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After Effects>

툴로 읽는 디자이너의 진화 1.0

by 콜드포인트

디지털 영상 제작의 세계에서 애프터 이펙트(After Effects)만큼 오래되고 신뢰받는 도구는 드물다. 1993년 1월 매킨토시(Mac)용으로 첫 선을 보인 이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영상 합성 도구에서 출발하여 현대의 인공지능(AI) 기능과 첨단 3D 렌더링을 지닌 포괄적인 모션 그래픽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초기의 기초적인 마스킹 기능부터 2025년 최신 버전의 멀티 3D 레이어 동시 조작 기능에 이르기까지, 애프터 이펙트의 여정은 디지털 창작 기술의 발전사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초창기의 시작: 1990년대 기초 구축

PACo Producer box front 1991

애프터 이펙트는 코자(CoSA, Company of Science and Art)라는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다섯 명의 개발자들이 개인용 컴퓨터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합성 소프트웨어를 만들려는 꿈에서 비롯되었다. 1993년 1월 출시된 1.0 버전은 거대한 야심 속에서 태어났지만, 동시에 매우 단순한 형태였다. 마스크, 효과, 변형 그리고 키프레임에 기반한 레이어 합성이 전부였다. 당시만 해도 타임라인 창조차 없었고, 레이어당 하나의 효과만 적용 가능했으며, 전환 모드도 제한적이었다. 그해 5월 1.1 버전이 나왔지만 진정한 도약은 1994년 1월의 2.0 버전에서 시작되었다.


2.0 버전부터 타임 레이아웃 창, 멀티 머신 렌더링, 그리고 프레임 블렌딩 기능이 추가되면서 애프터 이펙트는 조금씩 단순한 도구에서 전문 도구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다만 이 시점까지 애프터 이펙트는 매킨토시 플랫폼 전용이었다. 1993년 코자는 알더스(Aldus)에 인수되었고, 불과 1년 뒤인 1994년 어도비(Adobe)가 알더스를 인수하면서 애프터 이펙트는 어도비의 공식 제품으로 편입되었다. 1995년 10월 출시된 3.0 버전부터는 어도비의 정식 라인업으로 출시되기 시작했으며, 이 버전에서 시간 재매핑(time remapping), 레이어마다의 다중 효과, 그리고 모션 트래커 기능이 도입되었다.


확장의 시대: 2000년대 멀티플랫폼 진출

진정한 의미의 비약은 2000년대에 일어났다. 1997년 5월 윈도우 버전 3.1 출시는 애프터 이펙트를 윈도우 사용자들도 경험할 수 있게 만들었고, 1999년 1월의 4.0 버전부터는 매킨토시와 윈도우 버전이 동시에 출시되기 시작했다. 4.0 버전에서는 탭 기반의 창 시스템, 레이어당 다중 작업, 수정 레이어, RAM 미리보기, 그리고 어도비 프리미어(Premiere) 자료 가져오기 기능이 추가되었다.


tempImagecoEcqW.heic 1999년 1월의 4.0 버전부터는 매킨토시와 윈도우 버전이 동시에 출시


2001년 4월 출시된 5.0 버전은 애프터 이펙트 역사에서 획기적인 순간이었다. 이 버전부터 본격적인 3D 기능이 도입되었고, 표현식(expression)이라는 고급 기능이 추가되어 자동화된 애니메이션을 가능하게 했다. 더불어 채널당 16비트 컬러 처리가 지원되면서 색감 표현의 정밀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2003년 8월 6.0 버전에서는 페인팅 도구, 스크립팅 기능, 그리고 텍스트 레이어가 드디어 추가되었다. 이는 모션 그래픽 제작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추가였다.


