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집
대표적인 인간의 본성에서 남자는 두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다.
혼자 있고 싶은 욕구.
동시에, 같이 있고 싶은 욕구까지도.
두 가지 중 어떤 게 먼저였는지 그는 알 수 없다. 본디 인간이간 이기적인 동물이라 그 순서 따위 개나 줘버렸던 것이다. 남자에게는 전자가 먼저인 거처럼 보였다. 인터뷰에서 그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는 늘 혼자 있고 싶었다.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요가를 하고, 혼자 커피를 마시는 게 좋았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휴일에 몇 시간이고 멍하니 밖을 바라보는 일. 그렇게 몇 달을 그러고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지고(그게 성욕인지 수면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면 둘이 되고 싶은 것이다. 불행히도, 아니, 저주스럽게도 그는 둘이 되면 다시 혼자가 되고 싶어졌다.
이런 인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조차도 자신의 요상한 관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혼자였다, 둘이었다, 다시 혼자의 반복.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다. 무덤덤해지려 해도 그는 괴로웠다. 그가 처음 우리에게 의뢰를 했을 때, 우리는 확신에 찬 채 대답했다.
아주 냉철하게. 아주 이성적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침대는 과학이다. 인간의 평생 할당된 시간의 4분의 1은(넉넉잡아) 수면에 할애된다. 그리고 영화 <레옹> 속 의자에 앉아 잠을 청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 '침대'에서 4분의 1을 보내게 된다. 집을 구하거나 이사할 때, 입주자가 가장 먼저 하는 것도 침대를 사는 일. 원룸을 구할 때도 "침대가 있나요?"라고 묻는 이유도. 무의식 중에 침대에 질질 끌리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침대 사이즈. 가장 많이 팔리는 침대 사이즈는 퀸사이즈다. 2인용. 고시텔이 아니고서야, 좁은 원룸이 아니고서야, 인간은 큰 사이즈의 침대를, 두 명은 족히 누울 수 있는 침대를 선호한다. 왜? 잠을 설칠 거 같아서? 수면 중에 바닥으로 떨어질 거 같아서? NO! 누군가와 같이 있기 위해서. 남자의 침실에 더블배드가 설치되어 있음을 확인했을 때, 우리는 바로 알아맞힐 수 있었다. 침대의 과학으로 봤을 때, 남자는 후자가 먼저인 사람이다. 같이 있고 싶은 욕구.
게다가, 우리가 조사한 데이터를 보면(모두 동의하에 이뤄졌음을 명시한다. 이러한 동의는 앱을 다운로드할 때 등장하는 '허용' 버튼 하나로 손쉽게 이행된다) 그는 연인과의 데이트 중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냈다. 그리고, 행위 이후의 시간을(잠을 잘 때까지) 그들은 넷플릭스를 보지도, 유튜브를 보지도 않은 채 오로지 불 꺼진 방에서 대화를 나누며 보냈다. 대화 내용은 실로 다채로웠다. 거의 둘 만의 제3세계를 구축할 정도의 세계관이었으니까. 베개에 설치된 특수 뇌파 장치에 따르면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솟구쳤다. 그 수치를 쉽게 비유하면 어느 넓은 지형에 기다란 아우토반이 구축되고 샛노란 포르셰에 탑승한 둘이 부릉. 시동을 걸고는 단숨에 스포츠 모드로 바꾼 뒤, 제로백을 넘어 300km로 달리는 것과 맞먹었다. 이는 그의 침대 이외의 생활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결괏값이다. 이 리포터를 남자에게 전달했을 때, 남자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했다. 우리는 쐐기를 박아야 했다.
당신은,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귀찮았을 뿐이에요. 그 귀찮음이 변명이 되고, 자기 스스로를 혼자 있고 싶은 사람으로 둔갑시켜 버렸죠. 인간은 믿음의 동물이라 한 번 믿기로 작정하면 고집이라는 게 생겨버리니까요.
남자의 얼굴이 짜부라트린 콜라 캔처럼 구겨졌다. 클라이맥스.
쉽게 얘기해서 당신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어요. 자기 본성을 탓하며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켜 버렸죠. 우리는 이걸, 음... 너무 기분 나빠하지 않길 바랍니다만, 겁쟁이라고 부릅니다.
남
자는 낙담한 거처럼 보였다. 뭔가, 안도한 거 같기도.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피날레. 한 편의 여운 남는 영화가 되기 위한 질문. 이는 곧바로 리뷰와 추천으로 이어진다. 남자는 급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에게 가려고요.
남자가 당찬 발걸음으로 문을 열자 딸랑이는 종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다.
보셨죠? 그러니, 연락 주세요. 침대의 과학으로 뭐든 지 찾아드립니다.당신이 왜 잠을 못 자는지, 당신이 왜 혼자인 건지, 당신이 왜 누구와 함께 있는 게 불편한지 그리고 당신이 왜 겁쟁이인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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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라이터스짐에서 관원을 모집 중입니다. 우리 같이 글근육을 키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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