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레야
파리의 꿈. (Paris Dream)
파리에서의 성공과 꿈을 추구하는 이들로 생긴 단어이다.
예술과 문화, 패션의 중심지로
많은 이들에게 꿈의 도시로 불리는 파리은
악취와 테러, 폭력이 공존한다.
많은 이들이 파리 드림을 꿈꾸고 파리에 오지만,
동시에 그만큼 실망을 안고 돌아간다.
기대하지 말라고 조언한 혹자의 말 따라
기대 한 줌 없이 도착한 파리는
내게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낭만을 가져다준다.
음식,
길거리,
공기의 온도까지
모든 게 아름다운 파리는
잊지 못할 순간이 되었다.
일주일 간 파리에 머물며 세 명의 호스트를 만났다.
파리 첫번째 호스트와의 이야기 ▶ 낭만으로 가득했던 파리
니콜라스와 파리에서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내고
두 번째 호스트, 레야와 만난다.
레야는 파리에서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이다.
2003년에 태어난 그는 만나자마자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데이지!! 파리에 온 걸 환영해!!!!"
에너지 넘치는 레야 덕분에
우리는 한층 생기 넘치게 우주를 공유한다.
비슷한 나이대와
비슷한 전공,
비슷한 관심사로 뭉친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만난 사이처럼
한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엊그제에 한국에서 돌아왔어!
한국 여행을 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했거든!"
그는 한국에서 여행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안녕 자두야]를 보며 한국어를 공부하는 그는
한국과도 여러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야기보따리 상인처럼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 채 흘러버린다.
그는 어릴 적부터 영화를 보며 영화인의 꿈을 꿨다.
영화학교 관문으로 준비과정을 2년 동안 거치며
힘들게 공부하며 자신을 바쳐왔지만
'어리기에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합격을 받아내지 못한다.
"영화학교에 가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부었는데,
삶이 완전히 끝나는 감정을 느꼈지."
무너질 것만 같던 그에게
탈출구가 되는 건,
일상으로부터 탈출이었다.
"프랑스를 나와 세계를 탐험하고 싶었지.
그래서 한국으로 떠난 거야."
영화학교는 아니어도
영화 전공으로 보통 학교에 들어간 그는
세계를 여행하고 깨달은 건
학교는 나에게 전부가 아니란 것이다.
스스로 영화를 만들고
홀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홀로 여행하고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그는 여행하며 깨달았다.
"여행은 삶은 네가 할 많은 것들이 있다고 알려줘.
특히 우리는 어리니까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고 다양한 거지!"
"학생으로 파리에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아.
우리 집이 나에게 지원을 못하는 것도 있지만
학비와 기숙사비, 그 외 생활비 마련에
대부분 학생들은 벅차하거든"
파리에 있는 한 단체는
매주 각 요일마다 장소를 달리하여
학생들에게 식량을 배급한다.
레야도 각 요일 별 장소에 맞추어
정기적으로 식량을 지원받는다.
"원하면 같이 가도 돼."
"헐! 가보고 싶어!"
그를 따라가니
고풍스러운 파리 거리 뒤로
배급소 앞에서 줄 서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에게 파리는
우아한 낭만의 거리가 아닌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투쟁의 거리였다.
기다란 줄 앞에서
한 시간 이상의 대기 시간이 예상된다.
레야는 으레 그래왔다는 듯 아무렇지 않다.
우린 배급을 기다리는 한 시간 동안
서로의 수다로 가득 채운다.
"나는 영화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맛볼 수 있어서 좋아.
새로운 세상을 보면서
내가 성장할 수 있잖아.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성장하고 싶어서야."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인을 꿈꾸는 공통점 아래에서
신나게 이야기하는 나에게
레야도 에너지 넘치게 말한다.
"우리 집은 정말 가난해.
어릴 적부터 불안정한 가정에서 살아왔지.
그럴 때마다 현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영화였어. "
영화부터 시작한 대화는
광활하고 끝없는 삶에 대한 세계로 이어진다.
"영화라는 가상공간은 나에게 도피처였지.
영화를 통해 현실을 잊고자 관심을 가게 되었지만,
지금은 내 현실이자 미래가 되었네."
그는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내며
영화를 통해 행복을 찾았다.
"나는 엄마가 되고 싶어.
결혼을 안 해도 괜찮아. 입양해서라도 키우고 싶거든."
가족에 대한 큰 애정을 가진 그는
미래 자신의 가정에 대한 꿈으로 이어진다.
"물론, 살아가기 힘든 이 세상에
새로운 생명을 갖는다는 두려움이 있긴 해."
그는 고통받는 세상에 나올
새 생명에 대한 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이미 태어났지만
부모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되고 싶기도 한 거지."
그는 배다른 동생과 살아온 이야기와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가정의 불안에도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 부족함에도
에너지를 잃지 않는 레야.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가 보여준 에너지는
그가 가진 아픔을 결코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가 보내왔을 무수히 많은 괴로운 밤과
고통의 밤을 피하고자 달려든 영화라는 세계가 더욱 빛난다.
그의 웃음이 단단하게 느껴진다.
단단하게 보이는 그의 웃음을 뒤로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내 삶의 이유는 사랑이야.
내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사랑말이야.
나는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걸 사랑하고,
그들과 소통하기를 사랑해.
왜냐하면 사람들은 세계를 다르게 보여주도록 알려주거나 가르쳐 줄 수 없어.
그래서 내가 살아가는 건 새로운 사람들 만나고
나의 방식으로 그들을 사랑하는 거야.
모든 종류의 사랑이지.
부모로부터,
친구로부터,
혹은 연인으로부터.
네가 받거나 주는 모든 종류의 사랑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야.
훗날 집을 가져 가정을 꾸리고 싶어.
아이들을 키우데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라는 걸 보고 싶어.
나는 나의 힘(super power)을 알고 있어.
나는 어디서든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힘이 있지.
왜냐면 어디서든 새로운 사람들이 있잖아.
단지,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어떻게 사랑할지를 가르쳐 주고 싶어.
대답을 듣는 내내
레야에게 뿜어지는 힘(super power)을 느낀다.
참으로 단단하고 강한 힘.
힘든 상황에서도 그가 딛고 일어설 수 있던 것은
그가 가진 웃음과 에너지 덕분이란 걸 쉽게 깨닫는다.
그런 그의 웃음을
나는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그에게 찾아올 더 큰 폭풍 속에서
그가 웃음을 잃지 않도록
간절히 바라며 말한다.
"레야, 나중에 영화 만들고 나면 나에게 꼭 알려줘"
데이지 (신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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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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