공부하게 되었지."

투박한 말투로 말하는 재희 언니는

웃음 뒤에 가려진 본인의 단단해진 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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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을 걸으며


1년 석사와 2년 석사는 다른 대우를 받기에

뉴질랜드에서 석사를 땄지만,

유럽에서 석사를 딴 뒤 일을 해볼 예정인 그는

30살 즈음에 박사를 할 생각이라 말한다.

22살이지만, 자신의 진로를 그려나가는 그의 모습이 멋지다.

단순히 사회가 만든 길이 아닌 자기의 길.

마치 우리가 바라보는 분홍빛의 하늘처럼

자기의 목소리를 따라 물감을 풀어내는 그의 스케치북이 아름다워 보인다.

"아빠는 내가 어릴 적 돌아가셨지만,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어땠을까를 종종 생각해.

우리 부모님도 어린 시절이 있었고,

그들도 우리를 위해 자신의 것을 포기한 순간이 많았겠지"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왈칵 나온다.

언니도 이내 눈물을 흘린다.

스페인의 한 시골마을에서 우린 눈물로 서로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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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 언니와 함께 도착 후 마을을 구경하며

낯선 나라에서 피땀 흘린 엄마의 노력을 알기에

재희 언니는 대학교 1학년이 되자마자 신체적으로, 경제적으로 독립했다.

그는 장학금과 조교, 아르바이트로

경비를 마련해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나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

언니의 모습을 보며 나를 바라본다.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독립을 했던 지난 순간.

'진정한 어른은 경제적 독립이 선행조건'이라는 어릴 적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을 위해

과외와 아르바이트, 장학금을 틈틈이 모은 나 자신.

그런 나 자신을 한 번도 자랑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은 나는

언니를 바라보며 나에게 말한다.

"예진아, 자랑스럽다!

재희 언니도 자랑스러워!"

"맞아! 우리 둘 다 정말 멋진 사람이야!"

서로를 향해,

자신을 향해,

꾹 참고 견뎌온 지난날의 우리를 향해,

우린 아낌없이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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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에서 잔뜩 비를 맞은 뒤


우린 동일한 MBTI (ENFJ)이 자 좋아하는 이야기 주제도 같다.

순례길 위에서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언니,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뭐였어?"

"석사 졸업논문 쓸 때가 가장 힘들었어.

연구실에 아침에 들어가 밤늦게 나오는 게 일상이던 시절이었지."

"그걸 버티게 만든 건 뭐였어?"

그건, 여행이었다.

이대로면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는

곧바로 유럽행 티켓을 끊었다.

논문을 제출한 다음날 바로 유럽으로 떠났다.

이번엔 언니가 묻는다.

"진정한 친구가 뭐라고 생각해?"

"나는 모두가 나의 친구야.

나와 방금 처음 만나 인사해도 나의 친구인걸.

그렇지만, 진정한 친구라면 ···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함께 슬퍼해주는 사람.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야.

서로에게 성장을 주는 관계 말이야."

언니와 대화하며

내가 몰랐던 머릿속의 생각과 마주하게 된다.

순례길을 걸으며 나눈 우리의 대화는

조금씩 산티아고에 가까워지듯이

조금씩 우리의 거리를 가깝게 해 준다.


순례길 6일 차 (2024.10.15)



우린 6일 차에 20km를 함께 걸었다

6일 차 아침 7시.

재희 언니와 준비를 같이 마친 뒤 함께 출발한다.

가을이 왔기 때문인지, 해가 늦잠을 부리는지,

8시가 되어도 밖은 여전히 껌껌하다.

마을 밖을 빠져나가는 다리를 건너는데

다리 너머 또렷한 별들이 반짝이며 인사한다.


우리의 걸음과 비슷한 속도로 해는 모습을 드러낸다.

일출은 분홍빛 구름을 데리고 와 인사한다.

"우와! 재희 언니!

비행운들이 하나의 별 같아!"

일출 분홍빛과 어우러져

파란 도화지 위에 수채화를 세놓은 듯한 하늘.

아름다운 하늘 아래에서 우린 웃음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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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의 하늘과 함께


800km를 걷는 순례길의 여정 속에서

우리가 마주한 아름다운 일출, 하늘처럼

삶이라는 여정 속에서

우리가 마주한 수많은 도전, 노력을 바라본다.

길 위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소리 내어 웃는다.

재희 언니는 웃음 끝에 말한다.

"예진아, 너는 정말 멋진 사람이야.

너는 뭘 해도 잘 해낼 거야. 내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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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루,

언니는 걸으며 힘듦을 토로한다.

"힘들다.."

기덕 오빠는 말한다.

"날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어떻게든 잘 되겠지라는 마인드가 중요해."

나도 덧붙인다.

"결국 다 우리 생각이지.

힘들다고 말하면 힘든 거야.

좋다고 말하면 좋은 거지.

생각이 태도가 되고, 태도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삶이 되잖아."

"안 힘들다 ~~~!"

