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차 부부의 경제활동

#22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부부의 경제활동

by 뉴학생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부부 경제활동의 주체는 나였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안정적인 연봉과 복지가 있었고 파트타임으로 학교를 다니다 보니 학비로 챙길 수 있는 연말정산 혜택도 쏠쏠했다. 반면 남편은 작은 커피회사에서 바리스타와 로스터로 일하면서 주변 동료들이 받는 중소기업 청년 혜택을 돈을 좀 버는(?) 나랑 결혼해서 못 받는다며 농담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맞벌이로 같이 일하는 동안 저축을 하면서도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코로나가 찾아오고 뉴질랜드로 오기 전 이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나는 돈을 벌고 남편은 살림을 했다. 둘 다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도에서 보낸 시간들은 너무 소중했지만, 현실로 돌아오니 언제 열릴지 모르는 뉴질랜드 국경만 바라보고 있기에 불안했다. 다행히 내가 4개월 계약직으로 시작한 일을 일 년 가까이하고 이런저런 경제활동으로 모아둔 돈을 건드리지 않고 “존버”하고 뉴질랜드로 넘어오기 전 짧은 배낭여행을 할 수 있었다.




뉴질랜드로 넘어와서는 반대 상황이 되었다. 배낭여행 중 받은 일자리 제안으로 남편은 먼저 뉴질랜드로 건너와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뉴질랜드는 코로나가 퍼지고 누구보다 빠르게 국경통제를 해서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관리한 나라였지만 해외 인력의 비중이 높던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여러 분야에서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져서 임금은 오르고 지금까지도 인력난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이 마침 필요하던 카페와 일자리가 필요하던 남편의 조건이 맞아떨어져 구직걱정 없이 새로운 곳에 정착할 수 있었다.


내가 학생비자로 일자리를 알아보고 스트레스받는 동안 남편은 2년은 혼자 벌어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으니 걱정 말고 학교생활만 하라는 말을 해주고 있다. 일을 하려는 게 내 경력 공백도 걱정이지만 경제적인 부분도 크기 때문. 지금은 카페에 얹혀살고 있어 약간의 저축을 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머지않아 우리가 살 집을 빌리면 매주 최소 3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추가로 써야 한다.


남편이 한국에서 내가 혼자 일한 시간에 대해 미안함을 갖고 있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뉴질랜드에 오기 전 단지 조건과 운이 맞아 들어 재택근무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그 시간들 동안 마음이 무거웠나 보다. 항상 “내 꿈은 장항준 감독”이라며 나를 김은희 작가처럼 돈 잘 버는 아내로 만들고 싶다고 약을 바짝 올리더니.


덕분에 난 맘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앞으로 남은 학교 생활 동안 기회가 닿으면 파트타임으로 일하겠지만 그게 아니면 졸업할 때 풀타임 자리를 찾아갈 수 있겠지. 다행히 남편은 현재 직장생활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한국에서 비슷한 일을 해오기도 했고 아무래도 커피가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곳인 영향도 있다.




우리 소득과 소비생활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뉴질랜드는 인건비가 비싼 만큼, 장보기 물가는 한국이랑 비슷해도 밖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비싸진다. 음식점이나 자동차 수리, 마사지 등이 그렇다. 남편이 외벌이로 돈을 열심히 벌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조금 덜 쓰는 정도. 결론적으로는 여기서도 집밥을 많이 먹고 외식을 할 때면 분식집 같은 곳으로 골라 다닌다.


지내다 보면 "이렇게 아껴서 뭐 하나, 한국 통장에 있는 돈에 손대볼까?" 싶은 순간이 있어도, 조금씩 아껴둬야 여행이라도 한 번 더 갈 수 있다며 다독인다.


내가 일하는 그날까지 우리 집 가정경제를 잘 부탁한다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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