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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우리의 손님이니까

사우디아라비아 담맘에서 만난 살림

by 여행가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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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에 처음 도착했을 때


사우디아라비아는

내게 미묘하고, 미스터리한 곳이다.


언제나 미디어 속에서만 봤던

미지의 공간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강국으로 부자이면서도

여성 인권은 매우 낮은 국가.

내가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진 인상은 이것뿐이었다.


그래서일까,

사우디아라비아에 줄곧 호기심을 가져왔다.

미디어가 만든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미지가 아닌,

내가 직접 보고 느낀 뒤 만든 이미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채우고 싶었다.



"엑? 비자 비용만 20만 원..?"



관광 비자를 허용한 지 얼마 안 된 사우디아라비아(2023 기준)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극악무도한 비자 비용을 요구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호기심을 꺾지 못한다.


3박 4일간,

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나만의 이미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담맘 호스트 살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전부 하게 해 줄게"



공항까지 나를 마중 나온 호스트 살림은

만나기 전부터 극진히 나의 안부를 살핀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하자마자

담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카페로 나를 데려간다.



우린 전망대에서 샌드위치, 커피와 함께 이야기 나눴다.

살림은 재판관 보조 일을 맡고 있다.



"나는 31살 혹은 32살이야."



"왜 '혹은'이라고 답하는 거야?

정확하게 몇 살인데?"



"사실 정확하게 몇 살인지 몰라.

이슬람 문화에서는 생일을 챙기지 않거든"



지금껏 생일을 축하하는 게 으레 당연한 일이었던 나에게

탄생을 축복하는 문화가 가톨릭 문화라는 사실은

작은 충격을 가져온다.


"나의 친동생도 나의 생일을 몰라.

우리는 탄생보다 이드(EID, 무슬림 최대 명절)를 더 중요하게 여기지."



살림과 이야기 나누며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의 생활양식으로

새로운 문화와 관습을 알아간다.



카페 전망대 전경은 아침이 올 때까지 꺼지지 않을 듯

밝게 담맘의 야경을 채운다.

우리도 야경처럼 꺼지지 않을 듯

자정 넘어 새벽이 늦도록 이야기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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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과 바레인에 놀러가서


"데이지,

너에게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을 경험하게 해 줄게."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을 구경하고 싶다는 말에

살림은 흔쾌히 동행을 약속한다


푹신하고 보드라운 살림의 이불속에 파묻힌 채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살림은 오늘 업무를 마치고 돌아온다.



"업무를 지금 끝낸 거야?

나는 방금 일어났는걸!"


"오늘 너에게 사우디아라비아를 소개해 줘야지.

아침 일찍 출근해서 초스피드로 집중해서 끝냈지."


"어제 밤늦게까지 나랑 카페에서 이야기 나눴잖아.

그럼 잠을 안 잔 거야?"



그의 강철 체력에 놀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이유에 감동을 느낀다.


"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손님이잖아.

함께 시간을 보내야지."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며 느낀 무조건적 나눔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느낄 줄이야.


살림에게 감사를 전하며

우린 사우디아라비아 담맘과 바레인에서

이틀에 걸쳐 추억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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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감사함을 잊지 않아야지.


낙타 목장에서 대추 간식과 낙타 젖을 먹고

말 사육장에서 짜이와 대추야자를 먹고

담맘 시내를 드라이브한다.


서아시아 문화가 낯선 나는

온통 처음 해보는 일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살림은 그런 나에게 말한다.



"나도 여행하는 걸 좋아해.

일을 몰아서 한 뒤에 2주 동안 휴가가 오면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곤 하지."



그는 여행 사진을 보여주며 수줍게 웃는다.

그 모습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으로만 여겼던

사우디아라비아인의 인상을 바꾼다.



"나는 유럽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

어딜 가나 비슷한 문화여서 마음이 가지 않더라고"



서양 국가를 추종해 오는 인식이 익숙한 나는

살림의 발언이 의외로 다가온다.


서구식 관점에서 벗어난 그의 사고관을 통해

내가 가져온 사고 틀 밖을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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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 간식, 낙타 젖과 대추야자


담맘과 바레인을 여행하는 내내 살림은 잊지 않고 묻는다.


"데이지, 하고 싶은 거 있어?"

데이지, 가고 싶은 곳 있어?"



언제나처럼 나를 챙기는 그의 모습.

외국인을 손님으로 모시는 이들 문화에 적응하면서도

극진한 대접의 이유가 궁금해진다.



"살림, 왜 이렇게 대우해 주는 거야?

사실, 우린 며칠 전에는 아예 모르는 사이였잖아."


그는 내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온 손님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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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먹는 낙타고기


하루는 살림이 좋아하는 낙타 고기 식당에 간다.


거대한 접시에 조리된 낙타고기가 나오고

살림은 당연하게 음식을 선물한다.


"어째서 네가 계산하려는 거야?"



"어차피 네가 없어도

나는 이걸 사 먹을 예정이었는걸.

돈 내는 건 똑같잖아."






이후 담맘의 또 다른 야경을 보여주겠다며

한 호텔 옥상으로 나를 데려간다.


우린 담맘을 가득 채운 불빛을 바라보며

서로 좋아하는 노래를 공유한다.

나는 가장 좋아하는 아리랑을 틀며 따라 부른다.


그는 내 아리랑을 듣는 내내 환하게 미소 짓는다.

답례로 사우디아라비아 전통 노래를 들려준다.







살림이 찍어준 사진, 바레인에서



우린 흥얼거리는 멜로디와 함께

서로의 문화를 공유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진 신비로운 이미지는

살림에 의해 따뜻하게 바뀐다.


나는 그에게 삶의 조언을 묻는다.


그는 골똘히 생각을 하다가

마침내 입을 연다.


"데이지, 언어를 배워.

그리고, 다양한 종교를 배워."


이슬람에 대해 깊은 배움을 조언하는 그에게

연이어 삶의 이유를 묻는다.








내 삶의 이유는 알라신을 위해서야
이슬람, 알라가 나를 부르기 때문이지.








무지가 불러온 편견으로 채워졌던 사우디아라비아.

미지의 공간이던 그 공간을

살림은 따뜻한 온실로 만들어주었다.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건 마법 같은 일이다.

관심은 편견으로 가득한 회색 지대를

알록달록한 녹색지대로 바꾼다.


나는 미지의 공간이자 회색으로 가득했던 사우디아라비아에

더욱더 끌림을 받았고,

헤어지는 아쉬움을 가득 담아 살림에게 말한다.


"다음에 더 오랜 기간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올게.

살림 너도 한국 오면 나에게 연락 줘!


너는 한국의 손님이니까!"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tellmeyourdaisy : 인스타그램

https://www.youtube.com/@daisyshin:유튜브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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