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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만난 대학 오빠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난 정연호

by 여행가 데이지

마셔라 마셔라~♪

언제까지 언제 춤을 추게 할 거야~♬

새 학기를 맞은 대학생들은 너도나도 술잔을 기울인다.


출처: 매일 여행길에 오르다


"안녕하세요.

신예진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입학했어요"



같은 대학 과 선배로 연호 오빠를 만난 건

대학가의 한 막걸릿집이다.



"말 편하게 할까?"




"누구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 ♬ 게임 스타트!"



우린 술에 취한 여느 대학생처럼

술 게임을 하며 끝나지 않는 밤을 보냈다.








소중한 사람들





그 뒤로 연호 오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캠퍼스를 벗어나 여행을 가고,

학교에서 밤을 새기도 하고,

같이 공부하다 노래방에서 스트레스 풀기도,

다시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며

언제나 진지하게 고민을 들어주며

대학 생활에서 중요한 추억을 만들어준 사람들.



사회로 나가기 위한 준비 속에서

시간은 무색하게 흘렀다.








함께 나이가 드는 건 참 행복한 일이야


"오빠.. 살아서 돌아와야 해..."



다시는 없을 새내기 시절을 보낸 뒤,

오빠는 입대를 앞두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세계 일주를 떠나며

우린 서로의 길을 응원했다.




드문드문 서로 안부를 묻던 중

무색하게 흐른 시간은

다시금 연결을 만든다.



"예진아, 언제까지 유럽에 있을 거야?

제대하고 유럽여행을 갈까 생각 중이야."


"오빠가 올 때 즈음이면,

이탈리아에서 보는 게 좋겠다!"


"그럼 이탈리아에서 보자!"


나의 친오빠도 함께 셋이서 여행했다

“지금 로마에 온 기분이 어떠세요?”


“너무 좋아요”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난 우린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전,

우리가 유럽에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이탈리아에서 찐 피자와 파스타를 먹어보고 싶어!”


"피자와 파스타! 너무 좋지."



그는 도로를 걸어도 '조심해'라고 말하며

도로방변으로 서는 게 베여있는 사람이다.



"너 그동안 소매치기 한 번도 안 당했어?"


"하고 싶은 거 있어?"


"먹고 싶은 거 있어?"



"너 가고 싶으면 가보자."



세심하게 남을 살피는 자세는

대학 교정에서 본 연호 오빠의 모습이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언제나처럼 걱정과 배려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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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바티칸시티에서


오빠는 머릿속의 잡학사전이 있는 듯

박학다식한 지식으로 여행 내내 흥미로운 상식을 공유한다.

가게에 진열된 빵을 보며 말한다.



"여기서는 크루아상이 아니라, 코르네 또라고 부른대"



이탈리아 파스타를 먹으며 말한다.


"그거 알아?

요리를 안 하면 오일은 필요 없고,

차라리 페스코프나 트러플 소금을 사용하는 게 좋아."



"그거 알아?

문어가 자기 개인적 공간이 중요해서,

두 마리 이상 있으면 무조건 싸워.

서로를 잡아먹으려고 한 대."


로마 거리에서

언제나 이야기보따리 꾼으로 잡다한 정보를 나누는 건 물론,

개구쟁이 같은 모습도 있다.

판테온 거리를 걷다 클럽을 발견한 오빠는 말한다.



"클럽이다 클럽!

가서 엉덩이 좀 흔들고 올까?"



로마 거리를 걷던 중,

종소리가 울리니 오빠는 짓궂게 장난친다.


“점심시간이다! 뛰어!!!

오늘 급식 뭐야??”



"(웃음) 뛰어!!!!"



콜로세움을 보며 오빠는

맹구의 낮고 둔한 목소리를 흉내 낸다.



"어, 돌이다. 헤헤.

맹구 성대모사 따라 한 거야."



"잘하는데?"



"나 좀 치지?(웃음)"



대학에서 치던 똑같은 장난들이

로마 거리 위에서 펼쳐진다.


각자의 길을 걷다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우린 어제 만난 듯이 웃음거리를 만들며

대학에서 남기지 못한 새로운 추억을 쌓아간다.


로마 거리에서

"이탈리아에서 찐 피자와 파스타가 뭔지 체험해 볼까!"



"나 까르보나라랑 마르게리타 피자를

유럽에서 처음 먹는 거 같아!!!"



기대를 가득 품고 음식을 기다리며 오빠는 말한다.



"까르보나라가 석탄에서 뜻이 나온 거 알아?”



"엥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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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어인 Carbonara는 석탄을 뜻하는 carbon에서 유래한 거야.

원래 통후추를 빻고 볶아서 넣은 건데, 그게 석탄 같다고 해서 붙여진 거래.

광부들이 자주 먹던 음식이라고도 카더라."



