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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후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프랑스 보르도에서 만난 소피아

by 여행가 데이지

여행의 이유는 다양하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변화를 느끼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서로와

교감하고

대화 나누며

미소 지으며 삶을 느낀다.


미소를 언어로 우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존재를 확인하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는 여행하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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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보르도에서


순례길이 시작하는 마을인 프랑스 생장에 가기 위해

프랑스 보르도에서 하룻밤을 계획한다.


18세기 건축물이 늘어선 보르도 거리는

물이 잔잔하게 깔린 광장으로 이어진다.


'미러 드 워터' (Le Miroir d'Eau) 광장은

물의 반사 효과로 보르도의 아름다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유럽 여행의 막바지를 맞으며

지난 여행을 곱씹으며 물 옆을 걷는다.

어두워지는 거리에 맞추어

하나둘씩 켜지는 조명은

광장 물에 반사되어 내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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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드 워터' (Le Miroir d'Eau) 광장의 모습


홀로 산책을 한 게 얼마 만일까,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음미하며

조용히 떠오르는 문구를 적기 시작한다.


여행의 이유는 다양하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변화를 느끼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서로와
교감하고
대화 나누며
미소 지으며 삶을 느낀다.

미소를 언어로 우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존재를 확인하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는 여행하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내가 여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여행은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었을까,

여행을 통해 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여행 이후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산책이 가져오는 생각들이 회오리친다.

회오리 속에서 하나둘씩 생각이 정리된다.


보르도 호스트 소피아

프랑스 보르도를 울리는 종소리에

몽글해지는 마음과 함께 호스트 집으로 돌아온다.


프랑스 보르도 호스트 소피아와

일을 마친 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인사를 시작한다.


그는 21살인 내가 전 세계를 여행한다는 사실에 놀라며 말한다.


"나도 젊은 시절, 1년간 여행을 하곤 했었어."


그는 지난 젊은 날의 여행과

여행 후 돌아온 삶에서의 이야기를 나눈다.



"10년이 지난 뒤 여행 일기를 우연히 다시 읽었는데,

그 당시 감정이 마구마구 살아나더라.

기록이 내게 주는 감정에 말이야.

10년 전의 일을 생생하게 가져다주더라."



"맞아.

때로는 한 장의 사진만 봐도

당시 기분과 느낌이 떠오르잖아."


나는 그에게 묻는다.


"다시 여행하고 싶지는 않아?"


"그러고 싶지.

하지만, 예전과 같지 않아.

이전처럼 1년 동안 하고 싶지는 않은걸."


나는 한창 1년간의 세계 일주를 질주하고 있기에

그의 대답을 들으며 무언의 깨달음을 얻는다.

시간과 경험이 가져다준 변화라는 깨달음을.


"데이지,

지금 나는 늙었어.

언제나 도로 위에서 여행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지 않아."



오랜 기간 여행을 쭉 해온 소피아.

그는 이제 한 곳에 머무르며 정착한 삶을 꿈꾼다.


보르도 성당에서

"여행하면서 정말 많은 이를 만났고,

만난 이들 덕분에 멋진 기회들을 잡았지.

그래서 카우치 서핑을 통해 돌려주고 있는 거야."


그의 말을 들으며 지난 여행을 떠올린다.

200일 넘도록 세계 일주를 하며 스쳐간 무수한 사람들.

그들 덕분에 내 여행이 풍부해졌기에

나는 소피아 말을 백번 공감한다.


"내 여행도 마찬가지야.

사람을 만나는 게 곧 나의 여행이지.

사람들을 통해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값진 세계를 얻었어."


"맞아. 나눠주는 동시에 많은 걸 받지.

예를 들어 전화 영어가 필요 없이 영어로 대화할 수 있잖아!(웃음)"



소피아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신이 없던 시절,

자라온 마을에서 벗어나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확실했다.

마을 학교에 심리학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심리학 졸업 후 사회복지사로 일했어.

나는 내 일을 사랑했어.

그렇지만, 10년 정도 되니 변화할 때를 느꼈지."


