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에서 자란 사람 특징

너도 못 믿겠고 나도 못 믿겠어 - 공포회피 (혼란) 애착유형

by 한선

올 것이 왔다.

혼란 (공포회피) 애착유형은 말 그대로 불안과 회피애착유형이 섞인 것이다.

필자는 이 유형이다 하하.


공포회피 애착유형이 자라온 환경은 말 그대로 혼돈이었다.

양육자의 비일관적인 태도와 예측불가능한 환경이 우리를 혼란시켰다.


예를 들어, 자신의 기분이 안좋은 날에는 타인을, 특히 아이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썼고, 자신이 기분이 좋을때는 무한한 애정을 표현하는 부모님 혹은 선생님 같은 어른들이 많았다면 아이는 혼란스러워진다. 만약 그런 사람이 부모님이였다면, 그를 두려워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팽팽히 공존했을 것이다. 부모님이 나를 예뻐해줄 때는 너무너무 행복해서 점점 사랑받으려는 행동을 하는것에 (그러면서 나를 뒷전으로 두는 불안애착유형의 성향이) 익숙해지고, 하지만 그러다 어느날은 사소한것에 꼬투리잡혀 폭언, 폭행의 화살이 모두 나를 향해졌다면 아이는 어떨까?


혼돈 그 자체.

내가 뭘 잘못했지? 뭘 해서 사랑을 다시 거두어가신거지?를 작은 머리로 고민하면서 조건부적인 사랑을 학습했을 것이고, 그러다 다시 사랑을 주는 날엔 부모님을 기피했단 죄책감에 나를 싫어하게 되겠지. 나도 싫고, 타인도 싫어지겠지.


내가 제일 믿는 사람이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이었을 경우.

나를 지켜줘야 했던 존재가 나를 반복적으로 해쳤을 경우.

어느 날은 꿀 떨어지는 눈으로, 어느 날은 벌레 보듯 바라보았을 경우.

아이는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눈치를 아주 빠르게 키워나간다.


그래서 과잉각성이 (hypervigilance - 주변에 대한 경계와 감정의 감지) 극도로 높은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어디에 있던 상황과 공기를 먼저 살피고 눈치와 비위를 맞추면서 나를 점점 잃어간다. 불안형의 패턴이다. 이유가 아무리 억지스러웠던, 나를 공격하던 보호자가 나에 대한 무언가를 트집 잡아 공격의 불씨를 당겼었다면 더더욱 "문제는 나"라고 세뇌된다.


이렇게 과잉각성의 상태로 사는 건 아무리 당연해졌고 숙련됐다 한들 절대 익숙해질 수 없다. 너무나 지친다. 그렇게 온몸에 힘 잔뜩 들어간 상태로 매 순간을 살아내다 혼자 있으면 당연히 이 과잉각성모드를 끌 수 있으니까 혼자 있을 때만 안전하게 느껴진다. 오직 나만이 안전하다. 회피유형의 발달이다.


연애할 땐 연락 같은 사소한 것들에 너무나 촉이 서있기 때문에 혼자 있어도 과잉각성모드가 꺼질 틈이 없다. 유일하던 안식처를 앗아간다. 그래서 아예 "나"를 잊고 불안형이 되어 문자의 빈도, 길이와 성의의 척도를 심사하고 만약 내가 느끼기에 어제보다, 몇 달 전 보다 조금 더 단답형이면 버리받길 두려워하며 지냈던 뇌에서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 목소리가 들린다.

"어 야 이 사람 봐 너 곧 버릴 듯. 먼저 버려버려."

"봐, 또 떠나네. 역시 난 사랑받지 못하나 봐. 더 사랑하고 더 매달려. 더 헌신하면 너에게로 돌아올 거야."


그래서 혼란형은 관계에 따라 불안형으로, 혹은 회피형으로 왔다 갔다 한다.


내가 싫어하는 "나"와 오로지 있기보단 타인과의 애착을 선택하는 불안, 하지만 나 자신 말곤 아무도 믿지 못하는 회피 - 타인도, 나도 못 믿는 아주 애매하고 공허한 곳에 우두커니 서있는 거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불안정 애착유형들이 안정적인 사랑을 배우는 방법들은 앞으로 하나하나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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