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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선 Sep 16. 2023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것: 집착/결부

그리고 해소방법.

아픈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 결말의 끝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압니다. 그 아픔을 느끼기 극히 두려운 우리는 상황을 컨트롤하려 하게 돼요. 똑같은 아픔만은 피하려다 특정 결과나 관계, 혹은 사람에 집착하게 됩니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크게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결부로 인한 집착입니다. 특정 결과, 특정 사람과의 해피앤딩만을 고집하는 마음이 나를 아프게 할 만큼 커지기 시작한다면 내가 왜 이런 결과에, 이 사람에 집착하는지 알아야 해요. 이 집착은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떠한 결핍과 아픔을 벌충하려 지나치게 애쓰는 마음에서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집착은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해요.


전 제가 행복하지 않은 관계를 도저히 놓지 못했습니다. 현실적으로 고달팠던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단 마음이 너무 컸고, 이게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서운함, 슬픔, 아쉬움, 제가 아픈 감정들을 무시하기 시작하면서 사랑이 아닌 무언가로 변질됐어요.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줘야 해, 내가 이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서운함을 느낄지라도"라는 마음은 관계의 근본적인 불균형은 물론, 계속해서 나를 버리는 오랜 패턴의 연장선이 됐습니다. 이 집착의 근원인 - 난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단 걸 믿지 못해 -라는 뒤틀린 믿음을 점점 더 깊이 못 박았어요. 


제가 이 사람의 행복에 집착한 이유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단 마음이었어요. 어릴 적 상처로부터 생긴 '사랑받지 못한다는 결핍'과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환상을 키워냈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된다면, 상대의 행복의 원천이 된다면, 난 또다시 버림받는 아픔에서 안전할 거야."

이 마음에 사로잡혀 정작 현재 내가 느끼는 아픔들을 억눌렀고, 

상대를 나 자신보다 우선시했고, 

그럼에도 관계를 놓지 못하는 "집착"이 사랑보다 커졌습니다. 


버림받는 걸 피하려 한 행동이, 결국 저를 버리는 거였어요. 

상대의 행동을 떠나서 내가 나 자신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익숙한 아픔을 나에게 주고 있었고, 

그 불행의 책임은 상대에게 전가됐습니다. 


하지만 제 감정은 제 책임이었어요. 반복적으로 상대에게 개선점을 부탁해도 나는 여전히 상처받는다면, 이 관계를 붙들고 상대에게 바뀌어달라는 게 아니라, 나를 슬프게 하는 관계를 정리함으로써 내가 나를 그만 버리는 것은 제 몫입니다.

결핍을 채우려는 집착은 정말 강해요. 관계가 정리되면 숨이 안 쉬어질 것 같은 절박함과 여러 차례 공황발작까지 왔지만 결국 제가 가진 마음은 사랑뿐만이 아닌 집착인걸 알아차리고 나니까 명확한 상황판단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관계를 이어가면, 전 결국 이 사람에게 사랑이 아닌 원망과 미움을 가지게 될 걸 부정할 수 없어졌거든요.


집착은 과거의 관계를 기반으로 상대방이 우리에게 주는 영속성과 안전의 정도를 통해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달리게됩니다.

내가 아는 아픔이 다가 아니라는 믿음이 있다면, 모든 일이 결국엔 나를 위해 흘러갈 거란 믿음과 나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어떤 결과에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지만 문제는 이미 믿음이 무너진 우리에겐, 

이 사람이 없으면 죽을 거 같은 우리에겐, 

이 관계가 무너지는 게,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게 결국 더 큰 행복을 위한 거란 믿음을 가지는 게 불가능합니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 없인요.



+ 집착은 상대방 고유의 사랑방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직 내가 바라는 특정 표현과 사랑만을 갈구하는 것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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