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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구두를 신은
Aug 21. 2023
수영장 샤워실에서 할머니들이 힐끔힐끔 본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머리가 까까머리다
내게는 희망 가득한 잔디머리가
(희망과 절망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며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때 판단 가능한 것임을 알았다. 남과 비교할 때는 또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그들에게는 이상, 절망, 고통으로 해석된다.
내 가슴에는 칼자국이 세 군데나 있고
이제 갓 아물어 상처가 선명하다.(전쟁에서 이기고 살아 돌아온 영광의 상처다. 이 또한 주관적인 내 판단이며 그렇게 생각하는 나의 초긍정마인드가 내 삶의 원천임을 나는 굳게 믿는다. 그러나 이런 마인드가 우유부단을 만들었고 그것이 질병의 원인이라고 탓하는 이도 있다.)
그들은 괜히 뒤에 와서 돌돌 말려 안 올라가는 수영복을 입혀주며
"이렇게, 수영복에 비누를 살짝 묻혀서 입으면 잘 입어져."
"맞아, 맞아, 그게 비결이야"
"그려, 다 비법이 있어."
그들이 알려주고 싶은 비법이란
비누에 묻힌 수영복이 아니라
그것을 핑계로
내게 인생 마다 그런 고비가 있는 법이라고, 힘내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아서
불편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였지만
그 마음만은 고맙게 받아서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얼른 물속으로 퐁당 들어갔다.
물은 시원했고 나는 자유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