언니는 우리 마인드를 따라 하며 길 위에서 목청껏 말한다.

나는 내가 절대적으로 믿는 두 가지 법칙 중 하나를 언급한다.

"재희 언니, 유인력의 법칙을 들어봤어?

내가 무언가를 생각하면

온 우주가 그 무언가를 나에게 끌어당기려고 도와준다는 법칙이야.

내가 생각하면 이루어지게 하는 마법이지.

우리가 긍정적인 표현해야 하는 이유야.

'안 힘들다'라는 말에도 '힘들다'는 표현이 들어있잖아,

부정 단어를 쓰는 순간 그 단어를 끌어당기는 에너지가 작동해.

'안 힘들다'보다, '좋다!', '재밌다!' 같이 긍정 단어를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우린 순례길 위에서

세상을 향해 다 함께 외친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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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용기를 줘서 고마워요


알베르게에 도착해 여느 때처럼 휴식을 취한다.

나는 재희 언니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내 삶의 이유는,
세계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고,
정말 다양한 경험들이 있잖아.

지금 이 순간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걸 보고, 듣고, 경험하고 싶어.
삶은 짧고, 우리의 삶은 끝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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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레온 성당에서 재희 언니, 기덕 오빠와 함께


재희 언니는 홀로 여행한 크로아티아를 꺼내며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지만,

외롭고, 재미없던 여행이라 말한다.

"결국 여행도 사람 여행이야."

지난 7개월간의 여행에서

나도 똑같이 느꼈다.

"공감해.

결국 여행은 상대방의 삶을 알아가는 거잖아."

함께 그 순간을 공유할 사람들이 있는 것,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경험하는 것,

함께 웃음을 나누고 슬픔을 공유하는 것.

이것이 여행이다.

나는 이런 여행이 참 좋다.

언니에게 말한다.


"여기서의 삶은 매우 단순해.

아침에 일어나면 걷고,

도착하면 뭐 먹을지 생각하고,

먹고 나면 잠깐 산책하고,

그리고 다시 자고···.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 없이 하루하루 이 순간을 살아가는 거잖아.

그래서 참 좋은 거 같아.

더욱이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라니.

나는 지금 매우 행복해.

아직 순례길이 끝나지도 않았지만,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할 거란 걸 난 지금도 알아."



"생각해 봐,

우리가 전 세계에서 스페인이라는 곳에서

바로 이 시기에 순례길을 시작하고

바로 이 시간에 이 장소를 지난다는 모든 우연성을 말이야.

순례길에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게 얼마나 행운인지,

얼마나 확률적으로 희박한 일이지 말이야.

물론 다른 이들을 만나고 좋은 사람들이겠지만,

지금 이 사람들을 만나 정말 행복하고 감사해."

우연히 만난 언니 오빠들과 함께

알베르 게레 도착해

저녁과 아침 장을 보고

저녁을 만들고

이야기 나누며 웃던 시간들

쏜살같이 지나간 순례길에서의 시간들을

하나하나 붙잡으며 꼭 껴안고 싶은 모든 순간들.

그 순간 찰나의 한 토씨까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drive-download-20240314T023201Z-001.jpg?type=w773 순례길을 함께 걸은 사람들


저마다 각자의 인생을 갖고 살아오다,

삶에서 잠시 쉼을 주어 스페인까지 날아온 이 사람들.

이 사람들을 스페인 작은 산골에서 만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으며 웃고 걸음을 걱정해 주는 날의 확률이 얼마나 될까?

지금 아니면, 우리가 다시 이렇게 만나게 되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고 귀하다.

더욱 이 순간에 충실하고, 정성을 갖게 된다.

순례길 6일 차, 감사한 밤이

스페인 작은 마을에서 10월의 밤에 녹아든다.

알베르게 침대 옆 창가가 열려있고, 그 사이로 밤공기가 들어온다.

고양이가 길거리를 지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서술하는 것,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것.

내가 좋아하는 순간이자,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방법이다.

순례길 8-9일 차 (2024.10.17)

하루는 마을에 도착한 뒤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데

마지막으로 도착한 재희 언니가 울면서 문에 들어선다.

"언니,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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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무리하게 걸어 발이 부었다.


발이 퉁퉁 분은 채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언니는

서러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언니를 둘러싼 이들은

갖고 있던 약을 가져오고,

붕대를 사 오며

본인의 방식으로 언니를 위로한다.

다현 언니와 함께 재희 언니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언니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아픈데도 여기까지 걸어온 게 대단한 거야. "

다음날,

발목 통증이 심해졌지만,

언니는 우리와 함께 가겠다고 말한다.



"발목 보호대를 하고 걸으니 괜찮은 거 같아."

우리와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을 알고 있지만,

분명히 걷다 보면 무리가 올게 분명하다

언니는 10분 정도 근처를 걸은 뒤 아픔을 호소한다.

이별을 맞이할 수밖에 없기에

언니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다.

"괜찮아.

원래 우리는 다 헤어지는 거야.

