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이직
어린이 집에 합격하였는데 못 다니게 되었습니다.
어린이 집을 언제부터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어린이 집이 보통 0세 반부터 있지만 어린 아기를 0세 반부터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을 부모님들이 많이들 염려하십니다.
저희 집도 아내와 저 사이에 뜨거운 토론이 있었습니다.
아빠 : 아이 돌보느라 힘드니까 어린이집에 보내자!
엄마 : 말도 못 하는 딸을 어떻게 어린이집에 보내냐!
저는 와이프가 육아로 힘들어하니까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좀 쉬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와이프는 말도 못 하는 어린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어린이집에 보내냐는 주장이었습니다.
남자들은 아내의 힘들어 함에 '공감'보다는 아내가 힘들어하는 '문제 해결'에만 집중합니다.
저 역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와이프와 설왕설래하였지만,
마음속으로는 말도 못 하는 어린 딸을 어린이 집에 보내는 것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첫째 딸은 만 0세 반 어린이 집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고 또 다른 천사가 내려왔습니다.
둘째 공주가 태어났습니다.
15개월 차이 나는 둘째 딸이 생기자 와이프의 육아는 더욱더 힘들어졌습니다.
장모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두 아이를 키우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 어린이 집에 TO가 남았는지 확인을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2~3명의 결원이 있어서 하반기에 추가 모집을 한다는 반가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직장 어린이 집이 회사 2층에 있었기 때문에 바로 직장 어린이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아이가 다니기 괜찮을지 궁금했기 때문이죠.
어린이 집은 마치 키즈카페 같았습니다.
넓고 쾌적했으며 원장선생님도 인상이 좋으시고 친절하셨습니다.
아빠 : 선생님, 합격하면 언제부터 어린이 집을 다닐 수 있을까요?
선생님 : 합격하시면 8월쯤부터는 다닐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에게는 하나의 큰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직'을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채로 입사해서 10년을 넘게 다닌 회사였는데, 미래가 암울했기 때문입니다.
대중국향 수출이 많은 회사였는데,
중국에서 자급률 향상을 위해서 많은 공장들이 새로 지어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점점 회사의 미래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성과급도 언제부터 줄어들기 시작하였고,
당연하게 누리던 복지도 점차 감소하였습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도 감소하였습니다.
저는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두 딸을 키우려면 앞으로 20년은 회사를 다녀야 합니다.
앞으로 10년은 어떻게든 다닐 수 있을 것 같았지만,
20년을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였습니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그때, 향후 전망이 유망한 회사에서 채용을 대규모로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원서를 쓸까 말까 고민하였지만,
원서 쓰는 것이라 돈 드는 일도 아니라서 일단 쓰고 붙으면 고민하기로 하였습니다.
서류 접수 후 얼마 후, 놀랍게도 서류에서 합격을 하였습니다.
자기소개서 쓰는 것은 항상 자신 있는 일 중 하나였지만, 진짜로 붙을 줄은 예상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면접을 보았습니다.
당시에 코로나 여파가 남아 있어서 화상면접으로 면접이 진행되었습니다.
화상면접은 처음이라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마치 면접관과 제 사이에 벽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망했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는 사이, 회사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원장님 : 아버님, 추가 모집에 TO 딱 맞게 지원을 하셔서 다음 달부터 로아가 어린이집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빠 :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원장님 : 옙, 직장 어린이집 입소를 위해서 필요한 서류를 메일로 안내드리겠습니다.
아빠 : 옙, 원장님 감사합니다!
아내에게 기쁜 소식을 전달하였습니다.
아빠 : 로아 직장 어린이집 붙었다네!
엄마 : 잘됐다. 근데 오빠 이직하면 어떻게 해?
아빠 : 면접을 잘 못 봐서... 안 될 것 같아.
엄마 : 붙으면 갈 거야?
아빠 : 그것도 고민이야...
혹시라도 면접에서 합격을 한다 해도 이직을 할지는 고민이었습니다.
회사에서 공채로 입사해 연차는 10년이 넘었지만 순전히 내 실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이었습니다.
회사에 오래 다니면서 알게 된 인적 인프라와 회사 시스템 덕분에 업무 퍼포먼스를 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닥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없었습니다.
몇 주 뒤.
메일로 합격자 결과가 나왔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바로 메일로 결과를 확인하였습니다.
결과는...
'합격'
최종합격을 하였습니다.
면접에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 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결과를 받았습니다.
아빠 : 여보, 나 합격했네?
엄마 : 진짜? 축하해! 이제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겠네.
아빠 : 그러게... 합격해도 고민이네.
같은 회사를 다니다가 최근에 이직을 한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아빠 : 이직하면 잘할 수 있을까?
친구 : 나도 걱정했는데, 일이 다 똑같더라고. 경력사원이지만 배우면서 하는 거지.
아빠 : 사람들 새로 사귀고 시스템 새로 배우고 걱정이 많이 되네.
친구 : 시간이 다 해결해 주더라고. 우선 연봉협상을 해보고 얼마까지 줄 수 있는지를 보고 결정해 봐.
친구의 조언을 참고 삼아 합격한 회사와 연봉협상을 하였습니다.
2번의 협상 끝에 제가 생각한 연봉보다 높게 계약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직을 하려는 이유가 '돈'이었는데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그 생각만으로 결국 이직을 결심하였습니다. (지금은 조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직장 어린이집에 방문을 하였습니다.
아빠 : 원장 선생님 죄송한데 로아가 어린이 집에 못 다니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 엇, 갑자기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빠 : 아... 선생님 제가 이직하게 되어서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 그러시군요. 아쉬워요 아버님.
그렇게도 보내고 싶었던 직장 어린이 집.
결국 문턱까지만 가보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는 집 근처에 로아가 다닐 어린이 집을 알아보았는데...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