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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구나 Mar 19. 2024

그래도 아직은 회사다.

회사가 중요한 사람들


저는 회사에서 별로 욕심이 없습니다.

욕심을 버렸다는 것이 위로 올라가는 길에 힘을 필요 이상으로 쏟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위로 올라가는 것은 제가 노력한다고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대하지 않고' '내려놓고' 회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맡은 일은 최선을 다해서 잘하려고 합니다.

그 외로 일을 벌이고 확장해서 나가는 것은 자제하고 있죠...


얼마 전에 그다지 친하지 않던 후배가 갑자기 회사 메신저로 연락해 왔습니다.


후배 : 바쁘세요?

라구나 : 아니요. 괜찮은데

후배 : 날씨도 좋은데 한 바퀴 산책하고 오실래요?

라구나 : 좋죠. 가시죠


후배가 무슨 일일까 싶은 궁금함을 품고 회사를 나섰습니다.

초반부터 본론을 이야기하면 그러니까 사소한 일상 이야기를 하다가 본론으로 들어갔죠.


라구나 : 뭔 일 있어요?

후배 : 별건 아니고요, 선배님 하는 일 제가 좀 같이 할 수 있을까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일을 같이 하고 싶다.

제가 물어봤습니다.


라구나 : 왜요?

후배 : 아 제가 지금 하던 일을 몇 년 동안 똑같이 하고 있어서 새로운 일을 좀 해보고 싶어서요.

라구나 : 아 그래요...?


제가 회사에서 하는 일이 약간 특수한 일이라 거의 저 혼자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배우고 싶다는 것입니다.


라구나 : 혼자 하던 일을 둘이서 하려면 일을 좀 만들어야 하니까 제가 생각 좀 해보고 팀장님이랑 잘 이야기해볼게요.


후배는 잘 알겠다고 하고 산책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회사는 기본에 충실하고 회사 밖에서 이런저런 일을 벌이면서 제 역량을 향상하고 있고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이 없기도 하고요...


그런데 요즘 시대가 아무리 변했다고 해도 좋은 인재들은 회사 일에 욕심이 많습니다.

제가 다니는 대기업 서울사무소 특성상 '고학력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SKY' + '외국대' 출신들이 정말 정말 많습니다.

오히려 제가 나온 학교를 찾는 게 어려울 정도이죠.

이런 고학력자들 사이에서 제가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학사 졸업장 하나로 같이 일 하고 있습니다.

저도 대단합니다. 

저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한 김에 잠깐 옆길로 새보겠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SKY 출신 후배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라구나 : 아니 SKY 나와서 왜 우리 회사 다니는 거예요. 더 좋은 곳에서 역량 발휘하시지.

그러니까 이 후배가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다른 후배 : 전 SKY 나와서 그래도 우리 회사 다닐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안 그랬으면 지금 숟가락 빨고 있을 거예요...


얼마나 예쁘고 좋은 생각입니까?

이 친구도 학군지에서 자란 친구입니다.

공부도 잘하지만 이렇게 예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일까요? (물론 전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요...)

저 이야기를 듣고서 제가 한참이나 '허허허' 훌륭한 친구네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한다'

이게 참 중요합니다.

이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고학력자'들이 판치는 이곳에서 꾸역꾸역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너네 SKY야? 근데 뭐~?'

주눅 들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스카이면 스카이고 저는 저입니다.

다만, 그들이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해서 이룬 업적은 사회생활 내내 충분히 리스펙 해야 합니다.

저는 학창 시절에 노력을 안 했으니 SKY 졸업장이 없으니 그만큼 직장에서 성과로 증명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맡은 일을 잘하고 책임감 있게 하면 됩니다. 

그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건 제가 그만큼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이겠지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젊은 친구들, 주니어들.

아직 욕심이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재테크'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회사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회사에서 '자아실현'을 하고 싶은 것이지요.

전 솔직한 마음으로는 좀 더 바깥세상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좋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하려고 하고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결국 어디서나 잘할 것입니다.


'태도'가 '실력'입니다.


좋은 대학 나와도 '태도'가 안 좋으면 안 좋은 길로 가는 것이고

덜 좋은 대학 나와도 '태도'가 좋으면 좋은 길로 갈 수 있습니다.


열심히 배우려는 후배를 보면서 

저도 제 주니어 때 생각이 납니다.

조금이라도 일을 더 배우려고 시키지 않은 일도 스스로 하곤 했지요.

어쩌면 그렇게 초반에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 좀 여유롭게 직장생활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도 아직은 회사인 것 같습니다.

후배를 잘 키워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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