사람을 만나고

사회복지를 위해 힘쓰는 것을 사랑하지만,

10년이란 시간은 그에게 충분한 시간이었다.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게 어느 순간 싫더라고.

여행하면서 완전히 다른 관점의 사람들을 보다 보니

사회복지사가 완전히 공장 일이란 걸 깨달았어."


많은 힘을 쏟았지만,

성과로 나타나지 않을 때,

점진적으로만 느껴질 때,

피로를 느꼈어. "



그는 두 번째 챕터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

손으로 무언가 만들기 좋아하기에

명품 가방 디자이너로 도약을 한 것이다.



매번 부대끼며 사람을 상대해 오던 삶에서 완전히 반대되어

가방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일은 그에게 새로움을 준다.



"명품 가방 제작도 평생 하지는 않을 텐데,

이후에는 뭐 하고 싶어?"


그는 백수가 되고 싶다며 웃음 짓는다.


"훗날 직업 필요 없이

혼자 삶을 경작하며 살아가고 싶어.


단지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하려고 하는 삶 말이야."


소피아의 집. 무언가 예술가 향기가 느껴진다.


소피아와 나는 젊은 시절 1년가량 여행을 해왔다는 공통점이 있고 ,

그 경험이 가져다준 값진 가치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공감한다.

한참 대화하다 나는 말한다.


"행복에 있어,

여행은,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에 좋은 거 같아."


"네가 행복하면 주위도 너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준다는 거야.

여행을 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행복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야지."



여행을 마치고 보르도에 머물면서도

여행자들을 호스트하고,

다음 여행을 계획하는 소피아.


그는 오랜 여행을 마치고서도

여행이 가져다준 잔향을 종종 음미한다.

그가 지난날을 돌아보는 모습은

여행 이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보르도 광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나는 성장을 느낀다.

내가 살아온 삶과

온전히 다른 삶을 알아가는 과정은

내 세계를 확장시켜 주기 때문이다.


"나는 한 곳에만 머물면서 살고 싶지 않아.

나도 언제나 새롭고, 다양한 게 좋아."


나의 말에 소피아는 대답한다.



"맞아.

그래서 나도 여행이 좋아.

이전에 그리스 여행에 갔을 때

우연히 만난 사람인데도 자기 집 열쇠를 그냥 주더라.

본인은 집에 없으면서 말이야!"



"나도!

이전에 두바이에서 부르즈 칼리파 호스트는

그냥 자기 열쇠를 나한테 주더라!"



우린 각자 여행을 하며 겪은 이야기로 꽃을 피워낸다.

여행이 가져다준 신기하고 멋진 경험과

그 속에서 만난 멋진 사람들과 인류애를 공유한다.




"때로 아이를 갖고 결혼도 생각했지만,

지금까지는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에 매우 만족해.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갖기도 하고 일부는 없지만,

모두가 다 행복한 건 아니니까.


내 삶의 이유는 주어진 것에 만족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야.


지금 나는 행복해."




소피아는 말을 덧붙이며 내게 묻는다.


"모든 나쁜 상황에서도 우리는 배울 점이 있지.

하지만 언제든 그 끝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거 같아.

데이지 너는 여행을 통해 얻은 교훈은 뭐야?"



"삶은 공평하다는 거야.

슬픈 일이 있으면 행복한 일이 올 거고,

행복한 일이 있으면 슬픈 일은 반드시 찾아와.

거기서 우린 겸손을 배우고, 감사를 얻는 거야."


소피아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젊은 날, 1년 동안의 여행을 다녀오고

10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디자이너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소피아.


저녁 그릇을 비우고 나서도

우린 여행 이야기,

여행 이후의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여행의 가치를 공유하며

문득 광장에서의 몽상을 떠올린다.



여행 이후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소피아를 보며 여행 이후의 내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가 마무리될 즈음

나는 조용히 생각을 마무리한다.



미래의 내 모습은

지금 내가 상상하는 모습이라고.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tellmeyourdaisy : 인스타그램

https://www.youtube.com/@daisyshin:유튜브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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