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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여행 4

by 낭중지추 Feb 28. 2025

타이페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one day 투어가 활성화되어 있다. 타이페이에서 한 두시간 거리에 있는 근교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곳을 보고자 한다면 버스 투어를 이용하는게 좋고,  한두곳이라도 자유롭고 깊게 보고자 한다면 택시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버스 투어에 비해 택시 투어는 가격면에서는 좀 나간다. 타이페이로 오기전에 버스 투어를 한 친구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이곳 저곳 부지런히 많은 곳을 본 것은 좋은데, 일정에 쫒기느라 바빴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택시 투어를 이용했다. 택시는 벤츠 비토였다. 서울에서도 못타본 벤트 비토를 다 타봤다. 기사님은 영어를 좀 구사하시는 분이었는데, 매우 친절하고 절도가 있었다. 

첫 일정은 예류지질공원이다. 내리자마자 바람이 많이 불었고, 비가 내릴 조짐이 보인다. 기사님이 우산을 챙겨주신다. 우산을 지팡이 삼아 계단을 천천히 올랐다. 처음부터 힘을 빼면 안된다. 조성된 둘레길을 한바퀴 도는데만 한시간이 족히 걸린다. 비가 더 세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바다를 바로 접하고 있어서 그런지 바다내음이 바람에 섞여있다.  

예류공원에 대한 설명이 있다. 

<예류지질공원은 타이완 북부 중화민국 신베이시 완리 구에 위치해 있다. 자연적으로 침식과 풍화 작용 등이 버섯 모양의 기암들이 모여있다. 잘 알려진 바위는 여왕머리 바위며, 이 곳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다. 다른 바위로는, 선녀 신발 바위, 촛대바위 등이 있다.> 

이런 곳이 조성된 시기가 정확하진 않지만 오랜 시간 침식과 풍화 작용을 거쳤다니 가히 그 시간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런 곳에 가면 지구와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사람의 유전자에는 조상의 조상의 조상의 유전자가 있듯이, 지구의 이 공간에도 과거로 회귀되어서 현재까지 연결되는 그런 근원에 다다르는 장소가 있다. 강물이라고 하면 물의 시원같은 거 말이다.  예를 들어 비만 유전자는 현재의 우리 속에 내재된, 아주 오래된 인류의 조상이라고 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니 호모 사피엔스니, 네안네르탈인이라느니 하는 사람들 때 부터 만들어진 건데, 식량 생산이 일정하지 않아 갑자기 닥치는 기아에 대처하기 위한 생존 전략에서 비롯된 유전자다. 현재의 몸이 현재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억년전에 이미 만들어진 어떤 결과물로서의 몸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좋아하고 한 곳에 머무르기 보다는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유목민 기질도 어쩌면 수렵 채집 사회에서 비롯된 유전자가 아닌가 싶다. 한 곳에 머무르면서 농사를 짓게하는 정주형 유전자는 돌연변이에 불과하다는 추측도 해본다. 우리가 현재의 시간을 살고 있더라도  과거를 들여다보면서 우리를 성찰해야만이 온전한 인간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다. 전체 코스의 중간 지점에는 까페가 있다. 코코아를 마시며 한참을 바다를 바라봤다. 바다의 색깔과 파도가 동해스럽지도, 남해스럽지도, 서해스럽지도 않다. 타이페이스럽다. 이곳 사람들의 표정이 무던하면서도 차분한 것처럼 파도 역시 그런 것 같다. 자연과 사람들이 닮은 듯 하다. 

다시 택시를 타고 이동한 곳은 스펀이다. 젊은 시절에 봤던 와호장룡(이 영화를 본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네요..)의 배경이 됨직한 그런 곳이다. 속 깊이 들여다보면 어디서나 사람사는 모양새는 지진부진하고 애면글면하고 있겠지만, 지난가는 여행객의 시선에 보이는 모습은 그런 속사정이야 알게 뭐냐 싶게 경치와 분위기에 빠져든다. 풍등에 온갖 소원과 기원을 적으며 나는 곧 욕망덩어리임을 자각한다. 풍등을 날리며 나의 소원과 기원에 온 우주에 답하기를  바래본다. 내가 원하는 그 일을 우주가 도와주느라 다른 일이 이그러질 수도 있으니, 자연스럽게 모든 일이 순리대로 풀리기를 또한 바래본다. 거기의 모든 산책로를 걸어보고, 구름 다리를 건너보다 보니 벌써 어둠컴컴하다. 

다시 시내의 시먼딩 역으로 돌아왔다. 두세번 보니 이제는 눈에도 익숙하다. 첫날의 낯설음에서 이제는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내일 집으로 돌아갈 일이 남아있다. 돌아갈때도 에바항공이다. 무안공항의 비행기 사고 이후여서 어떤 비행기를 타야하나로 골치가 아팠다. 그래서 안전을 중심으로 비행기 사고를 검색해봤다. 에바 항공은 대만의 국적기인데 에바항공에서의 비행기 사고는 창사 이래 한번도 없었다는 글을 보고 에바항공을 선택하게 되었다. 자동차 사고에 비해 비행기 사고는 껌이라고들 하던데, 요즘들어 비행기 사고가 더 잦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해외여행의 백미는 기내식이다. 대만으로 올때는 닭가슴살 덮밥이었고, 다시 돌아올 때는 바질 크림 스파게티다. 따뜻하게 마련되어 있는 것이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심지어 후식으로는 와인이이있어서 스파게티와 함께 즐길 수 있었다. 갈때보다 돌아올때는 시간이 단축되었다. 대만으로 갈 때의 2시간 50분에서 20분 정도 단축되었는데, 편서풍의 영향이다. 자연의 힘을 거스르지 않고 잘 이용하면 이렇게 좋은 점이 많다. 내국인이라 입국신고서를 작성할 필요도 없다. 타이페이로 입국할 때 입국신고서를 작성하면서 residental address 부분에서 잠시 막혔었다. 왜냐하면 전에도 말했지만 에어비앤비가 불법이라, 집 주소를 적기가 난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국심사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무사히 통과하고 타이페이로 들어갔을 때 안도감마저 느껴졌던 것 같다. 

아이들과 한 최초의 자유여행이었다. 아이들이 앞서 준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셋이서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종식되었고, 자유여행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다음 여행은 여름이다. 잠시 시공간을 달리하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지금,  거기서 지낸 시간의 농밀함이 오랜시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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