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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pr 18. 2024

식곤증

혈당 스파이크의 또 다른 말

요즘 같은 날씨면 점심을 먹은 후에 찾아오는 식곤증이 정말 반갑지 않다. 나른 나른하면서도 눈꺼풀이 무거워져 오는 그 느낌, 어디 평평한 곳에 가서 머리만 대면 바로 눈이 스르르 감길 것만 같은 느낌. 즉 식곤증이 찾아온 것이다.


오후부터 다시 업무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오전에 못 마쳤던 일을 정리해 놓고 정신을 차려서 다시 해보자고 하고서는 금세 식곤증 때문에 집중이 통 되지 않는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다 같은 증상일 테지만, 특히 당뇨환자들에게 식곤증은 또 다른 말로 하면 혈당 스파이크라고도 할 수 있다.


혈당이란 것은 단당류를 제외하곤 무엇인가를 섭취하자마자 그 즉시 오르지 않는다. 체내에서 흡수될 시간이 필요하므로 에너지원이 몸속에서 천천히 흡수되면서 자연스레 혈당도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점심에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 탄수화물은 단당류와는 다르게 비교적 천천히 혈당을 올리게 된다. 그러므로 점심을 마친 직후에는 아무 느낌도 들지 않다가 딱 업무가 시작하는 타이밍에 맞추어 혈당이 정점에 다다르기 때문에 그 반대급부적 성격으로 혈당 스파이크, 즉 식곤증이 찾아온다.


그래서 남들과는 달리 당뇨환자들의 혈당 스파이크 또는 식곤증은 지속시간이 길고 증상이 뚜렷하다고 할 수 있다. 사무직을 하는 이들에게는 자리에서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면서 조는 것이 다겠지만, 현장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너무나도 위험하다. 특히 운전을 하시는 분들은 졸음운전으로도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결국 크나큰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부러 점심엔 밥을 배부르게 먹지 않고 조금 부족할 만큼만 먹어서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거나, 간단한 산책이나 스트레칭을 통해서 정점에 오르고 있는 혈당을 조절하는 방법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참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서 그런지, 밥 먹고 바로 움직이는 것은 몸이 하기 싫다고 격렬히 반응하고 그렇다면 차라리 추가 샷을 때려 넣은 커피를 위장으로 쏟아버리는 행동을 함으로써 어떻게든 잠을 이겨내 보려고 발악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오후에 졸음은 똑같이 찾아오고 혈당은 스파이크를 칠만큼 쳐버린다. 나도 점심 먹고 걸어 다니는 것을 싫어해서(뱃속에서 움직일 때마다 출렁 출렁이는 느낌이 너무 싫다.) 사무실로 돌아와 의자를 젖히고 그대로 누워버리는데 사실상 제일 안 좋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사람이란 게 참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어쩜 몸에 안 좋은 행동들이 그렇게도 나에겐 편하고 재밌고 즐겁고 맛있기까지 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 정도면 몸도 좋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아닙니다)


퇴근 후 이 글을 쓰면서 오늘 하루도 힘들었구나라고 되뇌지만, 내 몸이 할 말을 내 입이 대신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 너도 힘들지... 나도 힘들단다.


너에게 좋은 공기라도 들여보내주고 싶다만, 밖엔 누런 황사가 뿌옇게 껴있네.

참나, 내 몸에게 공기조차 좋은 것도 주지 못하는 이 가련한 인생...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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