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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비행기 놀이로 보는 권력의 착각

by 채정완
비행기_acrylic on canvas_65.1X53.0_2025.jpg 비행기Airplane, acrylic on canvas, 65.1X53.0, 2025

어린 시절 비행기 놀이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아빠나 엄마가 아래에서 두 다리로 아이를 들어 올려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놀이로 아이의 신체 발달과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되는 놀이로 흔히 알려져 있다. 놀이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다리 위에 있는 아이이지만 그 즐거움을 위해 힘을 쓰는 것은 아래에 깔린 어른이다. 이 단순한 놀이를 통해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권력자들의 착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많은 권력자들은 자신의 위치를 자기 능력만으로 올라왔다고 믿는다. 정치권에서 이런 착각이 흔히 나타나는데, 국민의 지지 덕분에 권력을 얻은 선출된 공직자들조차 마치 자신이 타고난 지도자라 믿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단기적으로는 그런 행동들에 지지자들의 동의를 얻을지는 몰라도 그런 모습이 지속된다면, 결국 지지 기반은 무너져 내리고 이후의 선거에서 외면당해 권력에서 밀려나게 된다.


정치권뿐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성공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종종 기업의 성공이 자신의 결단력과 리더십에 의한 것으로 생각하고, 기업에 속한 수많은 직원의 노력에 대한 가치는 평가 절하한다. 집단의 성장에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더 중요한 것이 구성원들의 노력일 것이다. 그렇기에 경영자가 직원들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기업은 장기간의 성공을 보장받기 어렵다. 그런 태도는 노사 갈등을 부추기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쉬워 기업의 운영에 스스로 타격을 입히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비행기' 작품은 이렇게 우리가 사회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작품으로 타인의 지지를 마치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는 힘으로 착각하고 그 힘을 남용하는 권력자들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그림 속 인물이 떠 있을 수 있는 것은 그 아래에 누군가의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 지지가 사라진다면 하늘을 나는 듯 보였던 비행기 역시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높은 곳에 있을 때, 그것이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가능했던 것이 아님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도자든, 기업가든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지지와 도움 덕분에 권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 권력을 남용하기보다는 그 지지를 지속시키기 위한 책임감을 가지고, 지지자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태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공중에 떠 있는 동안 자신의 힘을 과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떠받치는 손길을 인식하고 감사할 줄 아는 태도가 진정한 성공과 지속 가능한 권력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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