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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교범 Oct 21. 2024

Prologue

카니보어 다이어트로 고도비만을 극복하고 풀마라톤에 도전하기

 사람은 잘 못하는 것을 동경하고 꿈으로 삼곤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대를 졸업한 후 철학이나 역사 전공을 동경했고, 뻣뻣한 몸을 탓하며 요가를 버킷리스트에 올렸으며, 고도비만인 몸을 가지고 날씬한 연예인 같은 몸을 꿈꿨다. 계단 몇 걸음만 올라가도 힘들어하면서도 풀 마라톤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버킷리스트는 이루지 못한 채, 어느덧 나는 불혹의 나이를 향해 가고 있었다. 30대 후반, 이런저런 핑계로 꿈들을 미뤄왔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것은 바로 "건강"이었다. 누군가 그러더라. 20대에는 멋있어 보이려고 운동하고, 30대에는 즐거워서, 40대부터는 아프지 않으려고, 50대부터는 죽지 않으려고 운동한다고. 또래 사람들이 직장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졌다는 소식이나 병으로 인해 휴직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다시 먹고 마시고 즐기며 지냈다. 그렇게 내 몸은 원래도 쪘었는데 점점 더 불어나고 있었다.


 2023년 10월, 나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지울 수 있었다. 바로 해외 취업이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간 바라던 것을 해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진 해외 이주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퇴사 준비, 해외 이사 준비, 사람들과의 이별까지. 3개월 동안 이미 좋지 않았던 건강은 더 악화되었고, 몸무게도 훌쩍 늘어났다.


 2023년 12월, 직장에서 받은 마지막 신체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당뇨, 고혈압 등 여러 항목이 모두 위험 경계에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나이로 버티는 건강은 끝난 것이다.

 

 2024년 1월, 이삿짐과 캐리어 무게를 재기 위해 체중계에 여러 번 올라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머릿속에 깊이 박힌 내 몸무게는 118kg이었다. 군대 가기 직전 117kg이 가장 높았던 몸무게였지만, 그 기록을 넘겨버린 것이다. 아마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먹은 한식들과 술 때문이었으리라.


 그렇게 나는 가족과 함께 영국에 도착했다. 모든 것이 새로운 이 나라에서 적응하면서, 비싼 외식비용으로 외식을 줄이고 요리를 해먹기 시작했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살이 조금씩 빠지는 것을 느꼈다. 건강이 좋아지고 있겠지, 라며 술도 마셨지만, 또다시 좌절한 것은 아들과 함께 참가한 Junior Park Run이었다. 겨우 2km 달리기였지만, 나는 1/4 바퀴도 못 뛰고 헉헉대고 있었다. 그때는 뛰다 보면 나아지겠지, 라고 생각했다.


 2024년 7월, 집안일로 한국에 잠깐 다녀왔다. 다시 캐리어 무게를 재기 위해 본가의 체중계에 올라갔을 때, 나는 살이 많이 빠졌을 거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112kg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건강을 챙겨야겠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였다.


 살면서 나는 두 번의 다이어트 성공 사례가 있었다. 비록 요요로 끝났지만 말이다.

 

 첫 번째는 군대에서였다. 입대할 때 117kg였던 몸무게가 86kg으로 줄었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덕분에 약 30kg을 뺄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 후 졸업작품과 대학원 생활로 인해 다시 112kg까지 요요가 왔다.


 두 번째는 약 8년 전, 직장을 다니면서였다. 당시 112kg이었던 몸을 간헐적 단식과 저탄고지 다이어트, 그리고 오래 걷기를 통해 97kg까지 감량했다. 덕분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할 수 있었지만,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던 나는 다시 살이 찌고 말았다.


 군대에서의 달리기, 8년 전의 저탄고지와 간헐적 단식을 결합하면 다이어트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어트 방법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 간헐적 단식과 고기 위주의 식사로 시작했다. 저탄고지와 케토 다이어트를 검색하다 보니, 카니보어 다이어트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했다. 카니보어와 케토 다이어트를 공부하면서 식단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즉시 밥과 밀가루를 끊고, 탄수화물은 일부 야채로만 섭취했다.


 달리기도 공부하고 검색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달리기를 하면 무릎이 망가진다거나 일찍 죽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달리기가 새로운 운동 트렌드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미 뛰고 있었고, 이를 돕는 다양한 어플과 유튜브 영상이 있었다. 이렇게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누가 시켜서가 아닌 내 의지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나의 다이어트와 마라톤 도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전 다이어트들과 달리 이번에는 스트레스가 없다. 이런 즐거운 다이어트와 달리기 경험을 독자들에게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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