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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구나 Mar 04. 2024

지방에 집 짓고 사는 친구

부자, 행복 그리고 자유



서울에서 근무하기 전에 지방에서 3~4년 정도 근무를 하였습니다.

지방에서 살 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심할 정도로 오지였습니다.

지금 저한테 '연봉 3천만 원 더 줄 테니 원래 일 했던 지방 가서 근무할래?' 해도 가기 싫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아이들 키우는 게 힘들지만 떨어져 지내고 싶지 않고 아이들 데리고 지방 가서 키우기에도 의료/교육/문화적으로도 썩 내키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한 55살쯤 주말부부하면서 정년 채우러 혼자 지방에 내려가는 것은 몰라도 당장은 별로입니다.

제가 일했던 지방이 기차역도 없는 오지여서 제가 더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여수, 울산, 부산, 대구, 대전 정도 되는 큰 도시라면 또 괜찮을 수도 있겠네요.


다시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저랑 같이 회사 생활을 한 친구, 정확하게는 동기면서 동생인 이 친구는 결혼을 하고 이 오지에 터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아파트에 집을 구한 것도 아니고 땅덩어리 밖에 없는 곳에 집을 짓고 거기서 신혼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는 저랑은 좀 결이 다른 친구입니다.

제 저울에는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거운 추가 올라가 있는데,

이 친구에게는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거운 추가 올라가 있습니다.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현재를 충분히 즐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명품을 사거나 비싼 소비를 하지도 않습니다.

적당히 번 만큼 적당히 먹고 적당히 즐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동생이 오지에 집을 짓고 산다고 하길래 말리지는 못하고 혼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동생아, 우짤라고 그러냐...'

아무래도 재테크적으로 봤을 때는 좋지 못한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오지에 땅은 어디에나 있고 그 위에 건물을 짓는 것은 '희소성'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다 큰 성인이 그렇게 선택을 하겠다는데 제가 말릴 수가 있나요?


그 동생이 집을 다 짓고서 저에게 여러 번 제안을 했습니다.

"형, 애들 데리고 한번 놀러 와. 집 앞마당에 수영장 설치했어"

"형, 애들 데리고 언제 올 거야? 겨울이라 수영장에 온수시설 갖춰놨어"

그리고 그 동생에게 아기도 태어났는데,

그 집에서 매일 키즈 펜션에 온 것처럼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카톡사진으로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론과 현실이 꼭 같을 순 없겠구나...'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투자와 실거주를 분리하여 '희소성'이 있는 예를 들면 서울 같은 곳에 투자를 하고 실거주는 하고 싶은 곳에서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자본주의사회에서 화폐가치 하락을 '희소성'있는 서울 부동산 자산으로 방어하고,

현재보다는 미래인 은퇴 이후에 좀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투자와 실거주를 분리하는 선택을 하는 것인데,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을 저당 잡아 현재가 행복하지 않은 선택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제가 그 친구를 보면 그래도 '참 행복하게 잘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큰 욕심 없이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행복하게 살려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지금처럼 만족하면서 사는 친구라면 미래에 어떻게 살아도 충분히 만족하면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 친구도 저를 보면서 행복하게 잘 사는구나 할 수도 있겠지요.

저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요.



제가 사는 인생은 서울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 상대들과 끝도 없이 경쟁하다가 잠깐 그늘 아래 정자에 앉아서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아 시원하다' 행복을 느끼고 '다시 뛰어볼까?' 하는 인생이라면,

친구는 넓은 평지를 평온하게 걸어 다니면서 사계절마다 다른 '야생초' '야생화'를 보면서 방긋 웃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친구가 실제로 어떤 삶을 사는지 제가 알 수 없지만요.


제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블로그 이름을 '부자의 길을 묻다'라는 제목을 정한 이유는 부자가 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고, 소설을 쓰고, 책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제 스스로 생각을 하고 경험을 해보면 '부자의 길'은 '돈'보다 '정신'을 수양하는 길로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제가 '돈'이 싫다는 것은 아닙니다.

'돈' 좋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돈'을 너무 쫓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과정 속에서 목표가 '돈'이 아니라 '정신적인 성장과 안정'이고 그 부속물로 나오는 것이 '돈'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근데 이렇게 살면 '돈'에 대한 욕심이 줄어들어서 '돈'을 많이 못 벌게 될까요?

그건 저도 좀 더 살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 자산을 내 돈을 더 늘리고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꾸준히 투자하고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똑같은 수준의 노력으로 또는 그 이상으로 제정신, 행복, 자유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고 수련하려고 합니다.

실제로 지금 그렇게 살고 있기도 하고요.

글을 쓰면서 참 그런 걸 많이 느낍니다.


부자로 살고 싶냐, 행복하게 살고 싶냐, 자유롭게 살고 싶냐

이 질문에 여러분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나요?

전 자유롭게 행복하게 부자로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행복과 자유의 길을 묻지 않고 부자의 길을 묻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틀린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기분 좋게 이렇게 생각하겠습니다.

부자, 그리고 행복, 그리고 자유라고...

그리고 어쩌면 그 셋은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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