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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출근합니다!

부동산에서 역세권보다 중요해진 것

by 라구나


드디어 첫째 딸과 함께하는 첫 출근이자 첫 등원.


사전에 티맵으로 직장 어린이집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시간별로 경로별로 다양하게 코스를 검토하였습니다.


당시에 저희 가족은 서울 은평구에 살고 있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제가 재개발 입주권을 프리미엄을 주고 샀던 집입니다.


2018년 초 매수를 하였습니다.

입주권 가격은 초기 투자금이 3억 정도였고 총투자금이 5억 정도 들었습니다.


대출이라는 것을 무섭게 생각하던 부린이 시절이라,

대출 없이 제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만 살 수 있는 옵션을 찾았고 그중에서 괜찮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호선 역세권.

2,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


심플하게 이 조건만으로도 상품성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전에도 여러 번 부동산을 사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놓쳤고

이번에는 꼭 사야겠다고 결심하고 2018년에 매수를 한 집이었습니다.


그 당시 지금 와이프와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와이프 본가도 은평구여서 처갓집과 가까이 살면 나중에 애 키울 때 도움받기 좋다는 육아 선배님들의 꿀팁도 있었습니다. (정말로 중요한 꿀팁이었습니다.)


신혼집은 불광동 빌라로 구해서 1년 반 정도 알뜰살뜰 살고 집 완공 후 새 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지하철역과도 가깝고 새 아파트라서 참 살기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직장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게 될 것은 부동산을 살 때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집을 살 때 직장까지 '자차 운전'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임원도 아니고 팀장도 아닌데...

회사에 차를 끌고 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평소에도 차보다 대중교통 이용을 더 많이 했습니다.

차 끌고 다니면 기름값에 주차비에 여러모로 돈 나갈 일이 많은데 굳이 자차 운전해서 출퇴근할 일은 없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아이와 직장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서 대중교통보다 '자차 운전'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회사가 있는 광화문까지 조회를 해보니 대략 1시간 도 예상되었습니다.

집에서 출발 시간이 빠르면 빠를수록 직장 어린이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빨라졌습니다.


회사에는 9시까지 출근을 해야 하고 넉넉하게 1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늦어도 7시 30분이 되기 전에는 출발해야 했습니다.


천사처럼 자고 있는 만 3세가 안된 딸을 자고 있는 채로 옷을 갈아입혔습니다

짐을 챙겨서 딸을 안고 주차장으로 가니 아직 날씨가 쌀쌀한 봄이었습니다.


은평구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경로는 크게 2가지.


1. 통일로를 활용

2. 새검정로를 활용


첫날은 통일로로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출퇴근길에 악명이 높다고 들은 통일로였는데, 악명을 바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일찍 출발한다고 나왔지만 집 앞에서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합니다.


딸은 다행히도 잠이 들었습니다.


운전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갈 수 있을지 차선을 요리조리 바꾸면서 갔지만 별 효과는 없었습니다.

차선을 바꾸면 바꾸기 전 차선에 차들이 먼저 가고 차선을 안 바꾸면 안 바꾼 차선의 차들이 빨리 갔습니다.


제 마음만 급해졌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약 1시간 정도 걸려서 직장 어린이집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회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에 갔습니다.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고 외투를 벗기고 필요한 짐을 정리하고 딸을 종일반에 데려다 주니...


딸이 종일반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갑자기 울어버리는 딸.

딸은 아빠 가지 말라고 울어 버립니다.


가지 말라고 울어버리는 딸은 아빠는 꼬옥 안아줍니다.


"아빠, 일찍 퇴근하고 올게."


하지만 딸은 울음을 멈추지 않고 제 마음도 아픕니다.


출근 시간이 다가오자 어쩔 수 없이 거의 반강제로 딸을 선생님께 짐 넘겨주듯 넘기고 저는 유유히 어린이집을 빠져나옵니다.


멀리서 딸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출근하기 전부터 진이 다 빠져버립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엄마, 아빠의 어깨는 무겁습니다.

우리 부모님들도 저희를 이렇게 키우셨겠지요?

아이를 키우고 나서야 진정으로 어른이 되는 듯합니다.


회사에서도 아이가 잘 지내는지 걱정이 되는데,

선생님께서 알림장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주셔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오후 6시.

헐레벌떡 일을 마치고 눈치를 보다가 부랴부랴 하원을 하러 어린이집으로 달려갑니다.


딸이 혹시나 혼자 남아있거나 울고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달려갔지만...


딸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신나게 잘 놀고 있습니다.

오히려 집에 가자는 소리에도 조금만 더 논다고 나오지를 않습니다...


아빠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계속 놀려는 딸을 이번에는 아침과 반대로 딸을 반강제로 안고 나와서 겨우 집으로 출발합니다.


하원은 제가 배고픈 것만 문제지 등원보다 훨씬 마음은 편합니다.

좀 늦게 집에 가도 문제 될 것이 없으니까요.


하원 시간도 집에 오는데 거의 50분 넘게 걸렸습니다.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직장 어린이집을 선택하였는데,

그게 오히려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딸과 하루는 통일로로 하루는 새검정로로 출퇴근 겸 등하원을 하면 매일 왕복으로 2시간씩 아이와 함께 차에서 보냈습니다.


뭔가 비효율적입니다.

아이나 저나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출퇴근 시간 단축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살고 있는 집을 매도하고 갈아타기를 마음먹었습니다.


오랜 장고 끝에...

저는 조금 이상하고 다른 선택을 하였습니다.


저는 어린이집을 위해서 강남이 아닌 마포에 집을 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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