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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편지

프롤로그

by 라구나


큰 딸의 직장 어린이집 두 번째 수료식입니다.


수료식을 앞두고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름 매일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고 작가가 되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 편지를 써달라는 요청이 즐거웠습니다.


생각해 보니 어린 딸에게는 편지를 써본 적이 없습니다.

마땅한 편지지가 없어서 하얀 A4 용지를 꺼내고 펜을 들었습니다.

평소에 직장 동료들과도 육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빼먹지 않고 말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한계'입니다.


'한계'라는 단어를 떠올리자마자 막힘없이 글이 써집니다.

사랑하는 딸과 딸의 친구들을 떠올리며 편지를 씁니다.


다음 날 아침.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선생님께 편지를 전달드렸습니다.

그리고 편지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모르고 하루 이틀이 지났습니다.


주말이 기대되는 금요일 퇴근 시간

업무를 마무리하고 회사를 나와 직장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을 하원하러 갔습니다.


첫째가 있는 반으로 먼저 갔습니다.

근데 이날 따라 평소에는 저에게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 저에게 몰려옵니다.


"로아 아빠! 편지 감동적이었어요!"

"라디오 사연 같았어요!"


만 3,4세 혼합반에서 형님들이 저를 보고 한 명씩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딸이 달려왔습니다.


"아빠 편지 감동이었어!"

"아빠 편지가 감동적이었어?"

"웅, 선생님은 읽다가 울었어."

"헉, 정말?"


담임 선생님은 퇴근하신 뒤였지만 딸아이 같은 반 친구들이 저를 칭찬해 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요즘 출간을 하려고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꽤 보냈습니다.

긍정적으로 답변이 온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거절'을 담은 답장이었습니다.


마치, 취업을 하려고 원서를 쓴 회사에 서류부터 '광탈'하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았습니다.

처음 한 두 번은 그러려니 했지만 워낙 투고 메일을 많이 보냈더니 연속되는 거절 메일은 제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낙담해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칭찬을 들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 내가 쓴 편지의 진심이 어린아이들에게도 통하는구나!'


아이들이 제 글을 좋아할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볼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한테는 선택받지 못하였지만 딸의 어린이집에서는 제가 선택받은 기분이었지요.


수료식을 앞둔 딸과 딸의 친구들

그리고 우리 소중한 딸을 키워주신 선생님께

아빠는 편지를 썼습니다.




딸과 딸 친구들에게

안녕, 로아 아빠란다. 너희들의 수료를 진심으로 축하한단다.


로아와 로아 친구들아

너희는 한계가 없는 무궁무진한 아이들이란다.


우주를 탐험하는 우주비행사가 될 수도 있고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감싸 안아주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될 수도 있어.

또, 올림픽에서 어떤 결과를 얻더라도 웃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단다.


한계가 없는 너희는 한 없이 사랑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고

그런 사랑을 주신 분이 바로 너희들의 선생님 그리고 가족이란다.


시간이 흘러 너희들이 크면 지금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지만,

한계가 없이 받은 사랑은 너희들 마음속에 고이 남아있을 거야.

그 사랑이 너희를 한계가 없어 크도록 해주는 힘이 될 거란다.


로아와 로아 친구들아,

XX 선생님, XX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크게 인사하고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고마워' '사랑해' 인사해 주겠니?


너희는 구김 없이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멋진 아이들이 될 것을 로아 아빠는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존재 그 자체가 가치인 너희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응원할게.


로아 아빠가.



두 딸은 아빠와 출근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아빠와 함께 출근할지 모르겠습니다.


딸들과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생기는 일

딸들을 키우면서 성장하는 아빠 이야기

딸들을 잘 키우기 위한 아빠의 고민

아빠, 그리고 한 남자의 이야기.


이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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