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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신중하지 못한 선택의 결과에 대해

by 채정완
도미노 Domino, acrylic on canvas, 50.0X65.1, 2025

도미노 게임은 13세기 중국의 송나라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최초의 모습은 주사위 게임을 변형한 형태로 만들어져 마작과 유사한 패로 주로 도박과 오락을 위해 활용되었다. 이후 18세기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숫자 패턴이 새겨진 타일 형식의 보드게임으로 변화되었다. 이런 보드게임이 아닌 여러 개의 도미노 블록을 세운 뒤 넘어뜨리는 형태의 게임으로 발전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알려져 있다.


19~20세기경 도미노 블록을 직선으로 세운 후 처음 혹은 마지막 블록을 밀어 연속적으로 무너뜨려 연결되는 라인이나 특정 문양을 만들어내는 형식의 게임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는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하나의 작은 행동이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개념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1980년대 이후 '도미노 효과(Domino Effect)'라는 개념이 사회적,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이런 방식의 도미노 게임이 현대인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도미노 게임의 본질은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전체 흐름을 결정짓는다는 점으로 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대변한다. 정치적 지도자,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 혹은 여론의 방향성이 곧 사회 전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렇기에 군중이 신중하지 못한 선택을 할 때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 '도미노'는 이러한 도미노의 원리를 인간 사회에 대입하여 그린 작품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고, 가장 앞의 한 사람이 밀리자, 모든 사람이 연쇄적으로 쓰러지는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를 잘못 선택하면, 오랜 시간 공들여온 사회의 체제가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신중히 지도자를 선택하고 있을까? 단순히 군중 속에 섞여 여론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지는 않을까? 잘 세워진 도미노는 언뜻 완성도 있어 보일지 모르나, 단 하나의 블록이 쓰러지는 순간 그 뒤의 모든 블록이 쓰러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이 작품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선택들과, 미래에 다가올 선택의 순간들을 한번 되돌아보길 바란다. 작은 블록 하나가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워온 모든 것들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언제든 올바른 선택을 통해 무너진 도미노를 다시 세울 수도 있다. 결국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조각들을 배치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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