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집
세찬 파도 소리만이 모드 게 최고급인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띠링띠링. 전화가 울렸다.
OOO님, 숙면은 잘 취하셨나요?
네. 다시 깨고 싶지 않을 만큼이나요. 그런데, 오늘이 무슨 요일이죠?
26일까지 한 시간 남았습니다. 운전을 해서 댁까지 가면 11시 30분. 집에 들어가 샤워하고 맥주 한 캔 또는 와인이라도 좋아요. 땄을 때는 11시 50분. 아마, OOO님의 크리스마스는 십 분이 채 남지 않을 겁니다.
OOO님, 바로 다음 예약을 도와드릴까요?
괜찮다면, 나중에 해도 될까요? 지금은 정신이 없어서요.
네, 물론 가능합니다. 하지만 자리가 없을 확률이...
침묵이 길어지는 걸로 보아 비서는 예약스케줄 표를 확인하는 거 같았다.
99%네요. 기존 고객님들께 먼저 우선권을 드리는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예약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바로 퇴실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네. 그녀가 짧게 대답했다. 아, 비서는 뭔가를 잊어버렸다는 듯 덧댔다.
지금까지, 수면공작소였습니다.
여자가 주섬주섬 일어나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제와 똑같은 검은 바다다. 하지만 그 모양이 확실히 전날과는 달라져 있었다. 파도도 하루가 지난 것이다. 그녀의 하루가 지난 거처럼. 19호실을 나왔을 때, 복도를 중심으로 쭈욱 나열된 다른 방들은 여전히 만실이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들도 좀 전의 자신처럼 잠에 빠져있거나 달콤한 잠에서 깨어 퇴실을 준비하고 있겠지.
로비에 도착해 키를 건네자, 비서는 열쇠를 열어 어제 넣어놓은 차키, 지갑, 휴대폰을 꺼내 건네주었다. 밖에 나오자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빨리 집에 가지 않으면 차가 막힐지도 모른다. 잰 걸음으로 차에 탑승해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았다. 차를 주차하고 저벅저벅 걸어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서자 안은 어제 그녀가 청소해 놓은 그대로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고작 하루일 뿐이었으니까.
비서가 알려준 대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어제 먹고 남긴 스파게티를 데워 먹고, 화이트 와인을 한 잔 가득 따라 마셨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그녀 말대로 정확히 11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10분 밖에 남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도 지난 것이다. 텔레비전을 켜고 유튜브에 연결했다. 음악을 찾다 "새해가 가기 전에 꼭 들어야 할..."이라는 플레이리스트롤 보고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도로 가져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OOO님. 수면공작소입니다.
혹시, 12월 31일도 예약할 수 있을까요?
고객님. 죄송합니다. 그날은 예약이 가득 차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내년 예약에 추가할 수는 있나요?
비서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스케줄표를 확인하는 거 같았다.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네! 딱 한 자리 남아있습니다. 가능하세요.
네, 그렇게 진행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선택하신 상품은 총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24년 크리스마스 패키지로 12월 24일 11시부터 12월 25일 11시이고 다른 하나는 새해 패키지로 12월 31일 11시부터 1월 1일 11시까지. 총 두 건으로 예약돼셨습니다. 예약 전날 문자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재워드림(Dream), 수면제작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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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라이터스짐에서 관원을 모집 중입니다. 우리 같이 글근육을 키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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