기술 진화의 가속화: 2007년부터 2015년

2007년 7월 CS3(8.0) 버전은 애프터 이펙트의 인터페이스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했다. 개별 창 구조에서 도킹 패널 기반의 통합 인터페이스로 변경되었으며, 퍼펫 도구(Puppet tool)가 도입되어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가능해졌다. 2008년 9월 CS4(9.0)는 엔비디아의 CUDA 기술을 지원하면서 그래픽 카드의 병렬 처리 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렌더링 속도의 혁명적인 향상을 가져왔다.


2010년 4월 CS5(10.1) 버전은 64비트 운영 체제 지원의 진정한 구현을 이루었다. 로토 브러시(Roto Brush) 도구가 추가되어 자동 마스킹이 가능해졌고, 매트 디테일 조정 효과로 정밀한 합성이 가능해졌다. 2012년 4월 CS6(11.0) 버전은 글로벌 성능 캐시, 3D 카메라 추적, 그리고 레이 트레이스 3D 텍스트 기능을 선보였다. 레이 트레이싱은 3D 렌더링의 품질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주었다.


tempImage8KbImM.heic Adobe After Effects CS6 인터페이스


2013년 이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reative Cloud) 구독 모델로 전환되면서 애프터 이펙트의 업데이트 주기가 매년 한 번에서 지속적인 소규모 업데이트로 변경되었다. 이 시기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CC 2015 버전에서 멀티프레임 렌더링(Multi Frame Rendering) 기능의 삭제로 인한 성능 저하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오히려 이전 버전을 계속 사용하는 현상까지 생길 정도였다.


현대의 변혁: 2020년대 AI와 고급 3D 통합

2022년 CC 2022(22.0) 버전은 새로운 멀티프레임 렌더링(Multi Frame Rendering) 기능을 재도입하면서 멀티코어 프로세서 활용도를 크게 개선했다. 이는 오래된 불만을 해결하는 중요한 업데이트였다. 2023년 버전부터는 트랙 매트(Track Matte) 기능의 구조가 새롭게 개선되어 보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재설계되었다.


2024년 버전부터는 3D 모델 가져오기 기능이 플러그인 없이 기본적으로 지원되기 시작했다. OBJ, FBX, GLTF, GLB 형식의 3D 파일을 직접 컴포지션으로 불러올 수 있게 되었다. 고급 3D 렌더러(Advanced 3D Renderer)는 사실적인 이미지 기반 조명(HDRI), 물리 기반 렬더링, 그림자 캐스팅 등 영화급 기능을 제공하게 되었다.


tempImagetS16uu.heic Adobe After Effects 25.6 버전


현재 2025년 11월 출시된 25.6 버전은 여러 3D 레이어를 단일 기즈모(gizmo)로 동시에 조작할 수 있게 했다. 추가로 파라메트릭 메시(Parametric Mesh) 도구로 애프터 이펙트 내에서 직접 3D 기본 형태를 만들 수 있으며, Substance 재료 형식 지원도 추가되었다. 새로운 언멀트(Unmult) 키잉 효과는 스톡 VFX 요소의 합성을 더욱 간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SVG 파일을 편집 가능한 셰이프 레이어로 가져올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되어 벡터 그래픽과의 통합이 개선되었다.


기술의 발전과 창의성의 만남

애프터 이펙트의 30년 역사는 단순히 소프트웨어 기술의 진화 과정이 아니다. 이는 디지털 창작자들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도구가 어떻게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적응해왔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1993년의 단순한 레이어 합성 도구에서 출발한 애프터 이펙트는 3D 렌더링, 인공지능 기능, 실시간 협업, 그리고 다양한 3D 포맷 지원으로 진화해왔다.


2025년 현재, 애프터 이펙트는 여전히 모션 그래픽 제작자, 영상 편집자, VFX 아티스트들의 창작 과정에서 가장 필수적인 도구 중 하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창의성의 표현 범위도 함께 확장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항상 애프터 이펙트가 있다. 새로운 기능들이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고,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생태계 속에서 다른 도구들과의 통합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디지털 영상 제작의 미래도 애프터 이펙트와 함께 계속해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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