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체력장을 상반기, 하반기 1회씩 진행했었다. 체력장 시즌이 되면 어디론 가 숨고 싶을 정로도 체력장 종목 중 유일하게 잘하는 것은 오래 달리기였다. 그 외에 종목은 뒤에서 4-5번째 정도였던 것 같다. 잔병이 많았던 허약한 체질도 아니었는데, 보통의 몸과 보통의 체력을 가진 보통의 아이였는데 순발력이나 유연성, 근력이 없었던 것 같다. 유일하게 갖추고 있었던 힘은 지구력 하나였다. 오래 달리기 다음으로 잘했던 종목이 오래 매달리기였다. 그냥, 끝까지 달리고 끝까지 매달리는 것. 어떻게 든 버텨 보는 것. 짙은 슬픔을 머금고도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은 지구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범접할 수 없는 높이뛰기 선수였다. 무릎을 굽힌 자세에서 양팔을 위아래로 휘젓다가 점프를 했는데 3m 정도 허공 위로 올라갔다. 사람들을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나도 믿기지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높이 뛸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내심 속으로 놀랐다. 한 번만 더 보여달라는 사람들의 말에 한 번 더 제자리에서 양팔을 위아래로 휘저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여러 번 팔을 휘저었는데 내 주변 풍경이 푸르른 들판으로 뒤바뀌는 것이 아닌가. 초록 풀과 꽃들이 펴 있고 나비가 훨훨 날아다니는데 시원한 바람이 나의 온몸을 감싸 안았다. 그렇게, 나는 계속 팔을 휘젓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아.. 내가 요즘 오래 달리기가 아니라 높이뛰기가 하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지금까지 15년을 직장생활을 해왔다. 직장인이라는 안전지대에서 나는 오래 달리기를 해왔다. 한 코스를 반복적으로 뛰는 것은 내 성에 차지 않기에 더 재미있는 코스를 찾아 이동하는 도전적인 오래 달리기였다. 한 회사에서 웬만한 일들에 적응을 하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의 한계를 느끼면, 자연스럽게 더 재미있는 새로운 코스가 때마침 나에게 왔고, 나는 더 길고 험한 코스로 가기도 했고, 더 많은 관객이 응원을 해주는 코스에 가기도 했고, 시골길처럼 비포장 코스를 달리기도 했다. 15년을 매월 들어오는 월급을 따박 따박 받으면서 오래도 달렸다. 20년, 30년 직장 생활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니 나의 오래 달리기가 그들에 비하면 길지도 험하지도 않은 중급자 정도의 코스였으리라.
지금은 사업을 해보겠다고 뛰어든 지 2년 차이다. 오래 달리기보다는 높이뛰기가 하고 싶은 것이 맞는 것 같다. 평지라는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하나, 둘, 셋!! 하고 허공 위로 높이 뛰어올라 평지에서 내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것이다. 몇 번의 높이뛰기 시도가 있었지만 중력에 이끌려 금세 발이 땅에 닿았다. 아직까지는 도움닫기를 연마하고 있는 중이다. 높이뛰기에서 중요한 기술은 점프방식과 점프하는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는 것, 근력, 유연성, 긍정적인 마인드셋,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현재의 인생과 맞닿아 있는 스킬들이다. 적절하게 치고 빠지는 사업적인 타이밍, 포기하지 않는 마음의 토대가 되는 근력, 정공법보다 우회할 줄 알고 이기는 것보다 져주는 것을 덕으로 여겨야 하는 유연성, 실패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기회로 여길 줄 아는 긍정적인 마인드셋, 그리고, 내가 하려는 일들에 대한 집중력. 높이뛰기의 기술은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술이 분명하다. 체력장에서도 오래 달리기 외에는 거의 꼴등을 했던 내가 과연 얼마나 높이뛰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꿈속 에서처럼 높이뛰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만 같다. 지금의 도움닫기 연습은 내 눈앞에 풍경을 꽃밭으로 만들어 살랑이는 바람에 나를 태우고 허공 위로 높이 높이 올라갈 것이다. 날듯이 뛸 것이다.
"인생의 의미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우리가 되는 모든 것은 우리가 만든 결정의 결과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입니다."
_엘리너 루스벨트 연설문 중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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