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일상 속 이상향이다. 지루한 일상을 멈추고 다른 공간, 다른 세계를 누릴 수 있다. 순간적이나마 안식과 평안을 얻고 익명의 공동체에 속할 수도 있다. 그런데 베트남 하노이의 콩 카페(Cong Caphe)는 베트남의 정체성과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특별한 카페를 만났다.
감자 가족은 2007년 하노이에 문을 연 콩카페의 원조라는 하노이 호엔끼엠 호수 근처 콩 카페를 찾아갔다. 3개 층으로 된 건물 전경부터 베트콩(Viet Cong) 군대의 짙은 카키색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종업원들 역시 모두 베트콩을 연상시키는 카키색 유니폼을 입었다. 유니폼에는 베트남 국기의 노란색 별이 새겨져 있었다. 카페 실내 벽에 걸린 사진들은 모두 베트콩 통일 전사들의 승전을 기록한 것들이었다. 책장에는 레닌의 책 등 색 바랜 고서가 빼곡했다.
'콩(Cong)'은 베트남 공산주의 게릴라 군사조직이었던 ‘베트콩(Viet Cong)’에서 따온 어휘이다. 남북 간 내전을 겪은 후 1976년에 수립된 통일 국가인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 명칭(Socialist Republic of Viet Nam)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약자라는 설도 있다.
지구상에서 제국주의에 맞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르고 독자적으로 독립을 쟁취한 국가는 베트남 단 한 곳이다. 베트남인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이겨 낸 베트남 전쟁(1960~1975)을 성전(聖戰)으로 여기며 베트콩(Viet Cong)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진 민족이라는 사실을 원조 콩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그만 과거를 잊자, 과거를 마음에서 비워내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틀렸다. 과거는 살아있는 것이고 지금 현재 살아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심 어린 미래도 있다. 콩 카페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과거를 추모하는 베트남인의 집요한 국민성을 돋보이게 하는 브랜드이다. 베트남 내에서만 수십 곳의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고, 한국에도 서울 연남동 등 18곳에 콩 카페가 들어와 있다.
콩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코코넛 스무디 커피를 마셔보자. 고소한 코코넛과 베트남식 진한 핀(Phin) 커피와의 앙상블이 독특하다. 달콤한 연유와 씁쓸한 로부스타 원두가 조화를 이룬 연유 커피도 특이하다. 글로벌 브랜드 스타벅스도 베트남에 진출할 때 콩 카페 때문에 고전을 했다고 한다. 당시 베트남 여론은 스타벅스 커피는 커피가 아니라고 무시했다. 커피 생산국 세계 2위라는 베트남의 람동 지방에서 생산된 전용 원두로 맛을 내는 콩 카페의 저력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