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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풍경-졸업

by 향기로울형

졸업식 날 아침, 교무실에 앉아있는데 한 아이가 작은 꽃다발을 책상에 올려놓는다. 감사했다는 말, '이따가 사진 같이 찍어주세요'라는 말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졸업식을 앞두고 마음이 이래저래 뒤숭숭. 더 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학기 초에 나는 그만큼만 하기로 결심했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후회라니!) 착하고 고마운 아이들에게 더 따뜻하게 해 줄 걸 하는 아쉬움, 영영 친해지지 못하고 안 좋은 기억만으로 마무리된 것 같은 아이도 괜히 걸린다. 작은 책, 아이들 사진, 학교에서 준 졸업 선물을 봉투에 넣고 짧지만 진심을 담아 축하 메시지를 썼다. 뒤늦게 책보다는 먹을 걸 사야 했나 하는 아쉬움에 부랴부랴 캔디류를 사서 선물 봉투의 빈 공간에 욱여넣었다. 그리고 간단히 풍선과 배너로 교실을 장식했다.


다른 반 선생님들이 나를 부러워했던 거 알고 있어? 잘해줘서 고마웠어.


마지막 조회로 인사를 하고 아이들을 식장으로 들여보낸다.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스럽게 졸업장을 수여하시는 교장 선생님 옆에서 졸업장을 건네며 나도 미소를 건네본다. 어쩌다 찾아오는 학생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정말로 얼굴을 보는 게 마지막일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잊히겠지. 어느 해 잠깐 함께했던 선생님 중 하나로, 어느 해 잠깐 함께했던 학생 중 하나로. 지긋지긋했거나 엉터리였거나 엉망이었던 사람은 아니겠지만 특별히 좋았던 기억 없는 그런 평범한 선생님, 학생으로... 어쩔 수 없지, 흐르는 강물처럼 떠나보낸다.


학생들이 찾아와서 선생님, 함께 사진 찍어요 하면 좋겠지만, 아이들이 그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가 식장을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건넸다. 인사를 못하면 나만 손해니까. 찾아오지 않는다고 서러워해봐야 나만 손해다. 인사를 건네고 싶은 아이를 찾아가 등을 두드리며 축하한다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덕담을 한다.

"너, 괜히 의기소침해지는 습관, 버려! 알았지? 파이팅!"

마지막까지 잔소리를 잊지 않는다. 나의 작은 진심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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