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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avorite things

The Sound of Music

by 꿈꾸는 날들 Feb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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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The Sound of Music>이다. 어린 시절 아빠가 선물해 주신 비디오테이프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랑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진심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알게 해 주었던 영화.


<The Sound of Music>은 1965년 제작된 뮤지컬 영화이다. 영화는 음악을 좋아하는 말괄량이 수습 수녀 '마리아'가 원장의 권유로 해군 명문 집안 폰트랩가의 가정교사가 되면서 시작된다. 어머니를 일찍 잃고 군대식으로 교육하는 아버지와 자라면서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폰트랩가의 일곱 아이들. 마리아는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며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억압과 규율에 갇혀 따뜻한 사랑이 그리웠던 아이들에게 커튼을 뜯어 옷을 만들어주고 초원을 자유롭게 뛰놀며 'Do Re Mi'를 함께 부르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엄격한 폰트랩 대령과 갈등을 겪게 되고  그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 속에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세계 2차 대전이라는 커다란 장벽을 만나 모두 함께 피난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무해하고 매력적인 마리아의 캐릭터도 좋았고, 오스트리아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선율과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장면들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마리아가 아이들의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해 주는 과정들이 인상 깊었다. 낯선 사람에게 겁을 먹고 경계하는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 마음에 스며드는 노래로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장면이 어린 나에게도 위로가 되었다. 누군가의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보는 일이 얼마나 뿌듯한지 알게 해 주었다. 사실 그때의 나는 아픔이 어떤 건지 잘 모르는 어린 나이였지만, 언젠가 나도 어른이 되면 마리아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안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해 준 영화였다.

영화 속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번개가 치는 어두운 밤, 두려움에 떨며 불안해하는 아이들이 하나둘씩 마리아에게 찾아오고 아이들을 안심시켜 주기 위해 마리아가  <My Favorite Things> 부르는 장면이다. 두려운 것이 생길 때, 슬픔이 찾아올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괜찮아진다는 내용의 노래인데, 침대 속으로 쏙 들어가 숨어있던 아이들도 천둥번개 소리에 더 이상 놀라지 않고 서로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며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단순히 안아주는 것 이상으로 노래가 가진 위로의 힘,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며 어둠을 물리치는 내면의 용기에 대해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꽤 오랫동안 마리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는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말하며 포기하는 것들을 어느 틈엔가 스르륵 녹여버리는 사람, 오랫동안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그 사람 안에 잠들어있던 소중한 의미들을 다시 깨우칠 수 있게 이끌어주는 사람.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알게 해주는 사람. 폰트랩 대령과 아이들에게 마리아가 그런 사람이었고, 마리아에게 그들도 그런 존재였다.

부인을 잃고 홀로 아이들을 키우던 폰트랩이 점점 더 차갑고 엄격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건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었다. 자신이 무너지면 아이들을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이 스스로를 더 강한 사람 되어야 한다고 짓눌렀다. 그 안에 있던 외로움과 슬픔을 알아봐 준 사람이 마리아였다. 엄마를 잃은 상처가 치유되기도 전에 무서운 아버지 아래 웃음을 잃은 일곱 명의 아이들에게 마리아는 처음으로 웃게 해 준 사람이었다. 깊이 숨겨 두었던 상처의 곪았던 부분들을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치료해 주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 그리고 마음껏 각자의 개성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 사람이었다. 아이들과 폰트랩 대령을 사랑하면서 마리아도 성장했다. 처음부터 자신에게 맞지 않았던 수녀라는 이름을 벗을 수 있게 되었고 진짜 자신이 있고 싶은 자리를 찾게 되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얼룩이 가득했던 마음이 해사해지는 기분이 든다. 나를 알아봐 주는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해주는 영화. 그런 만남이 서로의 삶에 얼마나 큰 의미가 될 수 있는지, 상처를 감싸 안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 삶을 얼마나 빛나게 하는지 알게 해주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며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늘 생각한다.  

그리고 가끔 마음에 두려움이 밀려올 때 습관처럼 <My Favorite Things>를 듣는다. "I simply remember my favorite things and then I don't feel so bad"라는 가사처럼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다 보면 두려움이 조금씩 옅어진다. 실체가 없는 두려움에 나를 무방비 상태로 놓아두는 대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두려움에서 평안 쪽으로 마음을 열심히 옮겨 놓는다. 여전히 상황은 바뀌지 않더라도 마음이 달라지면 많은 것들이 변할 수 있다. 천둥번개가 치던 밤, 마리아와 함께 좋아하는 것들을 부르며 신이 났던 아이들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무장한 마음은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애를 써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끙끙거리며 괴로워하기보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한숨 푹 자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자주, 많이 떠올리며 오늘도 마음을 햇살이 가장 잘 드는 한켠에 앉혀두어야겠다. 마음이 행복해야 두려움도 안아줄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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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구글


https://youtu.be/0IagRZBvLtw?si=mDwTOsz_5ggn49Oq

My Favorite Things

https://youtu.be/jITsImZdlMQ?si=jyPQ7B5tBNecY6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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