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구글에서 검색해서 넣었습니다. 문제가 있는 경우 알려주시면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유난히 높은 톤의 목소리를 가진, 걱정이 엄청나게 많은 환자분이 있다. 이 환자는 꼭 오전에 치료를 받으러 오고, 오후가 되면 최소한 세 번은 치과로 전화를 걸어서 우리가 예상치 못한 질문을 쏟아낸다. 그래서 이 분 목소리를 데스크 직원이 기억하고 있을 정도이다.
한동안 이 환자분의 연락이 뜸해서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예약표에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내원 사유는 "두 달 전 치실을 하다가 잇몸에 상처가 났는데 그 이후로 그 부위에 치실 자국이 남아있는 것 같다.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싶다"라는 것이었다. 직원이 "아프신가요?"라고 묻자 그런 건 아니라고 한다. 아무 느낌도 없고 그냥 자국이 남아 있는 것 같아서 그렇단다. 직원이 많이 걱정이 되시면 병원에 한 번 내원해서 확인을 해보자고 했더니 "그건 또 아니고..."라는 답이 온다. 어쩌라는 걸까...
두세 번의 이런 전화 통화 끝에 환자분이 내원하기로 했다. 내원 당일, 10시 예약이었지만 늘 그렇듯 당연스럽게 10시 반이 되어서야 도착한 환자분은 체어에 앉자마자 전화로 했던 말을 한다. "두 달 전 치실을 하다 잇몸에 생긴 상처로 잇몸에 자국이 났어요."까지는 똑같았다. 문제는 "지금, 오늘 아침에 보니까 상처 자국 티도 안 나고 괜찮은 것 같아요."란다. 어쩌자는 걸까... 휴...
내원하신 김에 입안을 살펴보니 특별한 이상은 없다. 치실 상처도 안 보이고, 치아 문제도 없고, 잇몸도 괜찮다. 아무 이상이 없다 말하고, 다음부터는 걱정되는 문제가 생기면 두 달 기다렸다 오지 말고 바로 오시라고 했다. 두 달 전 문제는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다는 말과 함께. 오후에는 또 전화가 서너 번 오겠구나...라는 생각에 직원들도 나도 뭔가 마음이 불편하다.
환자는 걱정이 되어서 내원한 것이겠지만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어디까지 이해를 해야 하는 건지 점점 더 모르겠다. 특별한 문제가 없음을 말했지만 귀가해서 몇 번씩 전화를 하고, 마냥 황당한 질문을 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정말 모두가 답이 없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