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살 예정입니다

에필로그

by 니나

처음부터 이런 글을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늘 흠모하던 소설가가 되어 단편소설을 써볼까? 직장인 자기 계발서를 써볼까? 아니면 남자친구와 나의 연애물을 써볼까? 처음엔 그랬었다. 그러나 ‘가장 나다운, 나만 쓸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를 찾던 끝에, 내가 가장 이야기 꺼내기 불쾌했던 치욕적이었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한국 노동법을 제대로 무시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던, 회사의 해고 통보 메일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 메일을 받은 그날 아침의 기억부터 끄집어냈다. 오래된 화장실 수챗구멍이 오물과 머리카락에 막혀 건들기도 싫은 그것들을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끄집어내는 그런 기분으로.


내키진 않았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적다 보니 당시의 나를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그래서 나를 위로하고, 그리고 거기서 나는 벗어날 수 있었다. 과거의 나를 그 글에 남김으로써 나는 치유될 수 있었고, 점점 더 나아졌다. 그렇다고 해도 이 글이 배설물이 되는 것은 싫었다. 당시 내가 아무리 끔찍했어도 이 글은 내 행동과 감정과 결정에 대한 기록이고 영원히 남을, 내가 없애고 싶다고 지워버릴 수도 없는 내 삶의 증거가 될 테니, 솔직하되 담담하고 개인적이되 객관적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나를 이해하되 동정하지 않으려 했고, 위로하되 변명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게 잘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괜찮아? 어떻게 지내?’라고 나의 안위를 궁금해하면 ‘괜찮아요. 나는 잘 지내요.’라고 답하곤 했었다. 갈피를 못 잡고 취업도 못 하는 줄 알고 나를 위로하러 밥 사주겠다고 불러낸 선배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정말 잘 지냈다. 잘 먹고, 잘 자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지런히 놀았다. 나에게 언제 이렇게 소중한 시간이 또 오겠냐 싶은 마음에 최선을 다해서 생각하고 놀았다. 마치고 싶은 글감이 있으면 새벽 3시까지 원고를 붙들고 있기도 했고, 늘 메모하고 생각했고, 책과 카메라를 항상 품에 안고 다녔고, 느리게 쓴 시간도 소중하게 생각하여 의미를 부여하고, 규칙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 매일 아침 운동을 했다. 나는 내가 알았던 나보다 훨씬 더 부지런했고 계획적이었고 능동적이었다. 회사에서 지쳤던 것은 알고 보니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너무 열심히 산다. 하지만 열심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갓생, 자기 계발, 미라클 모닝, 그래 다 좋다. 훌륭하고 멋있다. 그렇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난 뭘 잘하지? 뭘 좋아하지? 뭘 하고 싶은 거지? 그걸 알아야 하는 게 아닐까. 남 하는 데로 따라가지 말고 내 길을 찾자. 어디로 갈지 방향을 제대로 잡고 후회 없이 전력 질주해보자. 나는 이제 내 맘대로 살 예정이다. 눈치 보지 않고 주인공이 되어볼 생각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인생 후회 없이 즐겁게 살아볼 작정이다.


이 책의 독자도 후회 없이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회사에서 해고되었다 하더라도, 그런 비슷한 일이 벌어져 우울하고 분노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 사정을 내가 일일이 다 알고 위로하고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좌절하거나 걱정하지 않기를 부탁한다. 그리고 너무 자책하거나 위축되지 않기를 부탁한다. 그 시간을 보내고, 약간만 떨어져서 보면, 닫힌 문 옆에 열린 문이 꼭 있기 마련이다. 나에게 조금 틈을 주고, 약간의 딴짓으로, 나를 다독이며 그 열린 문을 잘 찾아보길 기도하겠다. 어쩌면 그 강제의 휴식이 지금 꼭 필요했던 시점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당신 삶의 주인공이 될 두 번째 기회일 수도 있다.


혹여 회사에서 아직 해고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자. 그렇다고 해고가 되도록 기도하지는 말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그리고 잘하는지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보자. 그리고 왠지 이거다 싶은 게 있다면 의심하지 말고 일단 꾸준히 해보자. 어느 순간 시간의 퇴적층 속에 나의 시간과 노력이 만든 멋진 다이아몬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꼭 당신 마음에 쏙 드는 당신만의 꽃길을 찾기를 바란다.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을 정도로 후회 없이 멋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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