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수도승과 빈 배
아주 오래전 젊은 수도승 한 사람이 숲속의 작은 수도원에 살고 있었습니다. 숲 옆에는 자그마한 호수도 있었습니다. 이 수도원에서 수행 중이던 사람들은 몇몇 나이 많은 고승과 한참 갈 길이 먼 신입 수도승들이었습니다. 이곳의 수도승들은 지켜야 할 계율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과는 각자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한 번에 몇 시간씩 침묵 속에서 명상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젊은 수도승은 여러 가지 이유로 명상에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하면 누군가 제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주의를 흩뜨립니다. 제가 명상 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방해한다는 사실이 화가 납니다. 어쩌면 그토록 남을 배려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제가 다시 눈을 감고 명상에 집중하려고 하면 고양이 같은 작은 동물이 지나가고, 심지어 바람이 불고 나뭇가지가 흔들리면서 소리를 냅니다.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듯이 이번에는 새들이 짹짹대기 시작합니다. 젊은 수도승은 화가났습니다.
젊은 수도승은 바깥으로 나가 좀 더 평화롭게 명상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근처의 호숫가에서 적당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돗자리를 그곳으로 가지고 가서 명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한 무리의 새 떼가 호수에 뛰어들면서 첨벙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호숫가가 수도원보다 조용하기는 했으나 그곳에도 마음의 평화를 깨는 뭔가가 있다는 사실에 그는 다시 화가났습니다. 비록 자기가 원하던 평화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매일같이 호숫가를 찾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호숫가의 작은 선착장에 묶여 있던 한 척의 배가 수도승의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자 그에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배를 타고 호수 한복판으로 나가서 명상하면 어떨까? 그곳이라면 아무것도 나를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그는 배를 저어 호수 한가운데로 나가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 젊은 수도승은 다시 배에 올라 호수 한가운데로 노를 저었습니다. 그리고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잠시 뒤에 갑자기 물이 튀면서 배가 흔들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호수 한복판에서도 뭔가가 자기를 방해한다는 사실에 다시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가 눈을 뜨자 배 한 척이 자기 쪽으로 곧바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는 소리쳤습니다. "방향을 바꾸시오! 내 배에 부딪히겠소."하지만 그 배는 아랑곳하지 않고 코앞까지 다가섰습니다. 그가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이 그 배는 결국 수도승의 배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그는 불같이 화를 내며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당신은 대체 누구기에 이 넓은 호수 한복판에서 하필 내 배를 들이받은 거요?”
하지만 상대방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젊은 수도승은 더 화가 났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 배에 누가 타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놀랍게도 배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 배는 바람을 타고 호수를 떠돌다가 수도승의 배에 부딪힌 듯했습니다. 젊은 수도승은 화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건 그냥 빈 배였을 뿐입니다. 애초에 화를 낼 상대는 없었던 겁니다.
그순간 머리에 스승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너는 무엇이 너 자신을 그토록 노엽게 하는지 아느냐?" 그리고 그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어떤 사람이나 상황, 환경이 나를 노엽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냥 빈 배일 뿐이다. 빈 배에 대한 나의 반응이 나를 분노로 이끄는 것이다. 내 마음을 상하게 하고 화를 돋우는 사람이나 사건은 그냥 빈 배와 같다. 내 반응이 없으면 그들에게는 나를 노엽게 할 아무런 힘이 없다. ’
수도승은 물가로 배를 저었습니다. 그리고 수도원으로 돌아가 다른 수도승들 사이에서 명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위에는 여전히 소음과 방해물이 오갔지만, 그는 모든 것을 ‘빈 배’로 여기고 평화롭게 명상을 이어갔습니다.
스승은 젊은 수도승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너를 진정으로 노엽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이겨냈구나.“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지 마라> 중에서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