나중에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거야."

언니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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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12일 차 (2024.10.21)

"재희 언니!!!!!!!!!"

재희 언니는 부상을 회복한 뒤,

우리를 만나고자 버스를 타고 넘어온다.

"헤어지고 난 뒤,

우리가 자꾸 생각났어.

너희랑 같이 못 걷는다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더라."

함께 건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느새 우린 마음을 함께 주고받았다.



"오로지 걸음으로 순례길을 완주한다는 의미보다

너희랑 함께 걷는다는 의미가 내게 더 커.

죽을 만큼 너희랑 걷고 싶었어."

우린 다시 만나게 된 기쁨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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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을 걸으며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


순례길 13일 차(10.22)

언니와의 재회가 무색하게

나는 일정상 언니 오빠와 작별하게 된다.

부르고스 마을에 요란하게 종소리가 울린다.


재희 언니와 헤어지기 전

홀로 순례길에 오르기 전,

재희 언니와 작별 인사를 한다.

세계여행 중인 언니도

남아메리카를 여행 중이기에

우린 만남을 약속한다.

"재희 언니, 우리 남아메리카에서 보자!

카미노 가는 길에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아무도 몰라!

그러니, 부엔 까미노!"

"예진아, 건강하고, 항상 조심해야 돼.

부엔 까미노!"





이후 우린 아르헨티나에서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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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대략 2개월 뒤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다시 만난다


재희 언니는 6개월간의 세계여행 끝에 와있다.

우린 지난 여행을 돌아보며

여행이 주는 즐거움을 나눈다.


(재희)

"내 친구들은 나를 정말 대단한 사람으로 보는 편이야.

그렇지만, 나는 생각해.

이게 왜 대단하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시간과 돈과 각오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세계여행은 내가 못할 짓이라는 건 자기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는 거야.

800km를 어떻게 걸어? 그냥 걷는 거지. 깊이 생각할 바엔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예진)

"동의해,.

그렇게 여행을 시작해서, 어느덧 끝이 되었네.

여행 어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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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

"내일 뭐 하지? 어디 가지?를 고민하는 날들이었어.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계속됐잖아.

매 순간이 다이내믹했지.

낯선 환경에서 혼자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경험이 재밌었어.

너는?"

(예진)

"역문화 충격 (culture reversal shock)이란 개념이 있어.

자기는 너무 달라졌지만,

돌아가는 공간은 그대로일 때 받는 충격이지.

나는 여행을 통해 정말 달라졌는데,

그대로일 한국의 환경에서 내가 어떻게 헤쳐나갈지 생각하고 있어."

(재희)

"예진아, 한국이라는 사회는 너무 너에게 작아.

네가 더 펼쳐나갔으면 좋겠어.

나한테 뉴질랜드가 작지.

예전에는 누가 옥스퍼드를 넣을 생각을 했겠어.

여행하면서 용기를 얻어서 신청했고, 면접을 성공적으로 봤잖아.

여행하면서 내가 가지지 못했던 용기를 갖게 되는 거 같아.

스카이다이빙도 하고. 나는 하늘에서 뛰어내린 사람인데 못할게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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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

"여행을 통해 용기와 동기를 얻는 거야."

(재희)

"단순해지는 거지.

여행에서는 고민 없이 그냥 하는 거야.

눈앞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거에 충실하게 되는 거지.

너는 뭘 배웠어?"

(예진)

"정말 많이 배웠지.

지금 기억나는 첫 번째는,

내가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

그러면서도 동시에 한국에 있는 나의 사람들이 생각이 나더라고.

이 사람이 내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구나를 깨닫게 되는 거지.

내가 에너지를 쏟고 싶은 사람들에게 쏟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사람한테 쉽게 질린다는 것도 깨달았어.

그 사람에게서 배울 점이 없거나,

그 시간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면 쉽게 그 사람에게 질리는 거야."


(재희)

"여행하면서 배운 것을 통해 내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가고 싶으면서도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어.

내가 또 어울리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지니까 그것도 혼란스러운 거 같아."


(예진)

"맞지 계속 찾아가는 거지.

다양한 페르소나를 갖는 건 당연한 거 같아.

그렇지만, 그 속에서 코어는 변하지 않는 거 같아.

나만의 코어를 아는 게 중요해.

상황은 환경은 계속 바뀌지만,

그 속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 말이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재희언니와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난 재희 언니는

순례길에서 보지 못한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여준다.

언제나 꼭 잘 될 거라고 말해주던 언니,

길거리에서 폰을 도난당하고도 끝까지 나를 챙겨주던 언니,

가기 전 아침으로 든든하게 먹으라고 먹거리를 사주던 언니.




불과 한 살 차이이지만,

언니는 듬직하게 나를 챙기고

언제나 나를 위해 준다.

순례길 순간보다 더 깊어진 언니와

우린 헤어지면서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한다.






해당 편은 영상을 통해서도 생생히 만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PGfvhGgauw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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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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