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 속 서랍
"뜬구름 잡는 얘기 같지만...
기본적으로 쓰는 단어나
너의 생각
머릿속에서 움직이는 글자들이
너를 만들어."
<신과 함께>에 주연으로 등장했던, 지금은 너무나 유명한 주지훈 배우가 무명인 배우를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향하면서 했던 말입니다. 밖에서는 주적주적 비가 내리고, 차 안의 온도는 열띤 강의를 하는 강사와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 집중하는 수강생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한 명의 수강생이 되어 어느새 몰입한 채 그의 말을 청강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저를 매료시킨 문장은 단언,
이 대사 같은 말을 듣고 적잖이 아니, 화들짝 놀랐습니다.
억지 긍정. 억지 텐션은 들어봤어도 억지 긍정은 생소하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나를 찾아왔을 때(세상엔 뜻대로 되지 않은 일들이 투성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반응은 딱 두 가지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흠, 다시 하는 수밖에.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아니면 젠장, 망했네. 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중간은 늘 있는 거 같다가도 막상 그 실체를 발견하면 확실한 노선을 취하게 만듭니다. 그때가 되면 이미 짬짜면이라는 대안은 없어져요(짜장면이나 짬뽕이냐)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인지도 모릅니다. 저 같은 경우는 기대하면서도 기대하지 않는 '척' 연습을 꽤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기대하면 실망할까 두렵고 실망하면 좌절할까 두려우니까요.
학교를 다닐 때 교수님께서 물었습니다.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니?"
여러 답변이 나왔습니다. 기억나는 게 없는 걸로 보아 뻔하거나 흥미롭지 않은 답변이 나왔던 거 같아요. 그렇게, 제 차례가 됐을 때.
"늘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거요."
뭔가, 철학적인 거처럼 보이지만 저에게는 지극히 심플한 답변이었습니다. 늘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만큼 덜 행복한 상황이 왔을 때 쫄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행복의 반대가 불행이 아니라 그냥 행복의 게이지가 어제보다 조금 떨어졌을 뿐이며 푹 자고 일어나 찬란한 태양에 기지개를 켜며 광합성을 했을 때, 일종의 반작용으로 어제보다는 더 행복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겁니다. 심오한가요?ㅎㅎ
아마, 주지훈 배우의 어거지 긍정처럼 저 역시도 어거지 행복을 해 왔는지 모릅니다. 물론, 언제라도 붕괴될 듯 빈약한 논리로 구멍이 숭숭 뚫려있지만요.
이 쇼츠에 마음에 끌린 건 '긍정'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억지' 였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모두 '억지'로 추운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억지로 맛없는 점심을 먹고, 억지로 회사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억지로 싫은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억지가 나를 성장시킨다면 그것도 멋진 일인지 모릅니다. 억지로 운동을 하거나, 억지로 오글거리는 사랑을 말하고, 억지로 행복을 바라는 거처럼요.
오늘도, 억지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여러분이 억지로라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쇼츠 링크: 우리들이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하는 이유
https://www.youtube.com/watch?v=weMsulbcHr4&list=WL&inde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