난 오빠에게 질문을 퍼붓고,

오빤 유창하게 대답하다 막히면,

빠르게 검색 한 뒤 답변한다.



"나폴리 치즈는 이탈리아 국기 색이랑 관련이 있어.

바질이 초록색, 모차렐라 치즈가 흰색, 토마토가 빨간색을 담당하는 거야.

피자 마르게리타는 이탈리아 국기를 형상화한 거지."



다채로운 이야기로 기대감을 잠재우다 보니

모락모락 피어나는 열기와 함께 음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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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가리따, 카르보나라, 토마토 스파게티(이름 기억 안 남)


페페(후추) 향이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까르보나라.

까르보나라의 꾸덕한 식감은

진정한 까르보나라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건 말이 안 되지."



얇고 바삭한 크러스트를 가진 마르가리따 피자.

토마토소스 끝으로 가장자리까지 섬세하게 구워진 피자는

한 입마다 입맛을 채운다.



"이건 진짜.. 혁명이다.."




이탈리아는 여행 내내 미각적 솜씨로 음식을 선사한다.

우린 미각적 선물을 음미하며 거리를 걷는다.



밀라노 공원에서

하루는 공원을 걸으며

나들이 나온 동물과 인사한다.



"안녕 오리들!

확실히 수컷 오리가 아름답게 생긴 거 같아."



"동물 세계에서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아름답잖아.

암컷이 더 아름다운 동물이 있을까?"


나는 짧게 고민한 뒤 말한다.


"음, 인간?"


"그렇네!"



우린 주위 풍경으로 소소한 대화하고

서로 목격하지 못한 지난 순간을 나눈다.


지난 군대이야기를 듣고 내 세계여행을 공유하다

난 문득 오빠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갑작스러운 질문이지만,

오빠는 본인이 사랑하는 한국어로 답하겠다고 한다.

끄덕이며 카메라를 드는 내게 말한다.



"인간이 이렇게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던 이유는

수많은 이해관계와 사랑, 우정과 인간관계의 얽힘과 설킴을 통해서지.

누군가와 살아간다는 건,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이유는 살아가기에 부족해.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는 인간들 덕분이지."



내 삶의 이유도 같아.
다른 이들이 내 삶의 원천이야.
데이지 꽃을 봐도 한 송이와 여러 송이는 의미가 다르잖아.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게 사람들 삶의 이유야.
내 삶의 이유이기도 하지.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 사람들이 삶의 원천이 되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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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을 하며


대학생 신분인 우리는

알뜰하게 여행하고자 노력한다.


강력하게 원하는 게 아니라면

저렴한 메뉴를 주문하고,

하나를 사더라도 나누어 먹는 것이다.



"이탈리아에 왔으니

젤라토는 포기할 수 없지!"



젤라토 콘을 나누어 먹으며

이탈리아 젤라토의 쫀득함을 온전히 느낀다.


"이럴 수가!

이렇게나 쫀득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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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달고 적당히 산미가 있고,

레몬맛의 중독성이 있어.

침이 줄줄 나오게 하는 맛이야.."



어느덧 시도한 젤라토가 4번째가 될 무렵 나는 말한다.



"이것도 맛있지만,

나는 이전 젤라토가 더 괜찮은 거 같아."



그는 내 말에 공감하듯 반응하면서 말한다.



"시장의 효용성을 배제할 수 없지.

순례길을 걷고 난 뒤에 먹은 파스타와

집에서 하루 종일 무언갈 먹다가 먹은 파스타가

다른 것처럼 말이야."


연호 오빠와 호스텔에서 무료 파스타를 먹으며

하루는 호스텔 무료 저녁을 먹은 뒤,

콜라를 사려는 오빠를 따라 슈퍼로 나선다.



"오, 여기도 젤라토 가게가 있네.

한번 가볼까?"



우연히 들린 젤라토 가게.

예상치 못한 맛에 연신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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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관광객에게 파는 젤라토보다도 훨씬 싼데,

더 풍미가 있다니!"



"이럴 수가!"



"자본에 물든 젤라토를 이긴 로컬젤라토야!!!"


우연히 발견한 젤라토 가게 근처에서

쫀득한 로컬 젤라토는 먹으며

오빠의 답변을 다시 떠올린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 사람들이 삶의 원천이 되는 거 같아."



삶의 이유가 곧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구나.


대학에서도 언제나 도움을 주며

내게 든든한 사람이 되어준 연호 오빠.


내게 필요한 조언과

잊지 못할 추억을 함께 만들어주는 그가

다른 이에게도 든든한 존재랄 것을 확신한다.


그리고,

그도 그만큼 다른 이들을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이란 것을.



우리 로마의 순간들은

우리가 나눠먹는 젤라토처럼

섬세하고 부드럽게 사르르 녹아내린다.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tellmeyourdaisy : 인스타그램

https://www.youtube.com/@daisyshin:유튜브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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