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과 편견
군 복무 시절 받았던 보직이 탄약 관리병이었다. 그래서 부대의 탄약을 저장하는 탄약고를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탄약고는 안전상 군 막사에서 떨어진 산속에 있었다. 탄약고 건물은 산을 뚫어 만든 터널식 건물이었고 화약들을 저장하는 창고인 만큼 직사광선이 들지 않고 적당히 습하고 시원하게 유지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 환경을 좋아하는 곤충들이 굉장히 많이 찾아왔는데 그중에서도 나방이 제일 많았다. 한 달에 한 번 탄약고를 청소할 때면 구석구석에서 수십 마리의 나방 사체들이 나왔고 나는 생전 처음으로 여러 가지 종류의 나방들의 무늬를 자세히 관찰할 기회를 얻었다. 자세히 바라본 나방들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동안 왜 그렇게 나방들을 혐오했었는지 이해가 안 갈 만큼 나방의 무늬는 매력적이었다.
나방은 어둡고 습한 곳에서 주로 서식하는 습성과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때문에 사람들에게 나쁜 인상을 준다. 그와 반면에 생물학적 분류에서 같은 나비목에 속하는 나비들은 주로 낮에 활동을 하고 꽃사이를 날아다니며 꿀을 먹는 장면이 주로 포착되기에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곤충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내가 관찰한 나방의 아름다움은 결국 어둡고 습함이 가지고 있는 편견에 가려져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내가 군 복무를 마치고 처음 그렸던 작품이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사소한 편견을 깨준 나방을 얼굴에 씌움으로써 타인이나 사회를 바라볼 때 편견을 가지지 않고 싶다는 의미와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이들 역시 나를 바라볼 때 편견 없이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방을 씌운 자화상을 그렸다.
어느덧 이 작품을 그린 지도 10년이 넘었다. 사회의 모습을 그리는 작가로서 항상 가장 경계하는 것이 편견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것인데, 사실 편견을 내려놓고 본다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럴 때마다 탄약고에서 마주했던 나방의 무늬를 떠올림과 동시에 이 그림을 그릴 때의 마음가짐을 다시 되새겨 보면서 진행하는 작품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고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