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상징과 인간의 타락
완장은 팔에 두르는 표식으로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적 역할을 해왔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완장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군부독재 시기를 거치며 권위주의와 억압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일제강점기에는 헌병과 순사들이 완장을 차고 권위를 과시했으며, 이후 한국전쟁 시절에는 이념을 앞세워 권력을 휘두른 자들이 완장을 차고 활동을 하며 민중을 탄압했다. 그 후 들어선 군부독재 시기에는 민방위 대원, 관변단체 조직원, 학교의 선도부 등이 완장을 사용했고, 이는 권력의 위계와 억압을 상징했다. 이러한 완장의 이미지는 단순히 한국 사회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으로도 권력과 억압의 도구로 활용되었다.
독일 나치 시대의 붉은색 완장은 그 대표적인 예다. 나치 장교들은 붉은 바탕에 검은 철십자 문양을 넣은 완장을 사용하여 독재적 권력을 과시했다. 이는 단순히 지위를 나타내는 표식이 아니라, 인종적 순수성과 독일 국수주의를 상징하며 억압과 폭력의 도구로 기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여러 극우 국수주의 운동에도 완장이 사용되며 권력과 지배를 상징하는 표식으로 자리 잡았다.
'완장' 작품은 인간 사회에서 특정 계급이나 권력이 부여되었을 때 발생하는 심리적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얼굴이 없는 익명성을 가진 인물이 팔에 붉은 완장을 두르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모습은 개인이 권력을 부여받았을 때, 그 권력에 매몰되어 본연의 가치를 잃고 오직 권력만을 추구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붉은색 완장은 강렬함과 위험을 상징하며, 권력이 갖는 억압적이고 독재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이는 독일 나치 시대나 일제 강점기, 군부독재 시기의 완장 이미지와 연결되며, 권력을 가진 부정적 속성을 부각한다. 얼굴이 없는 설정은 개개인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오직 권력 자체가 중심이 되는 상황을 암시하며, 이는 권력이 인간성을 압도하고 사람들을 체제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이 작품은 완장이 가진 상징성에서 시작하여 개인과 사회가 권력을 남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비판적으로 그려낸다. 이를 통해 인간 내면의 권력 욕망과 그로 인한 타락을 성찰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작은 표식이 만들어내는 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이 힘이 인간성과 공동체를 훼손하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