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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자본주의와 사회 권력의 주종 관계

by 채정완
산책_acrylic on canvas_45.5X33.4_2025.jpg 산책 Walk the dog, acrylic on canvas, 45.5X33.4, 2025

현대 사회는 평등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계층적 권력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사회는 특정한 위치에 따라 사람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위계가 형성된다. 우리는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특정한 흐름을 따르도록 길들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주종 관계는 단순한 개인 간의 지배와 복종이 아니라, 사회 권력과 자본이 만들어낸 고착된 질서가 된다.


사회 권력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며,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규정한다. 학교에서 우리는 위계적 구조를 학습하며, 특정한 규범과 기대를 내면화한다. 정치와 법, 언론과 교육, 문화 전반에서 사회 권력은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지시하며, 사람들은 이러한 보이지 않는 목줄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길든다.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이라는 당근을 제공하면서 일정한 행동을 요구한다. 기업 구조에서 노동자는 고용주의 통제 아래 놓이며, 생계유지를 위해 자본가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입장 또한 자유롭지 않다. 광고와 마케팅 전략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소비 습관이 형성되고, 기업이 만든 규칙 속에서 생활하는 우리는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믿지만, 결국 시장의 흐름과 기업의 의도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권력 역시 비슷한 구조를 형성한다. 권력자는 대중을 통제하며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기도 한다. 개인은 자유 의지대로 살아간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게 된다. 미디어 또한 강력한 사회 권력의 한 형태로 작용하며, 특정한 가치관을 지속적으로 노출함으로써 사람들의 인식 자체를 형성한다. 우리는 특정한 신념과 관점을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여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사회 권력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이 작품 '산책' 속 목줄의 상징성은 이러한 현실과 맞닿아 있으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구조적으로 지배와 복종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환기한다. 이 작품은 개와 주인의 관계를 차용해 현대 사회의 권력 구조와 종속 관계를 풍자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얼굴 없는 정장 차림의 두 인물 중 한 명은 다른 이를 개처럼 목줄로 이끌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위계 관계를 넘어 우리가 속한 사회 구조에서 특정한 힘이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개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산책'은 우리가 이미 이러한 주종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하고,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일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사회적 위계를 당연한 질서로 받아들일 것인가, 혹은 그 구조를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할 것인가. 결국, 이 작품은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우리가 사회 속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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