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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숨 Oct 20. 2023

나의 느린 마음을 안다는 것은

최근 미드 프렌즈를 보면서 여자 주인공들  한명인 Phoebe 연애관이 나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 이후로 한국 사회에서 연애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안다는 것을 몸소 느꼈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관계에서 무엇을 찾는지 몰랐었다. 현재 나는 29살이고,  인생에서 제대로  연애는 1번이었다. 그것도 1년이  되지 않는다.


그 진지한 관계를 제외하곤 남자들을 만나 데이트를 했지만 늘 2-3개월정도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했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도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활달한 편이라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고 친해지는데 별 거리낌이 없다.


사람들이 다가오면 연락을 주고받고 데이트를 하고 그렇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른채 관계를 이어나가왔던 것 같다. 조금만 맘에 안들면 상대에게 트집을 잡고 짜증을 내고, 금방 싫증을 내고 관계가 끝나면 약간의기소침해져있다가 한달정도가 지나면 다른 사내들을 만나 데이트를 하곤 했다.


물론, 공백기가 있는 시기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이런 관계를 보냈었다. 최근에 트리스탄과의 관계가 어그러지면서 생각했다. 왜 나는 이런 남자들만 만나는 거지 ? 화가 났다. 스스로에게도 남자들에게도. 그러다가 질문의 방향을 바꿔보았다. 왜 나는 늘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는 거지 ? 항상 똑같다고 생각했던 상황과 사람들이었는데 과거는 과거일뿐 똑같은것은 없었다. 그들의 이름, 머리색깔, 만났던 장소 모두 다 다르듯이 난 다른 사람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대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트리스탄이 내게 꺼냈던 장황한 얘기들 속에서 상황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냈으며 늘 무의식적으로 내가 사랑받고 표현받아야할 존재라고 느꼈다. 나는 선톡이라는걸 해본적이 없고, 데이트 신청도 살면서 5번 미만으로 덜덜 떨면서 물어봤던 것 같다. 나는 트리스탄을 좋아했다. 인도 공항에서 정말로 빠졌었다. 그를 보면서 왜 나는 항상 이런 남자에게 끌리는 걸까 ?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질 정도로 처음부터 그가 좋았고 맘에 들었다. 나는 그가 내가 원하는대로 행동해주길 바랬다. 그가 나같은 사람이고 자유로울 수 있고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른채 나만 생각했었다. 나는 사랑받는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익숙해서 사랑인지 몰랐을 뿐.


법륜스님 강의를 듣다가 질문자의 마음과 비슷한 나의 이기심을 바라보았다. 나는 나의 마음을 억제하고 절제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자유가 아닌 목줄을 채워 고통에 몰아넣었다. 그를 좋아했음에도 자존심이 상해 나의 마음을 모르는척 했다. 내가 왜그랬을까 후회도 하지만, 그때의 내가 그런 모습밖에 안되는걸. 법륜스님 말대로, 나처럼 사는것은 괴롭게 사는 것일뿐이다.


나는 느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늘 관계속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기에 나의 느리딘 느린 마음을 알게되기 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를 좋아했음에도 내 자존심이 더 컸음을 인정한다.


기분 전환하려고 연극을 보았는데 연극의 제목은 Dernier Amour 특이하고 정말 좋았다. 그리고 불어도 80프로 가량은 알아들은 듯 하다. 이런 연극을 볼 때마다 프랑스인들이 사랑에 얼마나 진심인지 깨닫는다. 아잇!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나서서 쟁취해야하는 구나. 나의 마음 가는대로 하는 것이 결국은 나와 타인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었구나.


프랑스 극장은 8시 시작할 때에서야 입장이 가능하다. 나는 혼자 온 사람이었고 그곳에 또 혼자 온 어떤 프랑스인을 만났다. 그 남자의 친구가 공연을 쓴 작가라고 했다. 같이 얘기를 하다가 공연을 보러 들어갔다. 마음을 빗장을 열면 새로운 사람과 쉽게 대화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 파리에 온지 1년이 지났다.





몇주간을 바라만 보았던 화분. 예뻐서 샀다. 다음에 못살까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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