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원이 10명도 되지 않는 작은 대학생 동아리에서 중극장 이상 규모의 뮤지컬을, 그것도 초연을 올리겠다는 건 결말이 정해진, 무모한 도전이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있었음에도 공연을 올려보기로 결정한 건 그저 대학생활을 함께해온 오로시의 마지막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싶었던 마음 하나. 고작 그 뿐이었다. 히어로 같은 단어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지만, 한 번쯤은 모든 힘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봐도 좋겠다고, 그렇게 시작한 아주 작은 프로덕션이었다.
Have to be the Superhero
작품을 고르고 계약을 진행하고, 번역부터 공연 당일까지 8개월. 아름다운 이야기를 세상에 내어놓아보자고 말했던 건 언제인지, 전쟁통이 따로 없는 연습 기간을 보냈다. 스탭부터 배우까지 사람이 바뀌고, 매일같이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그 안에서 우리는 한 명 한 명이 모두 ‘히어로’가 되어야했다. 인력과 자금은 모자라고, 시간은 흘러가고, 꿈은 높이 있었으므로.
Help to be the Superhero
공연은 올라가는 줄도 모르게 올렸고, 내리는 줄도 모르게 내려갔다. 겨우 이틀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서 지난 반 년의 시간이 불살라졌다. 공연을 직접 올리고 나니, 매일이 다른 공연이라 말하는 공연예술의 특별함을, 그 안에서 스스로를 태우며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새삼 동경하고, 또 존경하게 되었다. 그런 매력에 이끌려오는 이들을 부나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따지자면 남의 빛에 자신을 태우는 것은 아니므로, 각자의 빛을 품고 있는 반딧불이라고 하겠다. 이건 그런 반딧불들을 위해 남겨두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