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시각예술 작가로서 활동하면서부터 작품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아왔는데 그중에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현재의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였다.
대학을 애니메이션 전공으로 선택하면서 처음 가졌던 목표는 대중적인 형태의 애니메이션 혹은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2009년에 입대를 하게 되었다. 군 복무를 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군대라는 집단은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선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앞뒤가 꽉 막힌 집단이다. 그런 집단에서 생활하면서 억눌리는 생각들과 답답한 마음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군대에서 배정받은 보직이 탄약 관리병이었고 탄약고를 관리하다 보면 넓고 판판한 판자들이 많이 나왔기에 기회가 될 때마다 하나씩 챙겨 와서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곤 했다. 사실 그때는 지금처럼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작업을 했다기보다 그때그때의 상황이나 기분에 맞춰 그림을 그렸기에 대부분이 군 생활에서 오는 힘겨움을 그린 지극히 개인적인 작품들이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같이 근무를 했던 분대원들의 반응이었다. 같은 처지에 놓인 상황이어서 그랬는지 작품들에 공감을 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나름대로 작품의 요소요소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저녁 점호를 들어오는 당직 사관들도 작품들을 재밌어하며 관람평을 내주기도 했다. 이런 반응들 덕분에 군 생활 중에도 많은 작품을 그려낼 수 있었다.
이후 전역을 하고 나서 사회로 돌아와서도 내 안에 있는 어떤 불만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주제를 단순히 나 개인이 아닌 사회로 확장해서 사회 속에 만연해 있는 여러 문제를 그려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작업을 시작하게 되어 지금까지 그와 같은 결로 작품들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군 복무의 경험은 다시 떠올려봐도 정말 끔찍했던 기억이지만 그 경험을 통해 현재 작가로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확립시켰단 것을 생각해 보면, 군 복무가 나에게는 좋은 변환점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래에는 군 복무 중 작업했던 작품들 몇 점을 공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