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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구두를 신은 Aug 21. 2023

어느 선데이크리스천의 진실

예쁘게 혹은 멋지게 차려입고(그건 오래된 그들 집단의 관습이자 개인적인 습관이다. 의복에 마음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일요일 이른 아침 한산한 도시의 도로를 달려

분주하게 어느 건물에 들어간다.

입구에 서서 안내하는 사람들의 미소가 무색하게 그는 표정이 없다.


엄숙한 표정으로 노래를 하고(찬양과 찬송이라는 전문용어가 있긴 하다)

뻣뻣한 고개를 잠시 숙이며 눈을 감고(기도라는 전문용어가 있긴 하다)

그리고 곧은 자세로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간혹 눈동자가 흐려지는 것을 보아 그는 두고 온 회사 업무 생각에 잠시 빠지거나, 자녀에 대한 근심, 아니면 졸음에 빠졌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일어나서 몇몇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선다.


'됐어.'

이렇게 생각하고 그는 다시 차를 달려 집에 돌아온다.


됐어. 예배에 참석하는 한, 나는 한 발자국도 멀어지지는 않았어. 알아 더 나아가지는 못했다는 거. 하지만 교회 2층 이 자리에 오는 것만으로도 나는 신앙을 놓치지 않고 있는 거야. 이곳은 내 삶의 베이스캠프야. 베이스캠프를 잃지 않는 한 내 오랜 산행은 실패하지 않은 거라고. 내일은 조금 더 멋진 사람으로 살아갈지도 몰라. 나의 무표정이 거룩하지 않다고 사랑이 없다고 탓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분은 내 발걸음을 기특하다 여기실 거야. 급류에 떠내려가지 않으려는 나의 사투를 아시는 분은 그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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