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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구나 Mar 28. 2024

오랜만에 본 주황색 바가지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


지난주에 본가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들 다 데리고 본가에 가면 몸과 마음이 편합니다.

부모님께 딸들을 맡기고 저는 책도 보고 컴퓨터도 하고 약간의 휴식시간을 가집니다.


날씨가 좋길래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 가서 놀고 와서 욕조에 따듯한 물을 받아서 씻길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디서 본 '주황색 바가지'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머니께 소리쳤습니다.


라구나 : 이 바가지 아직도 써요?

어머니 : 왜?

라구나 : 이거 나 어렸을 때부터 쓰던 거잖아

어머니 : 엉 근데 쓸만하잖아



제가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

샤워할 때 썼던 주황색 바가지가 아직도 있는 것입니다...

어머니께 이야기했지요.


라구나 : 그래도 이거 이렇게 오래 쓰면 플라스틱이라서 문제 있을 것 같은데?

어머니 : 그래?

라구나 : 이것 봐봐 뭔가 껍질이 떼 있는 것처럼 벗겨지는 것 같은데?

어머니 : ㅎㅎㅎ 엄마 친구들도 와서 그거 보고 웃던데 ㅎㅎㅎ


대단하신 부모님입니다.

집에 가면 버려야 할 것이 한가득으로 보이는데 부모님들은 잘 버리지를 못하십니다.

아직 쓸모가 있다고 보는 것이겠지요...


이런 부모님 밑에서 자랐으니 저도 보통은 아니겠지요?

그렇다고 플라스틱 바구니를 30년 넘게 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결국 자식들은 부모를 보고 배웁니다.

저도 아이들한테 그래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려고 하는데 아직 미성숙한 어른이다 보니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가끔 딸아이에게서 제 모습이 보이면 흠칫 놀라기도 합니다...

결국 DNA로도 이어지겠지만 보고 배우는 것이 있으니 자식이 보는 앞에서라도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돈'에 관련된 것과 '책'에 대한 것은 자식들이 잘 배울 수 있도록 부모가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돈'은 간단합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더라도 아이에게 직접 물건을 고르게 하고 그게 얼마인지 여쭤보게끔 합니다.

그래야 물건을 살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이 없으면 필요한 것을 살 수 없다는 것이 몸으로 터득하겠지요.

그리고 아침에 어린이집 가기 싫어할 때마다 아빠가 왜 회사에 가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자본 소득이 없으면 노동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을 알려주는 것이지요...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돈과 관련된 것은 직접적으로 말해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물론, 아끼고 절약해야 하는 습관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지요.


'책'도 간단합니다.

'도서관'에 자주 가서 맛있는 거 사주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좀만 크면 주말마다 같이 도서관 가서 보고 싶은 책 보고 맛있는 거 먹고 산책하는 것이 꿈 중 하나입니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이루긴 했지만 도서관에서 아직 집중해서 책 볼 정도는 아니라서요...

물론, 집에 TV도 없습니다.

저도 책 보는 모습을 자주자주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알뜰살뜰하게 살아오신 어머니를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저도 알뜰살뜰 살려고 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렇게 사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유년시절 이런 삶을 체험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던 사람들은 모를 것입니다.

저도 자식들에게는 나름 부족함 없이 해주고 있지만 나중에 자가를 소유한 채 월세를 살면 성인이 될 때까지 집 있는 것을 말해주고 싶지도 않습니다.


혹여나 친구들이 월세 산다고 놀리는 사람이 있어도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나 그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아가야, 우리가 지금 월세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란다. 그런데 월세 산다고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 않니?"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귓등으로라도 안 들을까요?

능력도 없으면서 돈 펑펑 쓰고 비싼 차 타는 아빠보다 알뜰살뜰 잘 모아서 내 자산을 잘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네요

근데 생각해 보니 이러려면 다른 자산을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지 자식에게 알려주는 수밖에 없겠네요...^^;

그래야 교육이 될 테고요...


우리 딸들이 예쁘게 치장해도 예쁘고,

치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예쁜 바른 정신과 좋은 생각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당당하면서 겸손하고 밝은 아이로 자라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려면 부모가 잘해야겠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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